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재단설립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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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재단설립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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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재단 생트집에 청계재단 불똥 튈라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지난 2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기부재단인 '안철수재단' 설립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흡사 '대권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철수재단의 활동에 제동을 걸어 논란이 들끓고 있다. 그동안 정치인의 재단활동을 묵인했던 선관위의 '예비정치인'에 대한 최초 제재였다.

선관위는 최근 유력 대선주자의 이름을 딴 '안철수재단'의 기부행위가 공직선거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를 두고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는다면 결국 민주주의가 흔들리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관위가 공정한 판단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선관위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생뚱맞은 활동불가

"안 원장이 재단운영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안철수재단 이름으로 기부를 하거나 금품을 제공하면 받는 이들은 '입후보 예정자'가 주는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선관위의 안철수재단에 대한 활동불가 결정 이유였다.

이어 "안철수재단이 대선 전에 기부활동을 하려면 재단이름을 바꾸고, 재단이 기부행위를 하더라도 안 원장이 주는 것으로 추정할 수 없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모호한 기준을 내놓았다.

이러한 선관위의 판결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됐다. 안 원장의 대선출마가 아직 기정사실화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단의 활동을 선거운동으로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안 원장은 재단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대선출마 예정자가 기부자라고 재단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반면 한 언론 관계자는 "우리는 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에 대한 제재가 강하다"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안 원장은 실제적인 대권 1, 2위 후보가 아니냐. 야당에서는 선관위 결정에 비판적이지만 (예고는) 적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선관위의 결정이 편파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가 이사장으로 있었던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도 입방아에 올랐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정치적으로 강탈된 정수장학회에서 박 후보는 10년 동안 이사장으로 재직했다"며 "정수장학회는 원래의 부일장학회로 돌아가든지 사회환원을 하든지 해야 한다.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이 안철수재단을 비판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장물' 논란 역사는 벌써 반세기를 지나고 있다. 재산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고사하고 이름에 걸맞은 장학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안철수재단에 대한 선관위의 제재로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이 수면위로 올라오자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재단도 거론되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청계재단으로 몸살을 앓으면서도 확실히 단절하지 못하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뒷말이다.

우선 정치인들이 재단을 설립하고 자신의 재산을 사회 환원 명목으로 기부하면 국가의 감시를 피한 채 수월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또한 공익목적으로 설립된 재단은 세제혜택을 받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세금 탈루도 가능하고 자연스레 명예도 뒤따라와 정치인들은 여론의 지탄을 받더라도 재단을 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근혜의 정수장학회·육영재단은 가만히 두고 왜?
권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허울 좋은 '사회 환원'
세금 안내고, 감사 피하고, 재산 지키고, 명예까지

실제로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재단의 홈페이지에는 회계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임이사를 맡았던 '아름다운 재단'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대중기념사업회'는 현재 모든 회계내역과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청계재단은 이 대통령의 331억원 출연자산으로 설립된 재단이다. 청계재단의 이사진들도 모두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구성돼 있어 재단의 자금이 청렴하거나 공정하게 운영되기 어렵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확하게 어떠한 장학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누가 장학금을 받았는지도 명확히 알 수가 없어 일각에서는 "퇴임 후를 위해 기부가 아닌 '재산 증여'나 '재산 빼돌리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한 시민이 청계재단에 회계 관련 정보공개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정보공개 불가'라는 답변을 받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답변에 의하면 '법인의 경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인정되어 비공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이 대통령은 지난해 해외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명예를 드높였다. 대통령의 재산기부는 대한민국 최초의 일이며 세계정치사에도 최고지도자가 재임기간 중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이 대통령의 기부소식을 보도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사례로 우리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의 재산은 상도동 자택과 거제도 땅을 포함해 총 50억원 정도로 모두 '김영삼민주센터'에 기부했다.

김영삼민주센터가 하는 일은 김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건립, 전시 및 홍보사업, 연구교육 사업이다. 김 전 대통령의 재단은 50억원 정도의 자금으로는 제대로 추진하기가 어려웠던지 한 경제단체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영삼민주센터 측은 이 경제단체에 공문을 보내 2014년까지 총사업비 180억원이 필요하며 국고보조로 54억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126억원 중 100억원을 기업들의 모금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사회환원으로 연결되지 않는 재단의 장학사업, 투명하지 않은 자금운용과 세금탈루 의혹에도 관대하던 선관위가 정상적인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있는 안철수재단에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재단에 가려진 '꼼수'

최근 안철수재단은 재단 명칭을 유지하면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안철수재단은 지난 16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안 원장의 이름을 딴 재단의 기부행위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선관위 유권해석에 대해 대책을 논의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따라서 안철수재단의 본격적인 기부활동은 12월 대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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