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친인척 관리 비상령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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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친인척 관리 비상령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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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위해 '친인척과의 전쟁' 선포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20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사전에 강력하게 예방하고 문제가 생기면 상설특검을 통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친인척도 공직자처럼 재산내역을 공개하거나 주식거래 등을 제한하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친인척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재수 끝에 대선후보로 선출된 기쁜 자리에서 박 후보가 '친인척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역대 정권은 늘 친인척비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는 1988년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 재직 시 공금 76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형 기환씨와 사촌형 순환씨, 사촌동생 우환씨도 각각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운영권 강탈과 골프장 허가를 미끼로 한 금품,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반복되는 부패

노태우 전 대통령은 딸 소영씨가 외화 밀반출 혐의와 인사청탁 대가로 귀금속을 받은 혐의로 세 차례 검찰조사를 받았다. 군사정권을 마감하고 문민정부를 열며 '청렴'에 자신감을 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대 최초로 대통령 재임 중 아들이 구속되는 사례를 남겼다. 차남 현철씨가 기업인 6명으로부터 66억원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처벌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 셋이 각종 게이트에 연루됐다. 둘째 홍업씨와 셋째 홍걸씨는 각종 이권청탁과 정치자금 등의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혐의로 결국 수의를 입어야만 했다. '친근한 서민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친인척비리만큼은 피해나가지 못했다.

형 건평씨가 세종증권 매각로비에 개입해 2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처남 민경찬씨가 청와대 청탁을 빙자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딸 정연씨는 미국 내 부동산 구입자금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친인척 비리의혹은 노 전 대통령을 자살로까지 몰고 갔다. 가장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도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돼 구속됐다. 등장인물만 바뀔 뿐 친인척 비리가 매 정권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에게도 친인척 문제는 향후 대선 행보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친동생인 박지만-서향희씨 부부가 저축은행 비리 사건의 핵심 로비스트로 활동한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만씨의 재산증식 과정도 의혹을 받고 있다. 지만씨는 1989년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도움으로 현재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EG의 전신인 삼양산업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지만씨는 이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9억원을 빌려 이 회사 지분 74.3%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고, EG는 지난해 매출액 846억여원의 알짜회사로 성장했다. 이를 발판으로 지만씨는 무려 589억원의 재산을 형성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한때 5차례나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되는 등 방황을 거듭 했던 지만씨가 갑자기 수백억의 재산가로 변신하면서 특혜시비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역대 정권마다 불거졌던 친인척비리 '예외 없어'
50명 넘는 친인척, 대권가도 암초될까 전전긍긍

박 후보의 또 다른 동생인 근령씨와 14살 연하 남편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겸임교수도 대권행보엔 사실상 걸림돌이다. 신동욱씨는 육영재단의 이사장으로 있던 부인 근령씨가 재단에서 나가게 되자 2009년 박 후보의 미니홈피에 '육영재단을 강탈했다' '박 후보가 중국에서 나를 납치·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비방글을 수차례 올린 혐의로 현재 구속수감 중이다.

이 밖에도 박 후보의 사촌오빠인 박준홍 전 대한축구협회장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친박연합'이란 정당을 만든 뒤 공천 명목으로 3500만원을 받아 징역 2년형을 받은 바 있으며, 박 후보의 5촌 조카들인 박용수씨와 박용철씨는 지난해 9월 북한산 등산로에서 금전 문제로 다투다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망치로 때려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박 후보가 후보수락연설에서 "부패와 비리를 결코 용납하지 않고 과감히 털고 가겠다"며 "저와 제 주변부터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이날 연설을 통해 '국민행복'보다 '부패척결'을 먼저 약속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미 다양한 친인척비리로 야권의 공격을 받고 있는 박 후보가 강력한 친인척비리 근절 의지를 보임으로써 분명한 선 긋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후보의 친인척 가계도를 살펴보면 박 후보가 왜 유독 친인척의 비리에 대한 불안감을 보이는지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박 후보는 삼촌을 포함한 사촌이내의 친인척이 최소한 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 유명인도 많다. 박 전 대통령의 큰형 박동희씨의 아들은 박재홍 전 의원이다. 박 전 의원은 4선 의원을 지냈다. 박 전 대통령의 둘째형 박무희씨의 자녀인 박재석씨는 국제전기기업 회장이다. 박 후보의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오빠는 육인수 전 의원이다. 육 전 의원은 6~10대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육 여사의 언니 육인순씨는 홍순일씨와 결혼했다. 홍씨의 딸 홍소자씨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부인이며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의 장모다. 육 여사의 여동생 육예수씨는 조태호씨와 결혼을 했는데 조씨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편 대선행보에 맞춰 친인척비리 근절을 호언장담하고 있는 박 후보이지만 과연 박 후보가 친인척비리에 단호하게 대처할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박 후보는 지난 2011년 6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동생 박지만 EG회장이 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되었다는 의혹에 대해 "본인이 확실하게 (관련이 없다고)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답변해 여론의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당시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남동생이 비리의 핵심인물과 매우 각별한 사이였는데도 전화로 몇 마디 물어보고 '아니라고 하니 그걸로 끝'이라며 그대로 믿으라는 것은 매우 오만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분명한 선 긋기

전문가들은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친인척비리 감시 장치나 시스템은 이미 충분한데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는 게 문제다. 대통령이 친인척 관리업무를 측근들이 아닌 중립적 인사에게 맡기고 관련 기관별로 중복체크를 하게 하면 친인척비리 척결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다. 아무리 시스템을 보강한다고 해도 새로 뽑힐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시행하지 않는다면 정권 말 친인척비리 스캔들은 반복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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