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안전사각지대 전국 올레길·둘레길·갈맷길 실태

한국뉴스


 

긴급점검>안전사각지대 전국 올레길·둘레길·갈맷길 실태

일요시사 0 1426 0 0

울창한 숲길서 방향 잃고 헤매기 십상~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제주 올레길에서 여성 관광객을 상대로 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올레길을 걷던 한 여성이 노상에서 소변을 보던 자신을 마치 성범죄자로 오인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는 사유에서다. 피의자는 여성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그녀의 손목을 잘랐다. 이후 그는 여성의 운동화에 자른 손목을 넣는 엽기적 범행을 저질렀다. 이 같은 엽기사건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제주 올레길에서 벌어져 전국 각지의 모든 ‘걷는 길’에 비상이 걸렸다. 각 지방의 대표들은 올레길, 둘레길, 산책로 등의 순찰강화를 촉구했고 CCTV를 추가 설치하는 등 치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12일 오전 8시, 피의자 강모(40)씨는 올레길 1코스 중간지점에서 여성 관광객 A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두어 시간이 흐른 뒤 강씨는 친구 양모씨로부터 차를 빌리고 범행 현장에 다시 찾아가 피해자 A씨의 시신을 인근 대나무밭으로 옮겼다. 다음 날 오후 강씨는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또다시 찾아가 흙으로 시신을 덮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9일에 그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밤 10시에 시신을 유기한 장소에 찾아가 피해자의 손목을 절단한 뒤 운동화에 넣고 만장굴 앞 버스 정류장에 내버렸다. 피해자 A씨가 실종 된 지 11일이 지나서야 경찰은 피의자 강씨를 긴급체포했다.

범죄가능성 농후한 산책로

그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소변을 보고 있는데 피해자가 나를 성추행범으로 오인했고 홧김에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의 혼선을 유발하기 위해 시신의 손목을 자른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이는 그가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반사회적 인격장애(일명 사이코패스)의 한 성향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제주 올레길에서 벌어졌던 살인사건의 전모이다. 올레길은 경관이 아름답고 조용한 평화로운 제주도의 특별관광코스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제주도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은 필수코스로 올레길 탐방을 빼놓지 않는다.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이런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제주도를 여행하려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항공 예매를 돌연 취소하고 외부출입을 삼가는 등 여행객과 제주도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증폭됐다. 이에 따라 제주올레 1코스는 잠정 폐쇄됐고 누리길, 둘레길, 갈맷길 등 전국 각지 산들의 산책로도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우근민 지사는 이중구 제주지방경찰청장과 함께 제주지역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안전이 취약한 장소와 시간대에 일반인으로 위장한 이동방범순찰대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와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합동해 25개 올레코스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벌여 순찰대 배치 및 CCTV 등 추가 안전시설 설치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9개 코스의 20개 구간 268km에 달하는 갈맷길에 대해 구간별로 3~4명씩 총 60여 명의 안내원을 채용해 관광객 안내와 함께 범죄경비 활동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십 대의 CCTV 설치 등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대구시는 올레 팔공산 길을 순찰코스에 포함시키고 공익과 안전요원 92명을 산림구간 취약지에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위험발생 시 버튼을 누르면 위치추적이 가능한 장비를 출발지점에서 대여해준 뒤 도착지점에서 반납하는 제도도 만들고 있다. 이어 지난해 개통한 경기도 구리시의 39.4km의 둘레길에는 ‘혼자 다니는 것보다 여럿이 다니는 게 더 즐겁다’라는 문구를 넣은 안내판 10개를 설치할 예정이며 53.9km의 소풍길을 개통한 의정부시도 출입구에 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

제주올레 최대 위기…1코스 폐쇄 사태까지
국내 산들, CCTV 한 대 없는 산책로 다수

지리산 둘레길을 관할하는 ㈔숲길은 총 274km의 둘레길 가운데 인적이 드문 50km 구간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를 강화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4개 코스 약 20km에 달하는 누리길을 조성 중에 있는 경기 이천시는 사업예산의 일부를 CCTV 설치에 사용하기로 했다. 66km의 전북 변산반도 마실길에도 CCTV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경기 군포시는 65km의 둘레길에 CCTV 설치를 위한 예산확보에 돌입했다.

반면 많은 인구가 이동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치안은 현저하게 불안한 국내 산책로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에 있는 용마산과 북한산, 불암산, 관악산 등 4개의 산 내 둘레길에는 CCTV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북한산과 도봉산에는 각각 49대, 4대의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이는 정규 등산로의 산불감시나 주차장 내 차량관리 또는 등산객의 불법행위 적발에 쓰이는 카메라일 뿐 둘레길에는 단 한 대의 안전 감시카메라도 없다.

인천지역의 걷는 길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에는 계양산과 철마산, 봉재산 등 총 10개의 둘레길이 있고 그 거리도 66km에 달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길 만드는 데만 급급해 CCTV 설치에 대한 계획은 사전에 세우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화 나들길도 마찬가지다. 270km의 나들길은 인천에서 가장 긴 산책로지만 이곳에서도 CCTV를 찾기란 쉽지 않다. 지역치안을 위해 설치된 10여 대의 CCTV만 눈에 띌 뿐이다.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산책로 내 CCTV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만 턱없이 부족한 정부의 예산과 개당 500~600만원씩 하는 기계값 때문에 도저히 설치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전국의 각종 길들의 치안확보가 시급해졌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산 내 몇몇 산책로에 CCTV를 비롯한 경비와 순찰체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 사람들은 마음 놓고 산책하기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산책로 CCTV 설치 절실

산책로를 담당하는 한 지역의 관계자는 “연성이나 인원수가 적은 탐방객은 탐방 전에 안내소에 미리 연락을 해놓는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정광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현재 CCTV 등 안전관리 시설과 예방 활동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제주올레길 사건이 중요한 시사점을 준만큼 앞으로 보안과 치안문제를 해결하는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