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28)범한판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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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28)범한판토스

일요시사 0 3060 0 0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대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구씨방계’LG그룹 등에 업고 수천억씩 매출 찍어
오너 모자 개인회사…매년 수백억 ‘배당 돈잔치’

1977년 설립된 범한판토스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화물운송 중개·대리 업체다. 당초 범한흥산으로 설립됐다가 2006년 지금의 상호로 변경됐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가 있으며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부산, 창원, 구미 등에 지역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범한판토스의 해외 네트워크는 국내 종합물류업체 중 최대 규모다. 아시아, 미주,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 37개국 104개 지역에 139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까지 200개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운송 전담해 급성장

현재 30여개에 달하는 자회사(해외법인 포함)를 두고 있는 범한판토스는 2000년대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85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4576억원으로 10년 만에 무려 17배가 넘게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30억원, 31억원에서 460억원, 736억원으로 늘었다.

몸집도 크게 커졌다. 자본금은 창업 당시 7억원이었으나 수차례의 유·무상증자를 거쳐 2000년 20억원, 2001년 30억원, 2004년 50억원, 2006년 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총자본과 총자산의 경우 2000년 107억원, 406억원에서 지난해 1438억원, 2992억원으로 불었다. 직원수는 10년 전 200여명에서 현재 800여명이 됐다.

문제는 자생 능력이다. 범한판토스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물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지난해 매출 1조4576억원 가운데 9%인 1370억원뿐이다. 종속회사(928억원), 지분법피투자회사(384억원), 기타특수관계자(58억원) 등과의 거래였다. 2009년에도 매출 1조1346억원 중 1076억원만 종속회사(826억원), 지분법피투자회사(240억원), 기타특수관계자(9억원) 등으로부터 올려 내부거래율이 9%에 불과했다.

과거에도 범한판토스의 계열사 의존도는 낮은 수준이었다. 범한판토스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0.1%(총매출 850억원-계열사 거래 5000만원) ▲2001년 1%(1867억원-20억원) ▲2002년 0.2%(4247억원-9억원) ▲2003년 0.6%(6171억원-40억원) ▲2004년 0.5%(9415억원-45억원) ▲2005년 3%(1조9억원-322억원) ▲2006년 5%(9401억원-506억원) ▲2007년 7%(1조203억원-668억원) ▲2008년 8%(1조2336억원-965억원)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부거래 대상을 LG그룹 쪽으로 맞추면 얘기가 달라진다. 범한판토스와 LG그룹간 주고받은 거래는 공시 등을 통해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범한판토스는 대부분의 매출이 LG그룹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게는 50% 안팎에서 많게는 80% 이상의 매출을 LG그룹으로부터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범한판토스는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앉아서 버는 셈이다.

국세청은 지난 4월 범한판토스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는데, 이를 두고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선 세무조사가 LG그룹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었다.

업계 관계자는 “범한판토스는 LG그룹의 물류부문을 전담하면서 급성장했다”며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들의 해외 물류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범한판토스는 LG그룹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주로 LG 물품을 운송하다보니 이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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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판토스도 LG그룹과의 거래를 부정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LG그룹 물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80∼90%까지 높지 않다”며 “LG 거래 비중을 점차 줄이고 다른 기업들과의 거래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말 기준 조금숙씨가 지분 50.86%(101만7140주)로 최대주주다. 그의 아들 구본호씨는 46.14%(92만2860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모자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셈이다. 고 구자헌 창업주가 100% 지분을 소유했으나 1999년 세상을 떠나면서 지분이 부인 조씨와 외아들 본호씨에게 상속됐다.

오너 모자는 LG그룹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거액의 ‘배당 돈잔치’벌이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5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따라 조씨는 127억원, 본호씨는 115억원을 챙겼다.

범한판토스는 2000년 10억원, 2001년 27억원, 2002년 60억원, 2003년 80억원, 2004년 100억원, 2005년 125억원, 2006년 185억원, 2007년 150억원, 2008년 150억원, 2009년 250억원 등 2000년 이후 매년 배당을 실시해왔다. 이 역시 조씨와 본호씨가 나눠가졌다.

본호씨는 한때 증권가에서 손대는 종목마다 대박을 터뜨려 이른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다 주가 조작을 통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2008년 7월 구속돼 그해 말 보석으로 풀려났다.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72억원을 선고받은데 이어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벌금 85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8월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매출서 50∼80% 차지

그렇다면 범한판토스와 LG그룹은 어떤 관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범한판토스는 LG그룹 방계회사로 긴밀한 관계다. 구 창업주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동생 고 구정회 창업고문의 셋째아들이다. 범한판토스 대주주인 본호씨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것이다.

범한판토스 경영진도 ‘LG맨’들로 채워져 있다. 여성구 사장은 LG전자 정보통신부문 부사장을, 배재훈 사장은 LG전자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부 부사장을 지내는 등 두 대표이사 모두 LG 출신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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