‘하나마나’ 맹탕 국감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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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나’ 맹탕 국감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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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맹탕 국감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에 제한이 있었던 점, 준비 기간이 짧았던 점, 초선 의원의 비율이 높은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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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어있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석 ⓒ고성준 기자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야당의 모 의원실 보좌진이 국정감사(이하 국감) 시작을 앞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1대 국회는 지난 7월이 돼서야 늑장 개원했다. 국회의원들이 임기를 시작한 지 47일 만이며, 지난 1987년 개헌 이후 역대 가장 늦은 개원이었다. 최악의 지각 사태는 ‘맹탕 국감’을 우려케 한다.

시간 부족

여당의 모 의원실 보좌진은 코로나19로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 주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을 꼽았다. 현재 국회는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통상 보좌진은 국감 전 정부부처나 기업 대관들을 의원실로 불러 개별 사안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이 같은 기존 방식에 제한이 걸린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부처를 감시하는 국감 본연의 기능보다 이벤트성 국감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이슈몰이용 증인·참고인을 신청하는 일이 그 증거다. 일각에선 국회를 희화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너 인성 문제 있어?”라는 유행어를 만든 이근 전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를 육군의 총검술 폐지 정책과 관련해 군사법원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불발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백 대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골목상권 살리기 등과 관련한 질의를 받았다.

교육위원회에선 이른바 ‘로브스터 급식’으로 화제가 된 김민지 전 세경고 영양사를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급식 메뉴 개발과 예산의 효율적 사용 등을 질의하기 위함이었다. 현재는 신청이 철회된 상태다.

이색 증인·참고인 신청이 야당 측에서 줄을 잇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승래 원내선임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무분별한 증인 신청을 보면 개탄스럽다. 인기인의 유명세에 편승해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나쁜 정치”라며 “국감이 더는 과시와 인기몰이, 홍보를 위한 정쟁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코로나19 여파는 이번 국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는 국감장 내부와 대기 장소, 일일 출입등록 인원을 각각 50명 이내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피감기관 직원들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이 됐던 국감 풍경을 올해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일부 상임위는 증인·참고인이 아예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국감을 받는 이른바 ‘온택트’ 회의를 실시하기로 했다. 

코로나로 대면 질의 어려워
늦장 개원, 준비 기간도 짧아


이 때문에 질의와 답변의 질과 양이 이전 국감만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또한 국감 일정을 축소하거나, 지방 출장 국감을 제한적으로 실시한다. 대표적으로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재외공관 국감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농해수위도 지방 출장 국감을 하지 않는다. 국정 전반에 대한 검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부 상임위는 파행 조짐마저 보인다.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 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시절 특혜 의혹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방위원회가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과 아들 서모씨, 당직사병 현모씨, 이철원 예비역 대령, 카투사 지역대장과 지원반장, 추 장관의 보좌관 등 10명과 피살 공무원의 형을 비롯한 유가족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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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준비 중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고성준 기자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추 장관 아들 관련 증인 신청에 대해 “검찰수사를 통해 무혐의로 끝난 사안을 국정감사까지 끌고 가겠다는 것은 문재인정부를 흠집내기 위한 정쟁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민주당의 증인 채택 거부는 ‘방탄 국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방위 간사는 “추미애 아들을 위한 민주당의 방탄 국회에 분노한다”며 간사 사퇴를 선언했다.

증인 신청 단계서부터 파행의 전조가 흐른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만 참석하는 ‘반쪽 국감’을 예상하기도 한다.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전체 17명 중 10명이다. 증인 채택과 일정 확정은 전체 상임위원 중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민주당 소속 황희 국방위 간사는 “민주당이 요구해서 국감을 하게 되더라도, 끝까지 야당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방위 국감이 온전한 형태로 치러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면 제한

국감 경험이 없는 초선 의원들의 비율이 높은 점도 불안 요소다. 21대 국회 초선 의원의 비율은 51%로 지난 17대 국회의 62.5% 이후 가장 높다. 과연 초선의 신선함과 패기로 단숨에 ‘국감스타’로 올라설지, 아니면 헛발질로 맹탕 국감을 만들지 예상하기 힘들다.

일요시사 최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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