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린 총수들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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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린 총수들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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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이는 ‘회장님’들이 늘고 있다. ‘오너는 냉정하고 강해야 한다’는 경영 원칙에 따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 눈시울을 붉히는 것도 모자라 울먹이고 아예 질질 짜기도 한다. 그 이유는 가지각색 모두 다르다. 최근 전현직 총수들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유형별로 정리해 봤다.

조남호·담철곤 ‘위기의 눈물’
이건희·김준기 ‘감동의 눈물’
구본능·김택진 ‘아쉬운 눈물’
박태준·김우중 ‘회고의 눈물’




지난 8월10일 부산시청 브리핑실. 마이크 앞에 선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특히 정리해고 문제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조 회장의 눈물은 갖가지 해석을 낳았다. 직원에 대한 사죄의 뜻일까, 억울하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국민들에게 동정을 받기 위한 연출용일까 등의 의문이 쏟아진 가운데 ‘악어의 눈물’이 아니냐는 냉소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대부분 ‘연출용’ 시선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때도 울었다. 환노위는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던 지난 7일 조 회장을 불러 ‘해고 근로자 94명을 1년 안에 재고용 한다’는 권고안을 제시하고 3시간 동안 설득 작업 끝에 관철했다. 조 회장은 당시 권고안을 받아들이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지켜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조 회장이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 “그동안 노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진행해 온 대기업의 정리해고 공세가 좌절된 데에 대한 분함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이는 ‘회장님’들이 늘고 있다. 눈시울을 붉히는 것도 모자라 울먹이고 아예 질질 짜기도 했다. 그 이유는 가지각색 모두 다르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도 조 회장과 비슷한 ‘위기의 눈물’을 흘렸다.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법정에서다. 회삿돈 226억원을 빼돌리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는 담 회장은 지난 8월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질질 짰다. 부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이 증인으로 나와 담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면서 울먹이자 담 회장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 사장은 “남편은 피고인석, 난 증인석에 앉아 있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며 30여분의 진술 내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고, 이를 듣고 있던 담 회장도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기업의 이미지, 성장, 해외시장 개척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고 기소된 사실을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준법경영이 부족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감동의 눈물’을 보인 총수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7월7일 더반 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호명되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장은 평창이 첫 출사표를 던진 2003년부터 동계올림픽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며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이를 위해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1년 반 동안 모두 11차례에 걸쳐 170일 동안 해외에 체류했다. 총 이동거리만 21만㎞에 달한다. 이는 지구를 5바퀴 넘게 돈 거리다. 110명의 IOC 위원 중 만나지 않은 위원이 없을 정도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김 회장은 지난 12일 춘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6회 동곡상 시상식에 참석해 “32년 만에 동곡상이 부활하게 돼 정말 감격스럽다”고 벅찬 감회를 밝혔다. 그리고 행사 중간 중간 감동에 젖은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동곡상은 김 회장의 선친인 동곡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이 1975년 강원도 발전에 기여한 일꾼들을 찾아내 포상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1979년까지 5회에 걸쳐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1980년 신군부 정권이 들어서면서 김 전 부의장이 만든 장학재단이 해체되고 동곡상 수상도 중단됐다. 김 회장은 1989년 동곡사회복지재단을 만들었고, 이번에 선친의 유지를 계승해 동곡상 시상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그리움의 눈물’을 흘린 오너도 있다. 주인공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다. 두 사람은 지난달 14일 세상을 떠난 고 최동원의 빈소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지난 8월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선임된 구 회장은 지난달 15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끝내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는 도중 눈물을 보였다. “내가 좋아했던 야구인이자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투수가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구 회장은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이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앞서 전날 조문한 김 대표도 눈시울을 붉혔다. 김 대표는 “내 마음 속에 영원한 영웅”이라며 침통한 심경을 말하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울먹였다. 얼마 전엔 ‘노 회장’들의 ‘회고의 눈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개석상서 ‘펑펑’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지난달 19일 포항 지곡동 포스코 한마당 체육관에서 포스코 재직시절 함께 근무했던 퇴직직원들과 만남의 행사를 가진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박 명예회장은 행사 연설 중 지난날을 회상하며 손수건으로 촉촉해진 눈가를 훔쳤다. 박 명예회장은 자리에서 포스코의 역사가 담긴 영상을 보며 복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역시 복받치는 감정을 누르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3월22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우 창립 44주년 기념식에서 전 대우합창단이 부른 가수 송창식의 ‘우리는’ 노래를 듣던 중 눈물을 흘렸다. 이어 대우그룹 사가가 울려 퍼지자 그의 눈엔 또 다시 눈물이 고였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다 일순간 공중분해 된 대우그룹과 방랑자로 전락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눈물로 비춰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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