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30)셀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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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30)셀트리온

일요시사 0 2385 0 0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일감 몰아주기’는 코스닥 업체 등 중견·중소기업에서도 발견된다. 오너일가 소유의 특정 자회사에 물량을 대주는 편법 지원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심한 편이다. 그중 한곳이 바로 셀트리온이다.

‘코스닥 대장주’셀트리온은 지난 9월 말 기준 총 10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셀트리온GSC’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2000년 6월 설립된 셀트리온GSC는 제약원료 등 의약품 도매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GSC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분 64.97%(112만5489주)로 최대주주다. 10명의 특수관계인도 24.56%(42만5477주)의 지분이 있어 서 회장 측이 모두 89.53%(155만0966주)를 쥐고 있는 셈이다.

2007년부터 거래

올해 54세인 서 회장은 ‘바이오 산업의 신화’로 불린다.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기에 입사한 뒤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 대우자동차 상임고문, 한국품질경영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넥솔 대표이사 등을 지낸 그는 바이오시밀러(재조합 DNA 기술을 응용해 만든 바이오신약 복제약)의 가능성을 보고 2002년 바이오 벤처기업인 셀트리온을 창업해 10년 만에 시가총액 4조원대의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9년 바이오스펙트럼 올해의 기업인상과 제46회 무역의날 금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했고, 포브스지는 서 회장을 한국의 바이오업계 리더로 주목한 바 있다.

문제는 셀트리온GSC의 자생 능력이다. 모기업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셀트리온GSC는 지난해 매출 189억6500만원 가운데 99%인 189억6400만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셀트리온GSC에 일거리를 넘겨준 곳은 셀트리온(174억2700만원)과 셀트리온 돈(15억3700만원) 등이다. 이들 회사는 셀트리온GSC로부터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재료를 매입했다.

셀트리온GSC는 2009년에도 관계사 매출이 99%나 됐다. 총매출 76억1300만원에서 셀트리온과의 거래로 거둔 금액이 76억1200만원에 달했다. 셀트리온GSC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6년까지만 해도 내부거래가 거의 없다가 2007년부터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당연히 매출도 올라갔다.

셀트리온GSC는 설립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매출이 전혀 없다가 2003년부터 발생했는데, 계열사와 거래한 매출 비중이 ▲2003년 8%(총매출 1억2000만원-내부거래 1000만원) ▲2004년 4%(2억200만원-900만원) ▲2005년 0%(1억2500만원-0원) ▲2006년 0%(1억9000만원-0원)에 불과했다. 이후 2007년 99%(23억9700만원-23억7000만원), 2008년 99%(52억2600만원-52억1700만원)로 급증했다.

셀트리온GSC는 이런 이유로 회사기회 유용과 지원성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최근 셀트리온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서 회장이 대주주인 셀트리온GSC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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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측은 “셀트리온이 직접 원재료를 매입하지 않고 셀트리온GSC를 통해 매입함으로써 회사기회 유용 문제가 있다”며 “셀트리온GSC 매출 대부분이 셀트리온과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어 셀트리온GSC의 성장이 전적으로 셀트리온에 대한 매출로 이뤄지는 전형적인 지원성 거래의 문제도 있다”고 꼬집었다.
셀트리온GSC 뿐만 아니라 셀트리온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도 도마에 올랐다. 연구소는 “셀트리온은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대신 2008년 8월 우회상장과 동시에 바이오시밀러의 독점적 판권을 서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헬스케어에 넘겨줬다”며 “셀트리온이 직접 판매했다면 헬스케어의 이익은 모두 셀트리온의 주주들이 누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9년 12월 설립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의약품 도매업체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72.9%)는 서 회장으로, 현재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은 설립 이후 2009년까지 매년 약 1억∼3억원에 그치다 지난해 셀트리온 제품을 판매하면서 갑자기 972억8700만원으로 늘었다. 셀트리온은 2009년 10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2130억원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항체의약품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1월에도 두 회사는 의약품 2390억원어치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셀트리온은 회사기회 유용과 지원성 거래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
했다.

1억서 972억으로

셀트리온은 해명자료를 통해 “원재료 전량을 셀트리온GSC를 통해 구매하는 것처럼 알려졌으나 셀트리온GSC가 가격경쟁력을 가진 필터류만 구입하고 있다”며 “이는 전체 원재료의 15%, 연 매출액은 30억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서 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연구소의 주장도 왜곡됐다”며 “셀트리온GSC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억원이고 순이익은 6억원인데, 서 회장이 3억원을 벌려고 부당지원을 했다는 것은 억지”라고 반발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판권계약에 대해선 “당시 2대 주주였던 KT&G에 임상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판권을 받아가라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아 동일 조건으로 셀트리온의 대주주였던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수천억원대의 비용을 부담하며 위험을 떠안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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