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 치르는 박근혜 파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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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초전 치르는 박근혜 파급력

일요시사 0 2073 0 0
10·26 재보선은 해당 지역 후보들에게도 중요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안철수·문재인 등 여야 거물급 대선주자들도 예비대선 전초전의 심판대 위에 섰다. 특히 내년 초쯤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가속화 할 예정이었던 박 전 대표는 예상보다 이른 등판과 야권의 잠룡 3인방과의 3:1 결투양상에 고군분투했다. ‘선거의 여왕’과 ‘미래권력’으로 불리는 그가 이번 재보선에서 남긴 것은 무엇인지, 향후 대권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봤다.



서울, 박원순 지지한 안철수와의 대결
부산, 이해성 지지한 문재인과의 대결

박근혜 전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퇴임과 안철수 원장의 ‘안풍’에 휩쓸려 뜻하지 않게 조기 등판하게 됐다.

지난 경선 패배 직후부터 차기 대권행보 일정을 머릿속에 그려둔 박 전 대표로서는 오 전 시장과 안 원장이 ‘눈엣가시’이고 아주 밉게 보일 듯도 하다.

하지만 4년 만에 선거전에 직접 나선 박 전 대표는 애초 조용한 유세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나경원 후보와 동행유세는 물론, 전국을 돌아다니며 적극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왕 나선 거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열심히 유세 현장을 찾아다니며 시민들을 만났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힘썼다.

서민과 접촉 강도 강화
파격적 격식 허물기 행보


박 전 대표에게 이번 선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정권심판론과 보수의 위기 속에 치러진 이번 재보선에 자신의 등판으로 승리하게 된다면 끊임없이 불거졌던 여러 가지 의문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박 전 대표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서울, 부산, 함양, 인제, 충주 등 전국의 선거지역을 빠짐없이 순회했고 박빙 지역인 서울과 부산은 수차례 방문하며 자신과 당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애썼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에게 이런 전국을 누비는 일정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4년 전 과는 다른 방식으로 선거를 지원해 관심을 모았다.

일단 대규모 유세가 없었다. 나 후보와 마찬가지로 공동유세에는 나섰지만 다른 후보들과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지도 않았다.
 
또한 기존의 선거 방식이었던 “우리 후보를 찍어 달라”고 주입하지 않고 부탁하지도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들으며 자세를 낮췄다.

충주에서는 노인복지관을 찾아 재취업과 교육·복지 문제에 대한 노인들의 건의사항을 일일이 청취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사회가 노후를 편안하게 지내도록 뒷받침하는 게 도리다. 필요한 부분이나 애로사항을 잘 챙겨 어르신에게 보답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서울 소공동 지하상가를 지날 때는 한 여성복 상점 주인이 “(상가 재개발에 반대하며) 한나라당과 시청 앞에서 28번이나 시위를 했다”며 눈물을 글썽이자 박 전 대표는 “그럼 잠깐 들어가시죠….”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 동료 상인 서너 명과 즉석 면담을 했다.

북창동 한 식당에서는 일행 3명이 앉아있는 식탁 앞에서 “앉아도 되느냐”며 합석하기도 했다. 서민과 접촉면을 대폭 넓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도도 강화한 것이다.

인제 재래시장에서는 빨간 고무통에 교자상을 얹은 ‘임시식탁’에서 3천원짜리 올챙이국수를 먹었고, 함양 재래시장에서는 “아무 것이나 잘 먹는다”며 6천원짜리 순대국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부산 재래시장의 만두가게에서는 만두를 한 입 베어 물며 “맛있다”를 연발했다. 명동에서 그는 자신을 알아보는 일본인 관광객들과 휴대전화 사진을 찍고 호떡을 파는 트럭 앞에서 “제가 좋아한다”면서 사들고 가는 등 2시간여 시민과의 데이트를 즐겼다.

과거에도 시장상인이나 자영업자들을 만났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던 박 전 대표로서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격식 허물기였다.

‘정치’가 등장하지 않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자신이 밝힌 ‘한국 정치의 위기’에는 당 내부 간 그리고 여야 간 ‘정치투쟁’의 모습이 크게 작용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정책을 내세웠다. 선거지원 첫날 일자리 창출을 시작으로 이후 노인복지·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어촌 대책·문화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군인 복지 등에 대해 참석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이 같은 변화에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주도해 선거운동 방식이 바뀌지 않았느냐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3풍’에 위협받는
‘박근혜 대세론’


이번 재보선의 핵심인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원장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다른 주자들보다 두 사람의 행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지원하는 나 후보가 승리할 경우 박 전 대표는 ‘대세론’을 지킴은 물론이고 이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입지를 확고히 다져 내년 총선 공천 등에서도 막강한 입김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총선 결과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 될 수도 있지만 최소한 내년 총선까지 당 내에서의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박 전 대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안풍(安風)’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을 상징하는 안풍이 제도권 정치에 차단되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잠재적 대권주자의 위상도 꺾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가 승리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박 전 대표가 4년 동안 쌓아온 박근혜 대세론의 아성이 일거에 흔들리게 됨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무너질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박 후보가 기존 정당정치를 반대하며 시민후보로 나와 승리한다면 곧 정당정치를 주장하는 박근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며, 박 전 대표의 수도권 공략 전략과 대선 행보에도 적잖은 타격을 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1319418547-87.jpg 함양, 김두관 비서실장 지낸 윤학송과의 대결
최소 2승1패의 성적표 받아야 대권행보 탄력


반면 ‘박원순 시장’을 만든 안 원장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상승하며 안 원장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라는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이 경우 안 교수를 중심으로 정치세력화 움직임도 본격화할 수 있고 안 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윤여준 전 장관이 공공연히 밝혀온 내년 3월 제3당 창당을 본격화 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안 원장의 입지 상승은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흔드는 것은 물론 문재인 이사장의 입지를 좁히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여겨진다.

10·26 재보선의 또 다른 흥행지역인 부산동구청장 선거는 박 전 대표와 문 이사장과의 피할 수 없는 승부의 장이 되고 있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문 이사장의 정치적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문 이사장은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에 맞선 이해성 야권단일후보의 선거를 전면 지원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 후보가 승리할 경우 문 이사장은 PK(부산·경남)를 중심으로 자신의 정치적 영역을 넓히면서 부산에서의 내년 총선 전망도 한층 밝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에서 나 후보가 승리하고 부산에서 이 후보가 승리할 경우, 차기 대권주자는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안풍’으로 인해 한동안 잠잠했던 ‘문풍’이 다시 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영석 후보가 승리할 경우 부산은 ‘반MB’ 정서가 강한 것과는 상관없이 ‘한나라당 텃밭’이란 인식을 재차 심어줄 가능성이 높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박 전 대표는 한결 수월하게 이 지역을 공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낙동강 서부전선’ 경남 함양군수 선거도 정치적 의미로 중요한 지역이다. 함양은 무소속 윤학송 후보가 김두관 경남지사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경력을 들어 선전하고 있어 야권의 잠재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 지사와 박 전 대표의 대결도 흥미를 모으고 있다.

또한 함양군은 민선 지자체 시행 이후 한나라당이 군수 선거에서 4전 전패한 불모지로서 민주당은 부산·경남(PK) 지역으로의 동진(東進)을 꾀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불모지인 함양에서 박 전 대표의 득표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정치권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만약 함양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박 전 대표는 낙동강 서부전선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고 ‘불모지 개척자’라는 새로운 의미 창출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패배할 경우 야권의 힘을 넘지 못했다는 비난론과 김 지사의 영향력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 될 게 뻔하다.

승리-대권행보 박차
패배-대세론 휘청


이처럼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3:1이라는 수적으로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

정치권에서는 최소 2곳의 승리를 이뤄내야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지 않고 지속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그 2곳 중 1곳은 서울시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대선 전초전을 치른 박 전 대표가 앞으로 날개를 달고 승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느냐, 상처를 입고 치료 받을 시간이 필요할 것인지 10·26 재보선의 성적표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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