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역풍’ 경륜 선수 생활고 실상 - 사이클 두고 오토바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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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역풍’ 경륜 선수 생활고 실상 - 사이클 두고 오토바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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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스포츠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바람에 경륜 선수들은 지난 2월 말부터 수입 자체가 없다. 이들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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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선수였던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려 직업을 바꾸게 됐다. 선수로 활동할 때만 해도 대회에 나가 상금을 받았지만, 훈련은커녕 시합에도 나가지 못해 배달 대행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한 A씨는 불규칙한 수입 탓에 가정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익명을 요구한 한 경륜 선수는 “현재 선수들은 대리기사, 막노동 등의 일을 하다가 사고가 크게 나서 선수생활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자전거밖에 모르던 선수들이 현재 생계유지를 위해 위험한 환경에 많이 노출돼있다”며 “경륜 시합이 있을 때만 해도 매달 700만원을 가져갔지만, 지금은 잘 벌어야 300만원이다. 선수들과 달리 국민체육진흥공단 직원들은 현재 30%만 삭감된 채 연봉의 70%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륜 선수들이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지원은 고작 시범 경주 2번을 통해 받은 상금 200~300만원 정도와 9개월 무이자 대출 정도였다. 이전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던 경륜 선수들의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다.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경주가 열리는 날이면 출근하던 종사원 600여명도 휴업 상태로 휴업수당을 받고 있어 월급이 줄어들었다. 미화, 경비, 안전요원 등 용역업체 근로자들도 일거리가 줄어들어 교대 근무나 휴업을 하는 실정이다. 

또 경륜·경정장에 입점한 식당과 편의점 등 편익 시설은 물론 예상지, 출주표 업체 등은 경주 중단으로 매출이 전무한 상황인 만큼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인근 식당, 편의점 등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익사업을 위한 세수 확보, 고용창출 등 사회적 기여가 큰 합법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행성이란 일부 시선 때문에 경륜 관계자는 물론 이들의 가족들까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한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해외에 나가 맹위를 떨쳤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도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경륜 경주가 언제 열릴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불안이 컸다고 털어놨다.

경륜·경정 선수들과 달리 경마 선수들은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대회 열리지 않아 수입 제로
배달, 대리기사 등 알바 전전


한국 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에서 기수들한테 직접 돈을 주지는 않지만 마주들한테 상금이 돌아간다. 그 상금을 조교사나 기수들한테 분배하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온라인 중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경마가 중단된 기간에 마주들에게 200억원 정도 대출을 해줬다. 그 돈을 기수들에게 분배해줬기 때문에 경륜 선수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워낙 기본 연봉이 높은 것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사실 경륜 선수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일반 도로에서 주행 훈련을 하던 경륜 선수가 차에 치여 숨진 사건 이후 한 차례 경륜 선수들의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전용 훈련장이 미비해 일반도로에서 목숨을 걸고 주행 훈련을 하는 경륜 선수들의 실상은 충격을 줬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출석해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변화된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경태 경륜선수회 회장은 “산재에 준하는 제도를 마련해 경륜 선수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태 경륜 선수노조 위원장은 지난 5월12일 성명서를 공개했다. 해당 성명서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우리 경륜 선수들은 무엇인가. 경륜·경정을 통해 우리가 흘린 땀과 피로 매년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지만, 우리의 인권은 없었다. 공단이 지배하는 경륜의 역사에서 우리는 선수가 아닌 경주 자전거였고, 사람이 아닌 상품이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 하단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선언한다. 경륜 선수와 공단은 공명지조의 관계다. 한 쪽이 죽으면 다른 쪽도 죽을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를 경륜사업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우리의 인권과 안전과 복지제도를 수립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우리의 생존권과 자긍심을 찾기 위해 지금부터 더욱더 처절히 투쟁할 것이며, 죽을 각오로 임할 것’라며 성명서를 마무리했다.

노조 인정

한편 지난 21일 경륜 선수들이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3월30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지 206일 만이다. 경륜선수의 인권침해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노조 설립을 준비해 3월26일 설립총회를 열고 같은 달 30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설립 신고를 했다. 

안양지청은 두 차례에 걸쳐 설립신고서 보완을 요구하며 신고증을 내주지 않았다. 그사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노조가 사무실로 쓰던 공단 건물 내 선수협 사무실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일요시사 구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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