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 '형제의 난' 불씨 꺼지지 않는 내막

한국뉴스


 

금호가 '형제의 난' 불씨 꺼지지 않는 내막

일요시사 0 2263 0 0
금호의 ‘형제의 난-시즌3’가 예고되고 있다. 선방을 날린 건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 인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부터다. 박삼구 회장은 애써 태연한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지만 종전의 사태를 돌이켜 보면 언제 반격에 나설지 모를 일이다. 폭풍전야를 방불케 하는 고요함에 입이 바짝 마를 지경이다. 재계는 숨을 죽인 채 언제 3라운드 공이 울릴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박삼구 회장 인사들 검찰에 고발
형제 사이 앙금?…3차 형제의 난 벌어질까 촉각

금호석유화학(대표 박찬구)은 최근 기옥 금호산업 대표이사를 포함해 전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호석화는 기 대표와 전 관리담당 상무 박모씨가 임의로 법인인감을 사용해 위조문서를 작성했다는 정황을 최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형님 사람’ 기옥 전 대표
문서 위조 검찰 고발

당시 기 대표가 금호렌터카의 재무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한통운을 인수하려는 박삼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금호석화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8년 1월 기 전 대표는 금호석화가 1000억원 규모의 금호렌터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회사 명의의 확약서를 만들어 금호렌터카에 제공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컨소시엄이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입찰 절차에 이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에서 금호석화 측은 기 전 대표 등이 주요 투자안건에 관해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회의 소집조차 하지 않은 채 독단으로 확약서를 작성했으며, 법인인감 사용대장과 공문철에도 확약서 관련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 대표가 박삼구 회장 측 인사라는 점에서 재계는 삼구-찬구 형제 간 벌어졌던 그룹 경영권 갈등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이번 고소가 제3차 형제의 난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은 물고물리는 혈투를 벌이고 있는 삼구-찬구 형제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오히려 과거 금호가는 모범적인 형제경영으로 골육상쟁이 난무하던 재계의 모범이었다. 집안의 대소사부터 그룹의 경영현안까지 중요한 의사결정은 철저한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할 정도였다. 이들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건 지난 2006년부터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이 여세를 몰아 지난 2008년 물류업계 1위인 대한통운을 집어삼키면서 재계서열 11위에서 8위(민영화 공기업 제외)로 급부상했다.

그룹 측은 2건의 대형 인수·합병(M&A)에 자그마치 10조원에 이르는 돈을 쏟아 부었다. 국내 M&A 사상 최대의 자금이 투입된 것이다. 당시 박찬구 회장은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M&A하면 경영 상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적극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회장의 예상대로 그룹은 대우건설을 삼킨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박삼구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형제 간 불신의 싹이 자랐다. 형에게 불만을 품은 박찬구 회장은 돌연 그룹 경영권을 노린 ‘쿠데타’를 일으켰다. 박찬구 회장은 아들과 함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당초 10.01%에서 18.47%로 늘렸다. ‘10.01%’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5남 박종구씨를 제외한 금호가 4형제(성용-정구-삼구-찬구) 일가가 동일하게 보유해온 이른바 ‘황금 지분율’이다. 뒤늦게 박삼구 회장도 금호석유화학 지분(11.77%)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동생에게 뒤통수를 맞은 박삼구 회장이 꺼내 든 것은 ‘동반퇴진’ 카드였다. 박삼구 회장은 당시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다른 친인척들의 지분을 동원, 박 전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박탈했다. ‘형제경영의 모범’이라 불릴 만큼 형제애를 과시했던 금호가의 25년 아름다운 전통이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금호가 두 형제가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는 동안 두 선장을 잃은 ‘금호호’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풋백옵션’을 감당하지 못해 인수 2년여 만에 다시 시장에 내놓게 됐다.

지난 2006년부터
형제의 난 발발

또 글로벌 금융위기로 계열사들이 실적부진을 겪으며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작업)을 개시하고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 등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결국 그룹의 운명이 채권단 손에 넘어가게 된 것. 그룹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가 오너의 사재출연을 요구했고 채권단과 최종 합의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금호 일가가 주식·부동산 처분권을 채권단에 넘긴다는 경영책임 이행 합의서를 제출했다”며 “금호가가 제시한 ‘분리 경영안’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수용했다”고 밝혔다.

두 형제는 2세들 지분까지 포함해 대주주 주식 의결·처분권을 채권단에 넘겼다. 이들이 채권단에 위임한 사재는 집을 제외한 주식과 부동산 등을 합쳐 25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당초 금호가는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하며 버티다 막판에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후 삼구-찬구 형제는 동반퇴진하면서 계열사를 쪼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분쟁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2009년 가족경영 ‘좋은 예’서 ‘나쁜 예’로
순이익 -50.1% 기록…‘형제의 난’ 때문에?

이윽고 삼구-찬구 형제는 각각 지난해 11월과 3월 금호아시아나 회장, 금호석화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했다. 이후 계열분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외부적으로 양측의 갈등이 봉합된 듯 보였다. 특히 형제는 모친 이순정 여사가 별세하자 빈소에서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등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화해 행보를 걷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갑자기 불거진 박찬구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조사 과정에서 박 회장이 배후로 박삼구 회장을 지목하면서 갈등은 재점화 됐다. 급기야 박삼구 회장을 사기·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이처럼 2차전에서 서로 ‘한방’씩 주고받은 형제의 사이는 전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예 끝장을 볼 태세여서 둘 중 하나가 피를 보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측근을 고소하면서 보기 좋게 선방을 날렸다. 금호석화의 공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애써 태연한 척 표정관리에 나섰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새삼스럽게 반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재계는 불안하기만 하다. 언제 터질지 위태로운 것이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경영 정상화 코앞
아직도 티격태격

금호석화는 지난해 6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박찬구 회장은 광폭 행보를 보이며 경영정상화에 ‘올인’해왔다. 이 결과 금호석화는 지난해 36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197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올해도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마찬가지. 지난 3년간 이어져 오던 구조조정은 현재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계열사 실적만 개선된다면 그룹 회생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 정상화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표면상으로는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경우 얼마나 오랫동안 레일 위를 달릴 수 있느냐다.

재계는 삼구-찬구 형제의 관계가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힘을 합쳐 회사를 일으켜도 모자랄 판에 서로 티격태격 대고 있다”며 “금호가 정상화 된다한들 향후 언제라도 부실에 빠질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