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킴벌리클라크 '42년만의 파경'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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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킴벌리클라크 '42년만의 파경'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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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눈 뜨고 회사 뺏길 판"

한종해 기자  2012.07.03 17:23:08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올 것이 왔다. 42년 동안 유한킴벌리를 공동 경영해 온 유한양행과 세계 최대 위생제지 업체인 미국 킴벌리클라크가 이사선임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유한양행이 킴벌리클라크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이들의 기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문국현 전 사장이 퇴임한 후 킴벌리클라크는 유한양행을 상대로 주주배당 확대, 로열티 증액 등의 요구를 본격화 했다. 파트너 유한양행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과 세계적 건강위생용품기업 킴벌리클라크의 합작으로 1970년 설립돼 국내 생활용품 선도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생산성과 품질력을 기반으로 세계 50개국 이상에 관련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기저귀 시장을 공략해 현재 주요도시 프리미엄 기저귀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항상 잘 나갈 수만은 없는 법. 유한킴벌리가 예상됐던 법적 소송에 휘말렸다.

맞 잡은 손 놓게되나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유한양행은 킴벌리클라크 헝가리 법인을 상대로 한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7월에 열릴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비율을 바꾸려는 킴벌리클라크의 정관 개정안을 부결하라는 요구다. 1970년 공동출자 시 비율인 킴벌리 6대 유한양행 4에 따라 정한 이사선임 비율 4대 3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유한양행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한킴벌리 지분 10%를 킴벌리클라크에 팔아 지분 비율이 7대 3로 바뀌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현재까지 유한킴벌리 이사 7명은 킴벌리 측이 4명을, 유한양행이 3명을 각각 선임해 왔으며 사장은 유한양행이 지명한 이사 중에서 임명했다.

이에 따라 킴벌리클라크 측은 지분율이 높아진 만큼 이사선임률도 변경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킴벌리클라크 측은 킴벌리클라크가 5명, 유한양행이 2명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한양행 측은 "1970년 공동 출자 당시 협력정신을 유지하자는 차원에서 지분 보유 비율과 별개로 이사선임권은 4대 3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정관 제25조에도 같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

유한양행 측은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최상후 이사 후임으로 유한양행이 추천하는 최모씨를 지명하라는 요구도 이번 가처분 내용에 포함시켰다.

유한킴벌리는 2007년 문국현 전 사장이 퇴임하기 전까지 매년 12~1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2010년 현 최규복 사장이 부임한 이후 경영실적이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사공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의 매출액은 2009년 1조1341억원, 2010년 1조2094억원, 2011년 1조304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09년 1686억원에서 2010년 1495억원으로 11.3% 감소했고 2011년 1353억원으로 9.5% 하락했다.

킴벌리클라크 “지분율 따라 이사 선임 비율도 바꿔야”
유한양행 “쌍방 호혜 기반 합작정신 훼손하는 것”

영업이익율도 2009년 14.9%, 2010년 12.4%, 지난해 10.4%로 갈수록 처지고 있다.

이런 수익구조를 보이면서도 배당액은 급증했다.

유한킴벌리의 배당금은 2007년까지는 연간 70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4년간 연평균 배당금은 1112억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총액은 4450억원, 비율로 따지면 2007년 까지는 70% 안팍, 이후에는 94.4%에 해당한다.

킴벌리클라크의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인 로열티도 매출액의 2%에서 시작해 2010년부터는 2.45%로 뛰었으며 지난해는 처음으로 300억원을 넘어섰다.

킴벌리클라크와 유한양행은 지난해 주총에서도 이사 선임으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2009년 이사회 승인도 없이 20억원의 분담금을 불법 인출했다가 반납하는 사태의 책임자인 A 킴벌리클라크북아시아본부 사장이 유한킴벌리 이사로 선임된 것. 결국 A사장의 사임으로 양측의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킴벌리클라크 측은 A사장의 사임안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유한킴벌리가 킴벌리클라크에 지급하는 로열티 증액과 운영비 부담을 공식 요구했다.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이다"며 거절하면서 당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결국 이번 소송으로 정명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몇 차례 갈등은 있었지만 법정 다툼까지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시도했지만 킴벌리클라크 측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킴벌리클라크의 요구대로 이사 비율이 조정되면 사실상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다. 경영권이 넘어가면 킴벌리클라크는 과거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로열티 증액이나 운영비 부담, 더 높은 배당금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되고 유한킴벌리 의존도가 높은 유한양행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동지에서 적으로

실제로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매출은 1조3041억원, 영업이익 1352억원이었고 유한양행은 매출 6792억원, 영업이익은 490억원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유한킴벌리가 유한양행의 이익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이다.

아직 법원이 유한양행의 가처분신청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지만 법원이 유한양행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유한킴벌리·유한양행 모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안건과 관련해 주주 간의 상호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사안도 서로 간 잘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범적인 합작경영을 통해 40여년동안 존경받는 기업,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혀온 유한킴벌리가 국내 생활용품 시장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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