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보는 돌싱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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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돌싱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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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만 하더라도 이혼한 연예인은 방송에 나오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남자나 여자나 가정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물어 마녀사냥을 당했다. 예능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선뜻 캐스팅하기 어려운 비호감 이미지로 인식됐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혼한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젠 이혼을 언급하는 것은 물론 이혼한 남녀가 다시 만나는 장면까지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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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김새롬 ⓒMBC


한 유명 가수와 이혼한 배우 윤여정은 미국에서 돌아와 드라마 활동을에 출연할 때 비선호도 1위에 뽑힌 적 있다. 20대 인기 있는 여배우로 각광 받았던 그가 약 10년 만에 비호감이 된 것이다. 1980년대의 일이다. 

거부감

그가 비호감 배우로 꼽힌 이유로 특이한 목소리가 거론됐지만, 실상은 이혼한 사실이 대중에게 불편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뛰어난 연기력을 갖췄음에도 작품에 캐스팅되지 않던 시절이 꽤 길었다고 한다. 

어떤 배역을 맡아도 도회적이고 세련된 연기를 보여준 윤여정은 한국을 넘어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꿰차는 배우가 됐다. 

아울러 예능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그를 전면으로 내세운 <윤식당>은 나영석 PD가 만든 tvN의 효자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난 8일에는 <윤스테이>로 시청자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배우 개인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이혼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변한 덕도 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핫 키워드’는 이혼이다. 많은 연예인이 방송에서 이혼 경력을 언급한다. 아픔을 딛고 일어난 일부 연예인들은 스스럼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대표적인 예가 “여자 서장훈처럼 이혼의 아이콘이 돼야겠다”고 밝힌 예능인 김새롬이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다. 농담조였다지만 파격적으로 들린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결혼반지를 녹여 펜던트를 만들며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넣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중 앞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덤덤하게 꺼내기까지 얼마나 힘든 고통이 있었을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를 일이다. 

그의 고통이 마음으로 느껴졌는지, 백지영은 “이걸 실수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의 한 과정인데 자기에게 실수라고 하는 게 좀 그렇다. 너무 연연하는 것 같아서. 난 응원한다”고 위로했다. 

이는 이혼이 더는 비난의 대상이 아닐 뿐더러 삶의 선택지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음을 관통하는 장면이다. 김새롬의 파격적인 발언에 비판보다 응원이 많은 것도 이혼에 대한 관점이 변했음을 알게 해주는 방증이다.

다른 방송을 보더라도 이혼한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은 이제 완전히 사라진 듯하다.

요즘 방송 핫 키워드 ‘돌싱’ 
“이혼 보는 관점 바뀌고 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의 터줏대감 이상민과 탁재훈, 임원희는 ‘돌싱 트리오’로 불린다. 이들은 최근 이혼 경력이 있는 김준호를 포함하면서 ‘돌싱 포맨’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혼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털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더 재밌는 삶을 추구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주위에서 이혼을 소재로 놀려도 너끈히 받아친다.

그 과정에서 어떤 불쾌감도 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재밌을 뿐이다. <미운 우리 새끼> 시청률 20%의 근간은 ‘돌싱 트리오’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이혼 전문 변호사로 나온 최유나 변호사는 의뢰인의 가족을 만날 때 “우리 집안에는 이혼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했다. “이혼한 누군가가 내 가족 중에 있는 것을 여전히 불편하게 여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1년에 10만건 이상 이혼하는 부부가 발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혼은 더 이상 쉬쉬하고 묻어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혼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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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이혼했어요> 스틸컷 ⓒTV조선 


마치 이 같은 시대상을 읽듯이 구성한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 부부>(이하 <애로 부부>)다. 특히 사연자가 보낸 사연을 재구성해 드라마처럼 만드는 1부에서는 패널이 이를 토대로 자문하는 과정이 나온다. 법조인과 전문상담가, 연예인으로 이뤄진 출연진들은 사연자의 고민에 대해 각자 의견을 내놓는다.

패널이 꺼내는 의견이 매우 실용적이다. 위자료와 소송 기간, 그 과정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 소송시 진술해야 하는 내용, 배우자의 불륜 시 꼭 보관해야 하는 증거 등 이혼할 때 알아두면 좋을 현실적인 내용을 조언한다. 솔직한 속내와 정보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다. 

관음적인 요소를 건드린다는 이유로 방영 전부터 우려를 모았던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일각의 걱정을 깨고 우수한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이혼한 커플이 나와 2박3일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장면을 관찰하는 이 프로그램은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일부 출연자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시청자는 전반적으로 출연자들의 재결합을 응원하고 있다. 이혼한 커플의 대화 속에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있었는지가 그대로 전달되고, 이에 공감해 같이 눈물을 흘리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공감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혼을 언급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이혼했어요>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이혼한 부부가 만나는 장면을 시청자가 볼 수 있다. 이것은 대단히 큰 변화”라며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이혼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혼은 선택의 문제라는 인식을 대변하고 있는 것. 이혼이라는 소재가 금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현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 일요시사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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