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합당 카드’ 꺼내든 안철수 승부수, 먹힐까?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로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국민의당 합당 카드’를 내밀었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권 대통합의 진정성을 확인시켜드리기 위해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 국민의힘과 통합선거대책위를 만들어 야권 대통합의 실질적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장이 되어 국민의당 당원 동지들의 뜻을 얻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하거나 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합당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안 대표의 국회 기자회견은 사전 공지 일정에 포함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만큼 후보 단일화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무척 다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안 대표가 최근 오 후보와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밀리기 시작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합당 카드'를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시절부터 합당은 손사래를 쳐왔던 안 대표가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루 앞두고 ‘합당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오 후보와의 딘일화 경쟁서 이기기 위해서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 핵심 기반인 ‘보수 표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안 대표는 최근 LH 투기 사건 등에 대해 문재인정부를 비토하는 목소리를 냈다. 문정부의 대척점에 서서 최대한 보수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는 지난 13일, “LH 투기 의혹 사건은 ‘신도시 투기 사건’이라며 검찰의 직접 수사를 촉구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렸다.
안 대표는 자신을 ‘시민 안철수’라고 밝힌 뒤 “진상 규명의 과정이 불공정하고 결과가 부정하면 대형 사건은 의혹투성이 게이트가 된다”며 “LH 투기 의혹이 바로 ‘신도시 투기 게이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마음을 담아 환부를 가장 잘 도려낼 수 있는 검찰의 수사를 촉구한다”며 “신의 한 수를 선택하지 않으면 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부패완판’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합당 기자회견 직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원래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처음 우리 당에 들어와서 후보 경쟁하자고 들어오라고 했는데 오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국민의힘 기호로는 당선이 불가능하다며 안 온다고 하던 사람이 왜 이제와서 갑자기 합당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단일화 자체가 통합인데 왜 지금까지는 단일화돼도 기호 4번 국민의당으로 선거 치르겠다고 고집했느냐”며 “왜 여론조사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고 하시느냐”고 반문했다.
김 실장은 “그땐 거부했다가 이제 지지도가 빠지니 합당하겠다는 건, 누가 봐도 속 보이는 계산”이라며 “여론조사용 표를 겨냥한 게 아니고 승패 여부를 떠나서 합당 의지가 진심이라면 선언에 그치지 말고 당장 오늘이라도 합당 절차에 착수하시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 입장에선 후보단일화 이전에 국민의힘과 합당하게 될 경우 기존 중도층의 이탈,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패배 후 거취 등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지금까지 자신을 지지해왔던 중도층의 이탈을 꼽을 수 있다. 자칭 ‘중도 보수’를 표방해왔던 정치 노선을 유지했던 안 대표가 보수 성향으로 기울어질 경우 이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하루 만에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고 하더라도 기존 보수층이 그를 지지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출처 : 일요시사 박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