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홍반장’ 막말 파문 일파만파

한국뉴스


 

궁지몰린 ‘홍반장’ 막말 파문 일파만파

일요시사 0 1808 0 0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거침없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항상 주목받는 정치인 중 한명이었다. 당 대표 취임 후에도 그의 ‘막말’은 계속 되었고 10·26 재보선 참패 책임론이 불거지는 시점 또 다시 막말 파문에 휩쓸렸다. 젊은 층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생과 만난 자리에서 홍 대표는 소통은커녕 호된 꾸지람을 들으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한나라당은 경악했고 최고위원들까지 공식 사과를 압박하자 “전달과정의 오해가 있었다. 어쨌든 죄송하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의 입에 한나라당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꼴같잖은 게 대들고, X도 아닌 게 대들고”
“강호동이나 이만기 데려와 한판 세게 해뿌던지”


재보선 참패의 요인으로 분석되는 젊은 층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행보에 나온 첫날부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화려한 ‘막말 퍼레이드’는 시작 되었다.
 
지난달 31일 홍익대 인근 카페에서 대학생 30여명과 ‘타운미팅’을 가진 홍 대표는 “왜 한나라당을 싫어하느냐”고 묻자 학생들은 “한나라당은 대학생들의 감성을 공감하는 게 부족하다” “멀리 있는 존재라고 느껴진다”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X도 아닌 게”

홍 대표는 씁쓸한 감정을 추스르고 “내가 겨우 3개월 전에 주류가 됐다. 그런데 꼴같잖은 게 대들고 X도 아닌 게 대들고. 이까지 차올라 패버리고 싶다. 내가 태권도협회장이다. 이걸 XX 줘 패버려.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더러워서 참는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화여대생을 만났던 얘기도 꺼냈다. 그는 “내가 대구에서 가장 따라지인 Y고를 나왔는데 K여고를 나온 이대생이 미팅에서 만난 지 30초 만에 자리를 떠서 이대를 별로 안 좋아했다”며 “전여옥 의원이 이대 출신이거든. 전여옥한테 내가 ‘이대 계집애들 싫어하지’ 이런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생들을 ‘이대계집애’라고 비하한 것이다.

또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한·미FTA 비준안 처리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선 “더러워서 정치를 못 하겠다. 여야 대표가 합의한 것도 (민주당이) 안 지킨다. 내년 국회에는 (씨름선수 출신인) 강호동이나 이만기를 데려와야겠다. 한판 세게 해 뿌리던지…”라고 말해 정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대화’화 ‘타협’이 아닌 힘으로 제압하려는 인식을 줘 빈축을 샀다.

다음날 20∼40대 금융계 종사자들과 가진 두 번째 타운미팅에서도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다.

홍 대표는 인사말에서 “한나라당과 나를 지지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을 미워하는 이유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 달라”고 당부하자 “국민도, 젊은 층도 한나라당에 비판적이고 불만이 많지만 금융인도 그렇다”면서 “솔직히 현 정권 3년 반 동안 거의 모든 금융 공기업이 반 한나라당으로 바뀌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외환은행에 근무하는 한 참석자는 한나라당의 10·26 패배의 원인을 놓고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한 정책이나 금융의 공공성이 적정했는지에 대해 서민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표심이 표출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정부가 나누기의 일환으로 도입한 ‘공공기관 대졸자 초임 삭감’ 정책을 한나라당이 앞장서 철회시킨 점을 감안해 달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 소속의 한 참석자는 “작년 입사해 월급을 제대로 못 받은 직원은 1년 반 치 못 받은 걸 받을 방법이 없다”며 지금까지의 월급 삭감 분을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자 홍 대표는 “그런 조건하에 입사를 했던 것 아니냐”면서 “신규취업이 힘들어 청년실업자가 늘어나는 어려운 상황에서 처음 취업하신 분은 그런 조건하에서 취업했으니 적선한 셈 쳐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민심과 동떨어진 말들이 계속 되자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은 작심한 듯 홍 대표를 몰아세우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홍 대표를 압박했고 홍 대표는 “전달과정에 오해가 있었다”며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홍 대표는 지난 2일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20대들과 반값등록금, 한미FTA 등에 대해서 토론을 펼쳤지만 이 또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20대 토론자들이 한나라당과 홍 대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과 질타를 쏟아내자 홍 대표가 머쓱해 하거나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 참석자가 “한나라당을 떠올릴 때 블루컬러, 고급오픈카를 타고 농촌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며 “왜 20대에게, 특히 10·26 보궐선거에서 이런 이미지가 생겼나”라고 묻자 홍 대표는 “한나라당뿐 아니라 정치인 이미지가 다 그렇다”고 항변했다.

그러자 다른 참석자가 “그런 생각이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면서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벌인 것이 가장 큰 실패요인”이라고 쏘아붙였다.
 
홍 대표는 “네거티브와 검증은 다르다”고 재차 반박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청문회를 통해 임명된 사람들의 82%가 소위 5대 의혹을 저질렀다. 검증 강조하신 분이 정작 현 정부의 인사난맥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왜 가만히 있었느냐”는 반격에 부딪혔다.

이 외에도 반값 등록금, 강용석 의원 제명안 부결 문제, 한미FTA 비준안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해 토론을 벌였고 홍 대표는 해명에 진땀을 빼야만 했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한 네티즌은 “토론을 보고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한나라당은 잘못이 없고 정치판은 원래 다 그런데 그냥 낙인이 찍혔을 뿐이다’고 변명만 늘어놓는다”며 비난했고 “이거 언제 끝나요? 100분토론 아니예요?”라며 토론 내내 귀찮아하는 태도와 불성실한 대답에 화가 났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도 “소통하고자 나온 자리가 아니라 소통을 보여주고자 하는 자리이니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지요. 토론을 보니 앞으로도 소통할 생각이 없는 당처럼 보였다”고 힐난했다.

‘형식적 소통’은 역효과

이처럼 홍 대표의 입은 여러 가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0·26 재보선 참패의 책임론을 맞으며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홍 대표가 거침없는 입담으로 위기를 돌파해 보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되나 한나라당의 위기와 당내 갈등을 더욱더 자초하고 있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취임 5개월만에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홍 대표. 그의 돌파구는 뛰어난 리더십과 정치력이지 거침없는 막말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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