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 일가 '300억 소송'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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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 일가 '300억 소송' 풀스토리

일요시사 0 1512 0 0

세금 안내고 상속하려다 '개망신'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최근 기업오너 2·3세들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취소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했다. 기업가의 편법증여를 통한 '경영권 승계'에 제동이 걸린 걸까? 하지만 추가 증여세를 내더라도 이들의 편법증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법인을 만들어 유상증자, 주식스왑, 합병 등을 동원해 증여하면 세금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그룹의 2세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300억원 증여세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 7월 김희철 벽산건설 회장 두 아들의 17억대 증여세 취소 소송 패소에 이은 판결로 재벌가의 편법증여를 통한 경영권 승계에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최고의 세테크?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부장판사 함상훈)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장남 태영(34)씨와 차남 재홍(30)씨가 '300억원대 증여세를 취소해 달라'며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박 회장은 계열사 하이스코트의 주식 100%를 두 아들 태영씨와 재홍씨가 지분 73%와 27%를 나눠 가진 삼진이엔지에 무상증여했다. 이후 삼진이엔지의 주식가치가 상승하자 세무당국은 "박 회장의 증여로 삼진이엔지의 주식 가치가 상승했기에 태영씨와 재홍씨에게 증여한 것과 같다"며 각각 242억원, 85억원의 증여세를 추가 부과했다.

이에 반발한 태영씨 등은 지난해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법인이 주주의 특수관계자로부터 재산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치가 상승하는 이익을 얻을 경우, 해당 법인에 결손금이 있거나 휴업·폐업 중일 경우에만 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며 "삼진이엔지가 이미 증여와 관련해 법인세 약 307억원을 이미 납부했는데 주주들에게 또 증여세를 부과하는 건 중복과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회사가 납부한 법인세는 이 사건 주식을 평가한 액수 전체에 대해서 이뤄졌고, 증여세는 회사의 주식이 증가한 만큼 반사적으로 상승한 회사 주식의 가치증가분과, 하이스코트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금액에 대해 이뤄졌다"며 "소득 귀속자, 부과 대상 등이 모두 달라 중복과세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만약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면 세금 부담 없이 주식의 가치 상승분에 해당하는 이익을 무상으로 얻게 되고 나아가 경영권이 무상으로 이전될 수 있어 조세형평에 어긋난다"고 덧붙이며 앞으로 편법증여를 좌시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국세청 상대 증여세 취소 소송서 패소
재벌 편법증여 통한 경영권 승계 제동

그런데 이번 소송 건을 두고 박 회장 자녀들에게 증여세를 매긴다 하더라도 하이트진로그룹 으로선 손해 본 것은 없다는 평이다. 기업 오너들의 편법 증여에는 전환사채 발행, 지분매각, 유상증자, 주식스왑, 인수합병 등 여러 방법이 활용되고 있는데 하이트진로그룹도 이 같은 편법증여 수법을 동원해 세금을 탈루했기 때문. 그 상세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07년 12월 삼진이엔지의 지분을 장남 태영씨는 73% 인수하고 차남 재홍씨는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여 이들의 개인회사가 됐다. 삼진이엔지는 맥주냉각기 제조 및 판매업체로 태영씨 등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하이트진로그룹의 협력사로 편입됐다. 태영씨는 그전까지 하이트그룹 관련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지만, 삼진이엔지 지분 인수를 통해 자연스레 그룹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있었던 하이트맥주를 장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듬해 박 회장은 하이트맥주 지분 9.8%를 가지고 있는 '하이스코트'를 삼진이엔지에 100% 무상증여했다. 이때 하이트맥주 지분이 세금 한 푼 없이 고스란히 두 아들에게 넘어가게 된 것.

또 태영씨 등이 가지게 된 하이트맥주 9.8% 지분은 이후 하이트맥주가 하이트홀딩스로 바뀔 때 주식스왑 등을 통해 24.6%가 됐고 올해 4월 흡수합병 과정에서 3%가 더해져 두 아들은 박 회장에 이어 2대 주주로 급부상했다. 결과적으로 박 회장과 그 자녀들은 개인이 물어야 할 증여세를 법인이 대신 내게 하는 수법으로 세금 한 푼 없이 상속했다. 따라서 지금처럼 편법증여 사실이 드러나 소송에서 패하더라도 어차피 내야할 증여세만 내면 되기에 박 회장으로선 '밑질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이번 박 회장 일가의 증여세 소송 패소와 관련해 주목되는 재판도 있다.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자녀들이 증여세 183억7000만원을 내라고 한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 취소 소송을 낸 것이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천 회장 자녀 3명에게 각각 48억7000여만원, 76억5000여만원, 58억4000여만원씩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천 회장과 그의 자녀들의 편법증여 과정을 살펴보면 천 회장 자녀들이 그룹 계열사 세중여행, 세중항공여행 주식을 사들인 후 전부 세중나모여행으로 합병되는 과정에서 세금탈루 및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박 회장 일가의 수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밑질 게 없다"

하지만 천 회장 자녀들은 소송을 제기하며 "보유하고 있던 자금으로 주식을 취득한 부분이 있는데 전체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며 "증여의 실질이 없는 경우 무조건 형식적으로 합병시세차익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회사 법인을 통한 우회증여도 증여세를 매겨야한다'는 판결이 줄을 잇는 가운데 천 회장의 자녀들은 어떤 판결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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