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 전격 퇴진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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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 전격 퇴진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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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명가’ 귀뚜라미그룹 창업주이자 오너인 최진민 회장이 돌연 퇴진을 선언했다. 갑자기 경영에서 물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왜 스스로 ‘지휘봉’을 놓은 것일까. 그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봤다.



그룹·TBC 경영일선서 돌연 물러나…배경 주목
무상급식 메일 논란·편법증여 의혹 부담 관측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은 지난 6일 ‘TBC(대구방송) 임직원 여러분들께’란 제목으로 회사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을 통해 TBC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방송의 ‘소유와 경영 분리’원칙에 따라 전문 방송인을 사장으로 발탁해 회사를 이끌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코스닥에 주식을 등록해 투명경영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회장직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고 퇴진 이유를 밝혔다.

진짜 이유는?

2003년 TBC를 인수한 이래 회장직을 맡아온 최 회장은 TBC의 최대주주다. 나노켐, 귀뚜라미, 귀뚜라미복지재단, 귀뚜라미홈시스 등 귀뚜라미그룹 계열사들은 TBC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임으로 최 회장은 TBC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대주주의 지위는 유지된다. 최 회장은 SBS의 2대주주(귀뚜라미 5.72%)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귀뚜라미그룹 회장직에서도 내려왔다. 그룹 측은 “창업 50년을 맞아 귀뚜라미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국내 사업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최 회장은 글로벌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사임하게 됐다”며 “최 회장은 앞으로 해외공장을 설립하는 방안 등 글로벌 사업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대구공고와 영남대(옛 청구대)를 졸업하고 1962년 귀뚜라미보일러를 창업했다. 이후 국내 최초로 기름보일러를 개발하는 등 지난 50년간 국내 난방산업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보일러업체 귀뚜라미, 냉방기업체 센추리 등 10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귀뚜라미그룹은 연매출 9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최 회장은 귀뚜라미그룹 역시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대주주의 지위는 그대로다. 최 회장 일가는 그룹 지주회사 격인 귀뚜라미 지분 61.78%를 갖고 있다.
업계는 최 회장이 잇달아 ‘지휘봉’을 놓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최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구설에 부담을 느껴 사퇴를 결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른바 ‘메일 파문’이 최 회장의 사임 이유로 꼽힌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임직원들의 참여를 반강제적으로 독려하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 논란이 일었다.

당시 귀뚜라미 인트라넷엔 ‘회장님 메일 공지 : 서울시민 모두, 오세훈의 황산벌 싸움 도와야’란 글이 게재됐다. 이 글엔 “빨갱이들이 벌이고 있는 포퓰리즘의 상징, 무상급식을 서울 시민의 적극적 참여로 무효화시키지 않으면 이 나라는 포퓰리즘으로 망하게 될 것이며 좌파에 의해 완전 점령당할 것이다. 서울시 총유권자는 836만, 이중 3분의 1인 278만명이 투표에 참가하고 투표자의 과반이 무상급식에 반대표를 던지면 오세훈이 이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회장님 메일 공지 : 공짜근성 = 거지근성’이란 게시물이 추가로 올라왔다. 여기엔 “어린 자식들이 학교에서 공짜 점심을 얻어먹게 하는 건 서울역 노숙자 근성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공짜 점심 먹고 자라면 나이 들어서도 무료 배급소 앞에 줄을 서게 된다”고 적혔다. 특히 “(회장님께서) 특별한 경우가 없다면 서울시 주민들은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주셨습니다”란 안내문도 함께 게재됐다.

귀뚜라미 측은 “회장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다. 지만원씨의 글(오세훈의 황산벌 싸움 도와야)과 지인들이 보내온 글을 인용해 사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언론사 대주주이자 경영인이 선거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최 회장은 주민투표법 위반 혐의로 시민단체들로부터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최 회장은 편법증여 의혹도 받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 회장은 특허권을 아들이 취득하게 해 회사가 두 아들에게 특허사용료를 지불하게 했다”며 귀뚜라미 일가의 편법증여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최 회장의 장남인 성환씨는 철학전공 대학생 시절에 ‘보일러의 순간 수압 평형장치’, ‘가스보일러용 가스연소장치’등 특허 24건을 확보했다”며 “차남인 영환씨도 미성년인 19살부터 특허출원인으로 등록하는 등 현재까지 19건의 특허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는 사실상 귀뚜라미 법인이 소유해야할 특허권을 총수일가가 회사이익을 편취해 갖고 있는 것”이라며 “최 회장은 지난 10년간 특허 사용료로 286억원을 귀뚜라미로부터 받았는데 만일 아들들이 가진 특허와 연계해 제품이 개발되고 특허사용료를 받게 된다면 새로운 증여형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귀 가능성도

최근 한 주간지는 최 회장과 자녀들이 회사와 연구원들의 특허를 가로챈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언론은 연구원들의 증언을 인용해 “(최 회장 일가가) 아이디어를 내거나 조언을 했지만 실제로 개발 활동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며 “특허가 출원된 것 중일각에선 벌써부터 최 회장의 복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일련의 논란들이 잠잠해지면 다시 그룹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2003년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가 2009년 복귀한 적이 있다. 그룹 측은 “최 회장의 사임은 논란들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다시 복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최 회장이 일선에서 완전히 발을 뺀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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