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시시비비(時屎非庇)’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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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시시비비(時屎非庇)’의 해

일요시사 0 1416 0 0
[일요시사=최민이 편집국장] 얼마 전 외국에 있는 지인에게서 한통의 짧은 SNS 문자가 왔다. ‘시시비비’라는 단 네 글자. 답문을 통해 물어보니 2012년을 사자성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을 뒤져보고 한자사전을 꼼꼼히 훑어봐도 시시비비(是是非非)란 단어만 보일 뿐 또 다른 시시비비란 사자성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뜻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보니 기발한 해석까지 덧붙여준다. 시시비비(時屎非庇). 낱자를 풀이하면 ‘때 시’ ‘똥 시’ ‘아닐 비’ ‘덮을 비’이다. 각개의 뜻을 모아 의역을 하면 ‘똥은 때를 맞춰 덮지 않으면 갈수록 냄새가 더 진동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자를 끌어다 억지로 꿰맞추려 했다 하더라도 너무나 시의적절한 표현이다. ‘흑룡의 해(壬辰年)’인 2012년이 어떤 해인가? 두 차례의 굵직한 선거가 겹친 해이다. 새싹이 움트는 4월에는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뽑고, 엄동설한 12월에는 대한민국을 이끌 18대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해인 것이다.

국민의 대다수는 지난 4년 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찍으면서 막연하지만 상당한 기대감을 가졌었던 게 사실이다. 다른 건 몰라도 ‘경제’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챙겨 부강한 국가와 윤택한 국민을 만들어 줄 것이란 기대감 정도는 누구나 가졌기에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국가와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피할 수 없는 유럽 발(發) 경제위기는 차치하더라도 사실상의 국가부채가 1900조원에 이르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물가상승률은 해마다 5%대에 육박해 국민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는 요즘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본인의 주특기가 경제이긴 하지만 전임자들에게 물려받은 큰 살림살이를 꾸리기엔 시간도 짧고 여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사람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통령 친인척‧측근 관련 ‘권력형게이트’는 국민들을 분노케 하다못해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 뉴스거리가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 정권 들어 ‘상왕노릇’을 해온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왕차관’이란 별명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그의 보좌관 출신 박영준 전 차관 외에도 사돈네 팔촌까지 크고 작은 비리사건에 연루돼 4년 내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비리공화국’이 따로 없다. 오죽하면 한때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여당의원까지 나서 “MB정권 불신의 뿌리는 잘못된 낙하산인사였다”고 일침을 가했을까.

모름지기 국가의 대소사는 사람으로부터 비롯되고 사람으로 귀결된다. 그만큼 사람관리가 어렵다는 얘기이다. 또 사람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관리자 자신이 청렴하고 결백해야 함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하물며 집안에서도 아버지가 몸소 법을 지키고 도덕을 실천하면 아래로 철부지 어린아이들도 굳이 입 아프게 얘기하지 않아도 따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정권은 태동 전부터 온갖 비리의혹과 추문으로 얼룩진 상태에서 문을 열었고, 현재도 진행형이며, 퇴임 이후 미래를 예측하기도 힘든 지경이다. 얼마 전 논란이 되었던 내곡동 사저 부지 문제를 놓고 ‘퇴임 후 형사처벌이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이란 얘기까지 나돌고 있으니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위로부터 불법을 밥 먹듯이 저지르고 비리의혹에 연루된 마당에 누가 법을 준수하고 공명정대한 사회를 위해 애를 쓸 것이며, 뉘라서 감히 국민들에게 그러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통탄할 정권이요, 안쓰러운 국민들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4년을 잘 버텨왔는데 남은 1년 버티는 게 뭐가 대수이겠는가. 이 시점에 만들어진 사자성어 ‘시시비비’는 동전의 양면처럼, 양날의 검처럼 공존하며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정권 차원에선 '구린내 나는 의혹'들을 빨리 덮어 버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고,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구린내 나는 이 정권’을 빨리 덮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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