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발급 거절 파문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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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여권 발급 거절 파문 일파만파

일요시사 0 1723 0 0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인기가 심상찮다. 전 세계 다운로드 1위를 달성하고 뉴욕타임스 등 각종 해외 외신에 보도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이슈와 거침없는 언변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나꼼수>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여권 발급 거절 문제로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 진상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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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갔다 안 온다고? 밀항해서라도 오겠다”
<나꼼수> 출연 등 정치적 행보에 대한 보복?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나꼼수> 팀은 다음달 6일부터 12일까지 미국의 하버드대학, 콜롬비아대학, 존스홉킨스대학, UCLA, UC버클리 등 5개 대학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수많은 인터넷 라디오 방송중 하나가 세계 유명 대학에 초청받아 강연을 받는 일은 이례적인 일로 <나꼼수> 팬들은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강연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연이 반쪽짜리 공연의 위기에 쳐했다. 계류 중인 재판이 있다는 이유로 정 전 의원의 여권 발급이 거절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졸한 대응”

여권 발급이 거절당하자 정 전 의원의 팬카페 회원 70여명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정 전 의원의 여권 발급을 허용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팬카페 회원들은 “미국 대학에서 열리는 강의·토론회에 참석하고자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여권을 신청했지만 당국은 뚜렷한 이유 없이 불허 통보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의 <나꼼수> 방송 출연 등 정치적 행보 때문에 여권을 발급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만일 이것이 이유라면 치졸하기 그지없는 대응”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정 전 의원과 <닥치고 정치>의 저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의 사인회가 열렸다.

정 전 의원도 여권 발급 불허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정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0년 여권이 2009년 만료돼 지난해 여권을 다시 신청했다”며 “당시 1년짜리 단수여권을 발급받아 유럽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공연을 앞두고) 여권을 다시 신청했는데 나오지 않고 있어 불쌍한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고 자신의 처지를 비꼬았다.

여권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정 전 의원은 “어디에서도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며 “여권을 신청하면 신원조회를 하게 돼 구청에서 경찰청으로 신원조회 서류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에서는 제가 BBK사건으로 현재 계류 중이기 때문에 대법원에 신원조회 의뢰를 한다”며 “대법원에서 신원조회해서 여권을 내줘도 된다는 답변이 와야 되는데 답변은 오지 않고 여권 발급 불허 통보만 두 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대법원 판결이 임박해서 여권발급이 안 되는 건 아닐까”라고 묻자 정 전 의원은 “지난해 단수여권을 받았을 때도 2심 판결이 난 후 2년 정도가 경과한 뒤였다”며 “지금 법원에서 판결이 임박해서 여권을 못 내준다는 공식 입장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대법원 판결이 그렇게 오래 걸리냐”고 묻자 “정치사건 아닌 이건희 삼성회장 같은 경우는 13년, 에버랜드 불법 증여 이런 것은 13년도 걸리고 그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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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해에는 조금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여권을 내줬다”면서 “올해에는 환경 변화가 크게 없는데 안 내주는 데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추정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갔다가 귀국 안 할까봐 그런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귀국(한다), 입국 금지하면 밀항을 통해서라도 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라디오 출연에 앞서 <나꼼수>에서도 “내년이 총선인데 왜 안 들어 오냐”며 “총선출마를 위해서라도 꼭 들어온다”고 밝힌 바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검찰의 의견을 들어 정 전 의원의 여권 발급을 제한한 것 아니냐”고 묻자 차한성 신임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에 지장이 있느냐를 감안해 재판부가 해외여행 불허 의견을 제출했다”며 “재판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재진 법무장관도 “정 전 의원은 상고심 재판 중”이라며 “검찰에서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 처장은 “많은 네티즌들이 여권 발급 제한에 대해 정 전 의원이 진행하는 정치풍자 토크쇼인 <나는꼼수다> 관련 보복이라고 한다”는 강 전 의원의 지적에 “그런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은?

정 전 의원이 여권 문제로 출국하지 못하면 김 총수, 김 평론가, 주 기자 등 3명의 진행자만 미국으로 출국하게 된다.
 
정 전 의원은 <나꼼수> 방송에서는 4명 다 가지 않겠다고 초강수를 뒀지만 “한국에 남게 된다면 미국과의 화상 연결을 통해 강연에 참여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해외의 유명 대학의 초청에 반쪽짜리 공연으로 전략할 위기에 처해 있는 <나꼼수>팀. 만약 정 전 의원의 출국이 끝내 허용되지 않는다면 외신에 비춰진 한국은 어떤 모습일지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대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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