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패션사업부, 월요일에 술렁이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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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패션사업부, 월요일에 술렁이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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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이랜드 패션사업부 직원들이 월요일 출근에 치를 떨고 있다. 브랜드별로 2시간30분 가량 진행되는 ‘채플’과 그 끝자락에 이어지는 ‘복장검사’ 때문이다. 채플이야 그렇다 쳐도 복장검사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매주 새옷을 사야 하는 데다 자사 옷을 입고 오지 않으면 따끔한 문책이 내려지는 게 그 이유.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자사 옷을 강매해 매출을 올리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랜드 패션사업부에 근무하는 김도연(가명)씨는 월요일 출근이 한없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월요병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매주 월요일 브랜드 별로 2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되는 채플이 부담이다. 채플은 교회의 예배당이 아닌 예배장소 또는 그곳에서 실시하는 예배행위를 뜻하는 말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 강요 거부감

이랜드에 따르면 채플에선 통상 기도와 찬양, 그리고 직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성경의 교훈을 통해 기독교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배움으로 각자의 사명을 자각하며 인격적 변화를 이루도록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신론자인 김씨로선 여간 거부감이 드는 게 아니다. 김씨는 “한국엔 엄연히 종교의 자유라는 게 있는데 억지로 등을 떠밀리니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그래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있겠느냐”라고 푸념했다.

이는 비단 김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에 따르면 상당수의 직원들이 종교문제와 관련해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실제, 업계에선 이랜드의 이직률이 높은 원인 중 하나가 기독교 등 독특한 기업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채플 끝자락에 이어지는 ‘복장검사’다. 중고등학생도 아닌 직장인을 대상으로 복장검사를 실시한다는 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확인결과, 이랜드 패션사업부는 약 3개월 전부터 매주 월요일을 ‘패션데이’로 선정, 복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패션회사 직원으로서 옷을 잘 입자는 취지에서다.

의도 자체는 좋다. 그런데 실제 진행과정은 자사 옷 강매로 이어진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매주 다른 콘셉트를 전 직원에게 공지함으로써 새로운 자사 옷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다는 것이다.

예컨대 ‘다음주 드레스 코드 안내 드립니다. 남자=청바지+기존 추천 착장, 여자=청바지+샤넬 자켓 코디’라는 식이다. 첨부된 사진을 통해 친절하게 직원들의 이해를 돕기까지 한다. 여기에 ‘미쏘 강남/이대/홍대 직원 할인 가능’라는 식의 팁도 곁들인다.

지원금 제공

이로 인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만일 검사 결과 자사 옷이 아닐 경우 “직원들 질이 떨어진다”는 등 사업부장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원들은 문책을 피하기 위해 샘플용 의류를 월요일에 잠시 빌려 입거나 인근 매장에서 사 입었다가 환불하는 등의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김씨는 “매주 새로운 옷을 사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라며 “돈도 돈이지만 주말마다 의무적으로 쇼핑가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자사 옷 강매를 통해 매출을 늘리려는 의도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랜드는 과거 협력업체 직원들에 유니폼을 강매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랜드 측 관계자는 “자사 옷을 직접 입어봐야 제대로 된 옷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며 “직원들이 옷을 사는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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