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4수' 속 보이는 손학규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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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4수' 속 보이는 손학규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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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몸값 올리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대선 단골손님 손학규가 돌아왔다. 대선 경선 문턱을 번번이 못 넘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는 이번엔 ‘나홀로 대선’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기에, 많은 이들은 그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손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 왜 나왔을까?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소재의 한 카페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 갖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고성준 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소재의 한 카페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 갖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생각 놀이터 HOW’s에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등장하자, 현장에 모인 수십여명의 지지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지지자들의 손을 하나하나 붙잡으며 등장한 손 전 대표는 곧장 연단으로 올라가 출마 선언의 이유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또… 


손 전 대표는 “노욕과 노추, 대통령 병 등 온갖 비난, 야유, 조롱이 있는 것 다 안다”며 “이런 비난들을 모두 떠안고 가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대통령선거를 보면서 내가 추구해왔던 가치와 정치생활이 무시받는 느낌을 받았다. 멀거니 쳐다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요즘 대선이 미래 비전은커녕 인신공격, 마타도어, 포퓰리즘으로 얼룩져 있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 대표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국민들 앞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정동영 대선후보에게 패배하며 첫 번째 고배를 마셨고, 4년 뒤 제18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크게 밀리며 낙선했다.


제19대 대선에서는 국민의당 경선에 참여해 안철수 당시 대표에게 최종 대선후보 자리를 내줬다.


손 전 대표는 총 세 차례 모두 경선에서 떨어졌다. 대선으로 가는 길목마다 같은 당의 다른 후보에게 가로막혀 본선에는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셈이다.


그 때문일까. 이번에 그는 무소속으로 대권에 도전했다. 적을 두었던 민생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를 결심한 것이다.


그는 출마 선언식에서 기자들에게 “오늘 아침 민생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무일푼, 무소속으로 이번 대선에 출마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돈도 없고, 당적도 없는 정치인이 조롱을 들으면서까지 대선에 출마해 이루려고 하는 뜻은 무엇일까. 출마 선언문을 읽는 손 전 대표 뒤에는 “대통령제를 없애는 대통령”이라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경선서 3차례 고배
이번엔 무소속 출마


그는 대선에 출마할 때마다 줄곧 본인이 “마지막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의회 중심의 연합정치 시대를 열겠다는 뜻이다. 


다당제를 기반으로 한 연립정부를 만들겠다는 게 그가 말하는 대선 출마의 이유다. 손 전 대표는 이날 독일의 연방제를 가장 이상적인 정치 체제로 꼽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독일식의 연합정치가 이상적이다. 여러 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해서 정책을 구상하고 법안은 법안대로, 행정은 행정대로, 사법기관은 사법기관대로 일해야 한다”며 “권력을 최대한 분산시켜 중앙권력의 힘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의 주장대로 독일은 철저히 국가의 권력을 나눠놨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으며 전체주의에 학을 뗀 독일은 상·하원으로 구성된 의회가 입법을 도맡고, 연방 수상을 중심으로 한 내각이 행정 일을 담당한다. 사법기관은 철저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박성원 기자
▲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박성원 기자

이와 반대로, 대통령이 모든 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의 정치체제는 늘 손 전 대표의 불만거리였다. 그는 “무한 권력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누구 하나가 되면 나머지 하나는 감옥에 갈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 이런 대통령제는 정말 괴팍하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그가 밝힌 제20대 대선 출마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지와 마타도어로 물든 대선에 대한 싫증이다.


이것을 혁파하기 위해 그는 무소속, 무일푼으로 뛰는 ‘나홀로 대선’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저의를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만으로 명분이 약하지 않냐는 지적이다.


노욕, 노추, 대통령병?
“모든 비난 끌어안겠다”


속내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대통령제 폐지’라는 명분은 허무맹랑하게 들린다. 이는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를 폐지하려면 개헌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개헌안이 제안돼야 한다. 또 개헌안이 통과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나홀로’ 대통령이 국민들의 직선제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을 뚫을 리도 없고, 국회의 압도적 찬성을 끌어낼 리도 만무하다.


직선제 폐지에 대한 개헌은 아니었지만, 집권 여당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조차도 본인의 개헌안을 국회에 제안했다가 끝내 무산된 적이 있었다.

2018년에 발의된 문정부의 10차 개헌안은 등장한지 한 달 만에 폐기됐다. 마타도어로 얼룩진 대선을 치유하겠다는 명분도 앞뒤가 안 맞는다.


그는 “서로 공격만 하느라 국가의 비전 제시는 놓치고 있다”고 지금의 대선 형국을 비판했지만, 이는 손 전 대표의 현재 행보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달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이루었던 업적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는 내가 도지사를 해봐서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이 후보를 비난한 바 있다.


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는 “검찰의 요직에 있으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챙길 땐 언제고, 이제와서 자기는 아닌 척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듣기 딱 좋다”고 발언했다.

대선 출마 선언 하루 만에 두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이제 그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명분으로 내세운 것들은 하나같이 설득력이 약하고, 그럼에도 그는 가시밭길을 고집하고 있다. 몇몇 정계 전문가는 그가 접전이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 출마해 “존재감을 부각시켜 몸값을 올리려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의심을 하고 있다.


어디로?


민생당을 탈당한 후, 당적이 없어진 그는 지금 어느 쪽에 입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림을 그려놨다. 대선 출마를 결심했을 당시, 미리 그려 놓았던 큰 그림은 무엇이었을지, 이제 곧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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