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붕괴’로 중심축 흔들리는 교실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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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붕괴’로 중심축 흔들리는 교실 실태

일요시사 0 2333 0 0

[일요시사=강의지 기자]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이젠 모두 옛말이 되어버린 노래 가사다. ‘머리채 잡히는 교사’ ‘매 맞는 교감’으로 교권의 위상이 땅바닥에 곤두박질 처지고 있어서다. 교사의 훈계에 이제는 ‘맞짱’도 불사한 간 큰 10대들에 교육의 중심축마저 흔들리는 모양새다. 변질된 사제관계, 붕괴된 교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한민국의 교육계의 현실.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교사가 훈계하면 ‘맞짱’ 불사하는 간 큰 학생
눈감은 ‘교권보호기구’에 기댈 곳 없는 교권

또 다시 교권을 땅바닥까지 끌어내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일 대구시의 한 중학교에서 이 학교 3학년인 권모(15)군이 김모(52) 교감을 주먹으로 때리는 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 김 교감은 당시 아침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을 감독하기 위해 교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때 뒤늦게 등교하던 권군과 복도에서 마주친 게 화근이 됐다.

김 교감은 권군에게 담배 냄새가 나고, 바지 주머니가 불룩한 것을 보고 담배를 꺼내 압수했다. 하지만 권군은 반성의 기색이나 두려워하기는커녕 적반하장식이었다. 권군은 “내 돈 주고 산 담배다”며 “돌려 달라”고 요구했던 것. 담배를 돌려주지 않자 권군은 갑자기 주먹으로 김 교감의 머리를 수차례 때렸고, 김 교감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김 교감은 머리에 타박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제 간에 치고 박고

김 교감은 머리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를 더 크게 받았다. 제자에 폭행당함은 물론 교권이 무너졌단 생각에 밤잠까지 설쳤던 것. 권군은 한 달 전에도 수업시간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려는 여교사에게 욕설을 하며 교실 유리창을 깨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 교감은 중3인 어린 학생을 생각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대구교육청은 지난 9일 “권군에 대해 교육청과 해당 중학교 의견으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며 “학생의 교원 폭행과 관련해 본보기로 삼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대구교육청은 이어 “각 학교별로 교육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설치돼 있어 학생·학부모와 교사 간의 분쟁을 조정한다”며 “이번 사례는 엄연한 폭행사건으로 여러 검토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교사들은 조정위가 무용지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각 지자체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 등을 새로 마련하거나 고쳐 학교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 사이 발생하는 전반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자치기구인 조정위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까지 서울 초·중·고교에 각 94%, 94%, 84%, 부산 100%, 경기 100% 등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 조정위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조정위 운영 여부는 학교장 재량에 달려 있어서다.

대부분 학교장이 학교 내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빨리 덮으려는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교사의 일방적 양해와 양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사실상 조정위는 개점휴업상태로 전락하고 있는 것.

시·도교육청은 조정위에서 해결이 안 됐거나 사법처리를 원하는 교사에게 법률 상담 및 변호사 비용 등을 지원하는 ‘교권법률지원단’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지원단의 교권침해 지원 사례는 서울 3건, 부산·인천·대전·경남 0건에 그쳤다.

문제는 충격적인 사제 간의 난투극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도 2학년이던 문모(14)양과 여교사 오모(31)씨가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몸싸움을 벌였다.

오 교사는 이날 문양이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의 수업시간에 자주 늦고 수업 도중 휴대전화 영상을 보는 등 학습태도가 불량하자 이를 훈계하기 위해 상담실로 따로 불렀다. 하지만 문양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오 교사는 옆반 수업을 하러 가다 때마침 복도에서 문양과 마주치자 다시 훈계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을 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에도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생이 급식시간 지도를 하던 담임 여교사에게 욕설을 섞어가며 몸으로 밀치다가 가슴을 때린 사건도 있었다. 이 밖에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접수된 학생·학부모의 교사 폭행 건수는 10년 사이 10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교권 추락이 심각한 상황이다.

신뢰회복이 급선무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며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바닥을 치는 교권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일부에서는 교사의 회초리를 ‘필요악’이 아닌 ‘필수’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교사에 의한 학교폭력도 사라지지 않은 만큼 사제 간의 소통확대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스승에 대한 무한신뢰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변절된 사제관계 극복을 위해 가장 좋은 처방전이 신뢰회복이라는 얘기다. 교사와 제자가 신뢰와 교감을 통해 스승은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

이어 입시위주의 정책만 내세웠던 교육계 수뇌부에게도 다시금 인성교육이라는 가치에도 초점을 맞추는 등 대대적인 교육정책의 변화를 통해 실추된 교권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작업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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