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새로운 문화 장착시키는 ‘박원순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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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 새로운 문화 장착시키는 ‘박원순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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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펀드’에 이어 ‘박원순 펀드’도 대박행진을 터트렸다.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재보선 자금마련을 위해 개설한 계좌가 단 47시간 만에 목표액을 달성한 것. 때문에 정치인들이 향후 펀드로 새로운 선거 문화를 장착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원순 펀드’ 47시간 만에 목표액 달성하며 왕대박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참여로 권력형 비리 제거에 한몫

박원순 변호사가 ‘박원순 펀드’로 선거판을 뒤흔드는 모양새다. 그동안 기존 정치인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재산과 후원금으로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서울시장 재보선의 법정선거비용 마련을 위해 지난 9월26일 정오부터 계좌를 개설했다. 이 계좌는 계좌개설 47시간 만에 목표액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남기면서 마감했다.

‘박원순 펀드’는 박 변호사 선거캠프 측에서 약정액을 입금하면 원금과 일정액의 이자를 돌려주는 형식으로 고안한 펀드로 ‘정치자금을 시민으로부터 끌어 쓴다’라는 기본개념을 가지고 마련된 안이었다. 현역 정치인이 아닌 후보는 후보자 등록 신청일까지 후원회를 할 수 없다는 선거법 때문에 만들어진 특단의 대책이었던 것. 

후보자 이름의 펀드는 지난 해 6‧2지방선거 당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면서 자금마련을 위해 펀드를 개설하면서 진행됐던 것으로 이번 ‘박원순 펀드’는 ‘유시민 펀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유 대표는 당시 3일 만에 41억을 모금했었다.

박원순의 힘
펀드로 증명?

‘박원순 펀드’도 ‘유시민 펀드’에 이어 대박을 터뜨렸다. 때문에 후보자의 펀드문화가 선거판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펀드는 공모 첫날부터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입소문이 나면서 박원순 펀드 홈페이지 개설 30분 만에 접속자가 폭주해 40분 가량 다운되며 임시 홈페이지까지 개설하고 서버를 증설하고서야 사이트가 정상화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최소액인 10만원을 입금한 사람은 모두 2868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10만원의 소액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계좌개설 4일 뒤인 30일까지 모금할 예정이었으나 일찍 목표액이 넘어서자 이틀 앞당겨 조기 마감한 것.

박 변호사 선거캠프 관계자는 “박원순 펀드가 28일 오후 4시 가입자 수 총 7211명, 약정금액 45억2300만원으로 마감했다”면서 “최종입금자는 5778명이며, 실입금액은 법정선거비용인 38억8500만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원순 캠프는 정당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힘에 의해 움직였다”며 “박원순 펀드 역시 ‘시민의 힘’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돈을 빌려 쓴 후 되갚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 선거캠프 측은 펀드투자금을 양도성예금증서(CD) 연금리 3.58%로 12월25일 이전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02년 등장한
‘희망돼지’가 원조

후보자 이름의 펀드 시초는 ‘유시민 펀드’다. 유시민 펀드는 유 대표 팬클럽이 선거사무실 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회원들이 “돈을 빌려줄 테니 보증금을 빼면 돌려 달라”면서 회원들이 자금을 모아 사무실을 구했다. 유 대표가 이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내어 ‘선거자금도 모금에 도입해보자’고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됐다.

유 대표는 당시 유시민 펀드로 경기지사 법정 선거비용인 40억7300만원을 모아 선거를 치렀으며, 선거가 끝난 뒤 투자한 원금에 이자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제외한 이자를 덧붙여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자발적 후원금 모으기 운동의 원조는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선거운동에 등장한 ‘희망돼지 분양사업’을 들 수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은 돼지저금통 20만개를 분양해 50여억원의 선거자금을 마련했었다. 수십억대의 선거자금을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충당한다는 취지가 닮았으나 ‘희망돼지’는 되돌려 받을 수 없었고, 후보자 이름의 펀드는 선거가 끝난 뒤 선거자금이 보전되면 다시 되돌려 받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선거자금 펀드가 가능한 것은 유효득표 수의 15% 이상 득표자에게는 선거비용 100%를 보전하는 선거법 때문이다. 후보들은 선거에 패하더라도 15%를 득표하면 선거비용을 돌려받아 이자만 부담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면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돈을 무상대여하거나 법정이자율과 비교해 현저히 낮지 않을 경우 정치자금법 45조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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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모금의 원조는 2002년 ‘희망돼지’ 분양에서부터
선거비용 부담 제거로 정치 신인들의 진입장벽 낮아져

이번 박원순 펀드의 성공은 정당의 조직이 동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순수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만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박원순 펀드가 단순히 선거자금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정당적 기반이 없는 시민단체 출신이 펀드에 성공을 거두었다는 일이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후보자의 펀드에 대해 매 선거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도 정치자금법 규정에 따라 후보등록 전에는 후원회를 둘 수 없는 현실적 한계점에 따라 번번이 정계 진출을 포기했던 신인들에게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정치인 펀드’는 계좌 모집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효과와 자신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를 간접 확인하는 기회로 여러 정치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원순 펀드의 의미는 젊은 정치신인들에게 ‘돈 없어도 정치할 수 있다’는 모범적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판매결과에 따라 후보의 역량을 홍보할 수 있고 선거 초기 바람몰이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 게다가 선거자금을 투명하게 모아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도 동시에 챙기며 꿩 먹고 알까지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번 박원순 펀드의 성공은 또 정치 진입장벽을 낮춰 정치개혁 차원에서 새로운 움직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즉 정계에 뜻을 두고 있는 신인들도 얼마든지 펀드를 통해 돈이 없어도 정계에 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펀드문화 정착되면
정치 진입 더 쉬워

기존에는 선거 비용 때문에 소위 ‘있는 자’들만 정치를 한다는 불문율이 존재했다. 선거에서 패배했을 경우 소위 선거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빚더미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 재산가의 후원으로 선거를 치룬다고 해도 그 정치인은 돈 때문에 발목 잡히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선거비용을 검은돈에 의존하게 된다면 그 대가로 나중에 특혜나 이권을 제공하는 부패 구조가 계속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펀드 방식은 빌려 쓴 자금에 이자를 붙여 갚는다면 투명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권력형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박 변호사가 펀드 방식을 통해 선거자금 모금이 성공함에 따라 ‘정치인 펀드’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내년 총선 때는 다양한 ‘정치인 펀드’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들도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계 관계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그냥 후원금을 내고 마는 것에 비해 시민들이 참여하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며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확대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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