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두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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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두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

일요시사 0 1713 0 0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펑펑’. 지난 11월22일 오후 4시8분 국회 본회의장에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 이날 최루탄 사태의 범인(?)은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 그는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11월22일 오후 4시를 전후해 가방을 들고 본회의장으로 들어왔다. 당초 김 의원은 본회의장으로 입장할 때 국회 경위로부터 “가방을 열어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단순한 서류가방”이라고 밀치고 입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은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국회 경위 40여명은 국회의장석을 감쌌고 정의화 부의장이 착석하면서 팽팽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XX들 역사가
두렵지 않느냐”

이 같은 분위기는 오후 4시8분 김 의원이 의장석 앞 단상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면서 반전됐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을 막아서자 “이 XX들, 역사가 두렵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리 준비해간 최루탄을 터뜨렸다. ‘펑’ 소리와 함께 최루탄이 터지면서 단상 앞에 서 있던 김 의원은 흰 최루가루를 뒤집어썼고, 바로 뒤에 있었던 정 부의장은 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 의원은 바닥에 흩어진 백색 가루를 모아 수건으로 코를 막고 고통스러워하던 정 부의장을 향해 뿌리기도 했다. 정 부의장은 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의장석을 내려왔다. 최루가루가 본회의장에 퍼지자 여야 의원들은 콜록콜록 기침과 함께 눈물·콧물을 흘리며 본회의장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경위들이 끌어내자 김 의원은 온몸을 뒤틀면서 “FTA는 안돼!”라고 외쳤다. 또 “한나라당은 역사와 국민이 무섭지 않으냐”라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김 의원은 일시 격리 조치됐지만, 본회의장에 다시 입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최루탄을 터뜨린 뒤 기자들과 만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윤봉길 의사(안중근 의사를 착각한 듯)의 심정이었다. 지금 심정으로는 성공한 쿠데타라고 희희낙락하는 한나라당 체제의 국회를 폭파하고 싶다”며 “독약이 가득한 한미FTA를 통과시킨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을 응징해 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나의 눈물은 최루탄 때문이 아니라 서민 대중의 저당 잡힌 권리에 대해서 안타까워서 흘린 눈물”이라며 “경제사법주권이 유린당하는 현실에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려워하지 않고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보좌진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내가 감옥 갈 지 모르지만 일을 열심히 하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또 다음날인 지난 11월2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말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며 “정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서민들의 생존권을 무너뜨리는 한미FTA를 날치기 통과시키려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와 절망을 어찌해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꼭 그 방법밖에 없었겠느냐는 비판이 많이 있다’는 지적에 “정말 그것밖에 하지 못했던 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답변했다. 그는 “정말 앞으로 어려워질 우리 대한민국 서민들을 생각하면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와 관련, 민주노동당은 김 의원을 끌어안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 11월23일 김 의원 같은 방송에 출연, ‘당내에서 사전에 최루탄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 “말씀드리지 않으려고 한다”며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저는 당 대표로서 이미 ‘한미FTA 비준을 막기 위해선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 어떤 책임과 비난이라도 다 질 각오가 돼 있다’고 공언 드린 바 있다”며 “다만 한미FTA 비준 처리를 끝까지 막지 못하고 통과되게 된 것이 죄송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사전에 민노당 내부에서 ‘최루탄 테러’에 대한 모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 대표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얘기했는데, 이 일에 대해 중도적 대중들이 찬성하겠느냐’는 질문에 “무력하게 말만 하다가 또 다시 통과되는 것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우리가 보일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 대표는 “또 한미FTA에 대해 반대하는 많은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달려 나가고 싶은데, 내가 갈 수 없어서 (컴퓨터) 자판 앞에 모여 있다’는 많은 시민들께서 경험했던 것이 최루액이고, 그 분들이 어제도 맞은 것이 물대포”라며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분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동 감싸는 민노당
과연 서민들도…?

반면, 한나라당은 김 의원의 행동에 대해 엄중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강행 처리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오늘 국회에서 유례없는 폭력사태가 발생해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김 의원의 테러는 용납할 수 없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일단 한미FTA 강행처리에 따른 국민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검찰 고발과 국회 윤리위 제소 등 구체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할 전망이다.

또 주성영 한나라당 대구시당위원장도 별도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행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최루탄을 터뜨린 김 의원에 대해 중앙당이 합당한 대응이 있을 것이며, 미진할 경우 개인적으로 고소하려고 소장을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김 의원의 범죄혐의에 대해 국회모욕죄와 공무집행방해죄 등을 거론하며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김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에 관심이 쏠렸다.

경찰은 현재 김 의원에 대한 수사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뱡향은 두 가지다. 국회사무처와 한나라당으로부터 정식고발이나 수사의뢰 시 수사를 시작할지, 아니면 고발이나 수사의뢰 없이 직권으로 수사를 진행할지 여부다.

정식고발이나 수사 의뢰에 의해 수사를 할 경우 절차상 하자가 없고 잡음이 없을 수 있으나 국회에서 최루탄이 터진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경찰 내부에서도 자체적인 수사를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322443834-78.jpg 한나라당, 김 의원의 행동에 대해 엄중 대응 방침
‘국회회의장모욕죄’ 적용 가능…면책특권 해당 안 돼


경찰이 고발이나 수사의뢰 없이 수사할 수 있는 명분은 형법 제138조에 규정한 ‘국회회의장모욕죄’다. 국회의 심의를 방해 또는 위협할 목적으로 국회의장에 대한 모욕 또는 소동을 일으킬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이다.

국회모욕죄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직권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과정에서 회의장 내 소방호스로 물을 뿌린 정당 당직자에게 이 죄가 적용된 바 있다. 이와 함께 ‘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특수공무방해죄 (형법144조)’ 등의 법리도 적용될 수 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이번엔 적용될 수 없다는 게 경찰과 법조계 판단이다.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회기 중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할 수는 없다.

김 의원은 올해 4ㆍ27 전남 순천 보궐선거로 등원한 초선의원이다. 야권 연대에 힘입은 김 의원은 민주당 후보가 없는 가운데 치러진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호남의 첫 진보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됐다.

고려대 총학생회 간부로 있던 지난 1988년 미국문화원 점거투쟁으로 구속된 이후 대학을 중퇴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현대중공업과 아시아자동차, 금호타이어의 사내 하청업체에서 족장공, 용접공, 몰드교체담당으로 일했다.

민노당 전남도당 대표, 17대 총선 전남선거대책위원장, 전남도지부장을 거쳐 2006∼2008년 사무총장을 지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으로 지난 11월 16일 한ㆍ미 FTA 비준안의 외통위 상정 때에도 저지에 앞장섰다.

전남 순천 보궐선거로
등원한 초선의원

한편, 앞서 지난 11월22일 오후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전격 처리했다. 지난 2007년 6월, 양국간 공식 서명 이후 4년 4개월만이다. 이날 본회의에는 재적의원 295명 가운데 170명이 참석해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으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반대 7명은 자유선진당 의원 6명과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이었다. 비준안 표결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자유선진당 의원 7명, 미래희망연대 의원 2명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관세법 특례법과 행정절차법 등 한미FTA 이행을 위한 14개 부수 법안들도 비준동의안 통과 직후 표결에 붙여졌고 모두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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