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당원명부 유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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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당원명부 유출' 이유

일요시사 0 923 0 0

공무원·취업준비생 당원들 "나 떨고 있니?"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민주통합당의 당원명부가 한 이벤트 대행업체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새누리당의 당원명부는 당직자에 의해 헐값에 팔려나갔고 통합진보당의 당원명부가 담긴 서버는 검찰에 압수되기도 했다. 유출 원인과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원내 제1, 2, 3당의 당원명부가 유출되는 사건이 불과 두 달여 사이에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개인 신상정보가 모두 담긴 당원명부가 유출됐다는 사실에 당원들은 왠지 찜찜한 기분이다.

'정당의 심장'이라는 당원명부가 수난을 겪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5월21일 검찰이 비례대표 경선 부정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당원명부를 압수하려 하자 한밤중임에도 수백 명의 당원과 당직자가 당사로 집결해 온몸으로 막았다.

당의 심장?

당시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은 "당원명부는 우리 당의 심장"이라며 절규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있은 후 불과 20여 일 만인 지난 6월14일 새누리당에선 한 당직자가 무려 220여 만명의 당원명부를 고작 400만원에 팔아넘기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한 명당 2원꼴도 안 되는 헐값이었다.

이를 맹비난하던 민주통합당도 지난 8월6일 서울의 한 이벤트대행업체 사무실 컴퓨터에서 민주당 당원 2만7000명의 명단이 발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 자체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모 당직자는 해당 명부가 들어있는 7개 파일을 인터넷 가상저장소에 보관해왔으며, 이씨와 함께 일을 하는 이벤트회사 박모 이사가 업무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과정에서 해당 명부까지 같이 다운로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유출됐다는 7개 명부는 전당대회 관계자들이라면 대부분 취득할 수 있는 공개적인 명단이고, 현재까지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처럼 특수한 사례는 제외하더라도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집주소 등 개인 신상정보가 모두 담겨 있는 당원명부가 이토록 허술하게 관리되고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에 당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원명부 유출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전당대회나 경선과 같은 당내 선거에서 당원명부 없이 선거 치르는 사람이 있으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면서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선거캠프에서도 따로 당원명부를 관리하고 있으니 유출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관행이 당연시 되다보니 일부 당직자들이 당원명부를 일반 서류뭉치처럼 여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당원명부 유출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지금 이슈가 된 사건은 사실 빙산의 일각"이라며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돈으로 거래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부 당직자들은 개인적으로도 당원명부를 가지고 있고, 누군가에게 팔아넘긴다고 해도 흔적이 남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개당 2원에 팔린 당의 심장…"안일한 인식에 경악"
재발방지책은 '나 몰라라'…개인적 비리 선 긋기

한편 이처럼 각 당의 당원명부가 대규모로 유출되면서 당원들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당원명부가 범죄자들에 의해 이용되는 경우다. 당원명부에 기록되어 있는 신상정보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주소, 직업, 직장 주소, 활동지역위원회 등 10가지가 넘는다. 범죄자들이 범죄에 악용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이메일을 이용한 해킹, 신분증 위조 등 수많은 범죄에 이용할 수 있다. 당원명부 유출을 통해 각 당의 당원들이 범죄에 노출된 것이다.

또 현직 공무원이나 군인, 취업준비생들은 정당 가입사실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현행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은 공무원이나 군인 등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재향군인회 등 14개 보수단체 연합으로부터 '통합진보당에 가입한 공무원과 군인 등을 찾아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고발장을 접수받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변창훈)에 배당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찰은 일단 사건배당은 했으나 정치적 탄압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당원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선관위는 잇따라 발생한 당원명부 유출로 불안해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일반 사기업은 물론이고 정부기관이라고 해도 당원명부에 대한 조회는 가능하지도 않고 법적으로도 불법"이라며 "취업 불이익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들은 "이미 헐값에 당원명부가 유출되어 온라인 공간에 떠돌고 있을 텐데 그러한 설명을 믿고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냐"며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당원명부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특히 진보적 성향을 띈 정당 가입자들은 기업에서 배척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각 당의 안이한 대응방식도 문제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당직자 개인의 비리로 치부하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이벤트업체가 갖고 있던 명부는 1·15전대에서 경선후보 측에 공개 교부한 대의원 명단(2만3000여명)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명단 등 모두 공개된 자료들"이라며 "당원 명부가 유출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범죄악용 우려

하지만 이러한 명단들이 과연 이벤트업체에 공개되어도 될 자료인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단순실수였다고 주장하지만 왜 하필 이벤트업체에 실수로 들어갔는지도 의혹이고, 실수로 유출될 만큼 허술하게 관리되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임에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 정치전문가는 "각 당은 이번 사건을 개인적 비리로 치부하며 넘어가려고 하는데 사실 누구나 쉽게 당원명부를 빼낼 수 있는 현 관리체계가 더 큰 문제다. 한 개인보다 각 당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것이다"며 "이러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유출사고 후 각 당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사실 직원들에 대한 교육강화가 전부다. 근본적인 관리체계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구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일반 국민들의 정당참여 의지조차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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