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검사-변호사 '은밀한 불륜' 막후

한국뉴스


 

여검사-변호사 '은밀한 불륜' 막후

일요시사 0 2376 0 0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법조계 비리가 또 다시 터졌다. 이번엔 ‘여검사와 변호사’다. 앞서 ‘스폰서검사’ ‘그랜저검사’ 파문으로 큰 곤욕을 치른바 있는 검찰이지만 ‘여검사와 변호사’는 어쩐지 좀 다르다. 벤츠가 오가고 샤넬백이 등장한다. 게다가 이들에겐 이른바 ‘로맨스’가 있다. 바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그 사랑이다. 국민에게 칼날처럼 냉엄한 법을 행사하는 법조인의 세계에 ‘스폰’에 ‘불륜’까지 가미됐다니 막장 종합세트가 따로 없다. 다음에는 무슨 검사가 등장할지 참담하다 못해 궁금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 검찰의 부끄러운 도덕성의 현주소를 말해 준 이른바 ‘벤츠여검사 사건’. 그 기막힌 내막을 들여다봤다.

잊혀질만하면 터지는 법조계 비리,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부장판사 출신 최모(49) 변호사와 파문이 커지자 지난달 18일 검찰에 사표를 낸 전직 여검사 이모(36)씨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탄로 났다.

이 과정에서 여검사 이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최 변호사로부터 벤츠승용차와 법인카드를 받아 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 청탁의 대가로 500만원대 명품 핸드백도 받았다. 또 아파트를 얻어줬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두 사람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은밀하게 이루어져 쉽게 드러나지 않던 이번 사건은 최 변호사와 또 다른 내연관계였던 대학강사 이모(40·여)씨가 최 변호사의 휴대전화, 이메일 등을 확보해 이를 검찰과 언론에 넘기면서 불거졌다.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 변호사의 여자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지난 2005~2007년 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전직 여검사 이씨는 그해 8월 검사로 신규 임용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근무했다.

이씨는 이후 지인의 소개로 부장판사 출신의 최 변호사를 만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가 됐다. 당시 두 사람은 결혼한 상태로 각자 가정이 있었다.

‘은밀한 만남’이 지속되던 과정에서 최 변호사는 여검사 이씨에게 자신이 대표로 있는 로펌 소속 벤츠 차량과 법인카드를 제공했다. 이런 ‘후원’은 이씨가 2009년과 2011년 전라도와 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옮긴 뒤에도 계속됐다.

그러나 잘나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최 변호사가 이번 사건을 검찰에 진정한 대학강사 이모씨와 또 다른 관계를 맺으면서 금이 갔다. 시간제 강사였던 이씨는 최 변호사에게 이 검사와의 관계를 청산할 것을 압박했다.

이 때문에 올해 5월 최 변호사는 이 검사에게 “그만 만나자. 벤츠를 돌려 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강사 이씨와 최 변호사의 내연관계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최 변호사와 사이가 틀어진 대학강사 이씨는 지난 7월 “2억원의 빚을 갚지 않는다”며 최 변호사를 고소하고 대검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최 변호사는 여검사 이씨와 대학강사 외에도 두 명의 여의사, 심지어 자신의 친구 부인과도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정황까지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최 변호사의 여자들’이 아닌 ‘벤츠검사’로 불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법조인인 검사와 변호사의 은밀한 뒷거래 의혹 때문이다.

이씨가 제출한 진정서에는 최 변호사가 A검사장과 또 다른 검사장급 인사에게 사건청탁을 한다는 명목으로 이씨로부터 1천만원짜리 수표와 골프채, 명품지갑을 받아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기다 내연관계였던 여검사 이씨에게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를 제공했다는 주장도 들어 있었다.

최 변호사는 여검사에게 이런 선물공세를 펼치고 각종 검찰사건이 유리하게 처리되도록 청탁했다고 한다. 거꾸로 여검사는 최 변호사에게 원하는 자리로 보내달라는 인사청탁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변호사가 현직 부장판사에게 상품권과 와인을 전달하자 ‘매번 뭘 이렇게 챙겨주시느냐’고 했다는 증언도 나온 상태다.

이 사건의 얽히고설킨 의혹은 크게 세 갈래다. 먼저 최 변호사가 친분이 두터운 검사장에게 청탁해 자신이 직접 고소한 형사사건 피의자를 억지로 기소했다는 의혹이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초 식당을 함께 운영하던 동업자의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들통 나면서 4억원을 지급하게 됐다가 추가로 ‘10억원을 주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당하자 동업자를 공갈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벤츠여검사 사건’
풀어야할 세 가지 의혹

최 변호사가 대학ㆍ사법연수원 동기인 관할 검찰청의 A검사장를 통해 담당검사에게 압력을 넣어 무리하게 동업자를 기소했으나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수사를 맡은 부산지검은 당시 사건기록을 토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여검사 이씨의 사건 청탁의혹과 금품수수 여부이다. 최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 샤넬 핸드백 등을 제공받은 여검사가 동료 검사에게 최 변호사의 사건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경력자 특별채용으로 임관한 여검사 이씨는 임용 전 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 변호사로 근무할 때부터 최 변호사와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처음에는 치정문제로 치부됐지만 최 변호사가 여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하고 대가로 540만원의 샤넬백 대금을 지급한 정황, 사건처리 과정을 상세히 알려주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대가성이 있어 보이는 금품수수 사건으로 비화했다.

부산지검이 공개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에 여검사가 54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구입한 뒤 최 변호사가 사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자신의 은행 계좌에 돈을 부쳐 줄 것을 요구했고, 12월 5일 이 돈에 상응하는 539만원이 최 변호사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앞서 지난 9월 여검사 이씨는 최 변호사에게 “(창원의 한 검사에게 최 변호사) 뜻대로 전달했고 그렇게 하겠대. 영장청구도 고려해 보겠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자신의 건설업을 돕던 2명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었다. 검찰은 이 문자가 이 사건 해결을 여검사가 도와주고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부산지검은 문자메시지 공개 직후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밖에 최 변호사가 관사가 좁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구해달라는 여검사의 요구로 아파트를 얻어줬고, 여검사가 인사 청탁을 해 최 변호사가 또 다른 검사장급 인사에게 알아보고 결과를 알려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또 검찰은 의혹을 수사하던 중 여검사 이씨가 최 변호사의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정황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이 입수한 여검사와 최 변호사가 올해 1~2월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여검사 이씨는 1월7일 최 변호사에게 “카드 꼭 갖다 줘야 돼. 다음 주에 계속 회식 있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1323052312-87.jpg ‘스폰’과 ‘청탁’ 오간 부적절 거래…“검찰 4달간 수사 방치해”
검사가 벤츠와 샤넬백에 목매는 나라 “부끄러운 검찰 도덕성”


여검사는 2월1일 부산으로 최 변호사를 만나러 가며 “참 카드 꼭 받아놔. 직원 시키든지” “세뱃돈도 준비해줘”라고 보냈다.

여검사와 최 변호사가 같은 신용카드를 번갈아 사용했거나, 최 변호사로부터 기존에 받아 사용하던 신용카드 기간이 만료되자 여검사가 최 변호사에게 재발급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 번째 의혹은 ‘판사 뇌물’ 의혹이다. 최 변호사가 올해 초 부산지법의 모 부장판사(50)에게 5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고가의 와인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금품의 액수나 민사항소사건을 담당하는 부장판사의 위치 등에 비춰 대가성이 없고 수사할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산ㆍ경남 지역에서 10년 가까이 활동해온 최 변호사가 법원ㆍ검찰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유착관계를 맺었을 가능성 때문에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대법원은 일단 윤리감사관실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 사건에는 ‘법조3륜’이라 불리는 변호사와 검사, 판사가 모두 등장한다. 부장판사까지 지낸 중견 변호사가 일선 여검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사건과 인사를 서로 청탁했다느니, 벤츠와 샤넬가방을 선물했다느니 등 법조인으로서의 도덕 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벤츠여검사’ 의혹을 넉 달간이나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이미 지난 7월 이 사건에 대한 진정을 접수했지만 감찰을 벌이지 않다가 최근에야 여검사의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검사가 벤츠를 탄다’는 등의 진정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조인들의 한심한 윤리의식과 더불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행태가 또다시 여실하게 드러난 셈이다.

“가재는 게 편?”
법조비리 근절해야

그러다 최근 대학강사 이씨의 제보로 진정내용이 보도되면서 사건이 넉 달 만에 공개됐고 검찰은 뒤늦게 전담팀을 구성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변호사 사무실과 자택, 여검사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계좌추적도 벌여 사건 전반을 파헤치겠다고 한다.

검찰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수사에 나섰지만 늦게라도 진상을 철저히 밝혀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아울러 사실 규명과 함께 법조비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모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조롱이 또 다시 흘러나온다면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