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 집안 두 배지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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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 집안 두 배지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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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의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가족 의원’은 74번 탄생했다. 문제는 세습 정치다. 특히 지역구 대물림은 형평성에 어긋날 소지가 높아, 이를 제도적으로 제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21대 국회의원 중 11명은 정치 가문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정진석·장제원 의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노웅래·김영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2세

5선인 정진석 의원의 부친은 정석모 전 내무부 장관이다. 정 전 장관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내무부 차관으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동지로 유명하다. 정 전 장관은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10대 국회부터 내리 6선을 지내고 있다. 

정 의원은 16대 국회부터 해당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정 의원 가문이 40년 넘게 해당 지역구를 맡고 있는 셈이다. 당내 최다선인 정 의원은 최근 당 대표 후보로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여당에도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가 있다. 재선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을)이다. 김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 도전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7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일 때다. 3번의 낙방을 겪고, 지난 20대 국회부터 현 지역구를 지키고 있다. 

김 의원의 부친인 고 김상현 전 의원은 서대문과 광주에서 6선을 했다. 동교동계 인물로 꼽히지만, 계파를 초월하는 마당발로 알려져 있다. 민주화추진협의회 발족의 1등 공신으로도 유명하다. 정계은퇴 후 민주당 상임고문을 맡기도 했다.

가족 의원 74번 탄생
부부·형제 등 다양


민주당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도 부자 국회의원이다. 노 의원은 고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이다. 노 전 부의장은 서울 마포갑에서 5선 국회의원과 구청장을 두 번 지냈다. 기자 출신인 노 의원이 2004년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아 지키고 있다.

국회부의장 집안 출신 의원은 또 있다. 3선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으로 그는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이다. 장 전 부의장은 11대 국회 부산 북구에서 당선됐다. 이후 장 전 부의장은 학교법인 동서학원을 설립한 뒤, 공금으로 55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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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의 동생인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최근 장 의원은 아들 장용준씨의 폭행 사건 연루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동반자의 자리를 이은 경우도 있다. 민주화 대부로 불리는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갑)의 이야기다. 인 의원은 김 전 의원이 떠난 뒤 2012년 도봉갑에 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도봉갑은 김 전 의원이 15대 국회부터 3선을 한 지역구다.

김 전 의원은 2011년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얻어 고통받던 끝에 뇌정맥 혈전증으로 별세했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 중에도 정치 가문 출신들이 눈에 띈다. 국민의힘 서범수·유경준·전주혜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다. 전주혜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석홍 전 전남지사의 딸이다. 전 의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저격수’로 불리면서 큰 활약을 보였다.

형제가 나란히 국회의원 배지를 단 경우도 있다. 국민의힘 서병수·서범수 의원이다.

정치 DNA 따로 있나
제도적 제지 의견도


형 서병수 의원(부산 진갑)은 부산시장을 지낸 4선 의원이다. 2014년 당시 부산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나온 오거돈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지만, 2018년 리턴매치에서 오 전 시장에게 패했다. 형보다 11살 아래인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은 행시 출신으로 초선 의원이다. 울산지방경찰청장,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 인사를 지냈다. 

국민의힘 유기준 전 의원과 유경준 의원(서울 강남병)도 있다. 동생 유경준 의원은 노동, 일자리 창출 분야에 정통한 '경제통'으로 손꼽힌다. 유기준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 선언을 했다. 이외에도 재선의원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시 태안군)은 친형인 고 성완종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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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석홍 전 전남지사의 딸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선대의 후광에 못 미친 초선 의원도 있다.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이다. 첫째 아들 고 김홍일씨는 김 전 대통령의 지역구에서 15·16대 의원을 지냈다. 둘째 김홍업 전 의원은 는 17대 때 재·보선에 나와 의원이 되면서 사실상 4부자가 모두 배지를 달았다.

김 의원은 임기 시작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택 3채를 잇달아 구매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었다. 또 배우자 명의 10억여원짜리 상가 대지와 아파트 전세보증금 6억5000만원 등을 누락 신고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형평성

정치인 2세들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재산·인맥·지역구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 특히 지역구 세습 문제는 오래 전부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지역구 국회의원의 직계비속을 같은 지역구에 공천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일요시사 설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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