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위드 코로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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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진퇴양난' 위드 코로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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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면 늘고 조이면 죽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일상회복의 길목마다 발목을 잡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등으로 코로나19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자는 취지의 ‘위드 코로나’ 역시 위기를 맞았다.


지난 2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고 있는 한 서울시민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고 있는 한 서울시민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같은 해 3월 WHO(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상태)으로 규정했다. 한국 역시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백약이 무효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1년여 만에 백신이 등장했다. 각 나라는 앞다퉈 백신 확보 경쟁에 나섰고 접종을 시작했다.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던 백신의 보급은 코로나19 극복의 시발점으로 여겨졌다.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다다른 나라들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행했다. 한국도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에 이르면서부터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의 피로가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한국은 지난 1일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651일 만에 일상회복을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위드 코로나는 11월1일 1단계, 12월13일 2단계, 내년 1월23일 3단계 등 6주 간격으로 단계를 밟아 진행될 예정이었다.


3단계에 이르면 시설 운영과 행사, 사적 모임 관련 제한이 모두 사라지고 실내 마스크 착용과 전자출입명부 등 기본 수칙만 남는다. 


정부는 확진자 수를 줄이는 방식에서 위중증 환자 관리 및 일상회복으로 방역의 초점을 옮기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매 단계는 4주 동안의 이행기간과 2주의 평가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접종 완료율, 중환자실‧병상 여력, 주간 중증환자‧사망자 발생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단계 이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651일 만에 일상회복 첫발
확진자 수 3000명대 폭증


위드 코로나는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됐다. 한국보다 앞서 위드 코로나 시행 후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다시 봉쇄 체제에 돌입한 나라들이 여럿 있었지만, 자영업자의 고통이 극한에 달한 상태에서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후로 위드 코로나 시행 4주째로 접어들었다. 이번 주가 지나면 1단계 이행기간이 끝난다. 2주의 평가기간을 거쳐 위드 코로나 2단계 돌입 여부가 결정되는데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위드 코로나 시행 여부를 두고 제기됐던 우려가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는 중이다. 


먼저 확진자 수가 폭증했다. 지난 17일 확진자 수가 3187명을 기록한 데 이어 18일 3292명으로 치솟았다. 종전 최대였던 9월25일 3270명을 넘어선 수치다. 확진자 수는 그동안 2000명대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다가 위드 코로나 이후 방역수칙이 완화되면서 증가하는 모양새다.


‘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 ‘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또 올해 상반기부터 백신을 접종한 60대 이상 연령층을 중심으로 접종 효과가 떨어지면서 돌파감염마저 일어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역시 늘어나는 중이다. 백신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위‧중증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일종의 억제제다. 하지만 백신의 효과가 감소하면서 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 정부가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제시했던 기준인 위중증 환자 500명은 이미 넘어섰다.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자 덩달아 사망자 수도 많아지는 추세다. 누적 사망자 수는 3000명을 넘어섰고, 치명률도 치솟고 있다. 

문제는 위‧중증 환자 비율이 병원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다 보니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고위험군 환자일수록 적시에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한데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망자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부스터샷(추가 접종) 권고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상반기에 백신을 맞은 고령층에 좀 더 빨리 부스터샷을 접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돌파 감염이 늘어나자 정부는 그제야 접종 간격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고령층과 요양병원 입원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 간격을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인 것이다. 50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 간격도 5개월로 단축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돌파감염을 막기 위한 추가접종이 시급하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병상은 줄어가는데
정부 “아직 괜찮아”


그러면서도 정부는 ‘비상계획’은 아직 없다고 못 박았다. 비상계획은 위드 코로나를 잠시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험 수준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발동 가능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8일 “현재 상황은 비상계획을 발동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 반장은 “비상계획은 전국 단위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 조치가 필요하다면 지역적 대응도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지역적 대응이 일상회복을 중단하고 과거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귀하는 수준까지 가는 것이 아니고, 문제가 되는 부분에 조치가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고성준 기자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고성준 기자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코로나19 위험도 평가 기준을 공개했다. 위험도 평가는 평가 주기를 기준으로 직전 주 일요일에서 토요일까지 1주간 모니터링 한 주간평가와 지난 4주간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단계평가로 나뉜다.


이와 별개로 유행 위험도가 높아지면 긴급평가를 진행해 비상계획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긴급평가는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75%를 넘었을 경우 ▲주간 위험도 평가 결과가 ‘높음’이나 ‘매우 높음’인 경우 ▲4주간의 단계 평가 결과가 ‘높음’ 또는 ‘매우 높음’인 경우 ▲그 밖에 정부가 방역의료분과위원회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비상계획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등이다. 

의료·방역 대응지표, 코로나19 발생지표, 예방접종지표 등 크게 3개 영역, 17개 세부 지표로 나눈 위험도 기준에 따라 11월 2주차 코로나19 위험도는 ‘낮음’ 수준이라는 것. 세부적으로 수도권은 ‘중간’ 비수도권은 ‘매우 낮음’으로 평가됐다. 


다음 단계는?


일각에서는 정부의 위험도 평가와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대응이 늦어 확진자 수는 물론 사망자 수까지 삽시간에 불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위드 코로나로 한번 고삐가 풀린 상태에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강화를 국민에게 요구하긴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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