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갈등 장기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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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갈등 장기화 이유는?

일요시사 0 824 0 0

대가 어떤 땐데 '죽창'이라니…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파업.' 노조 입장에서는 사측에 강력한 의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겠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피해액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대차 파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차 파업 피해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차가 사내하청 근로자 30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하는 등 '통 큰' 제안을 내놓으면서 풀릴 듯 하던 노사협상은 노조의 폭력행위 등으로 얼룩지며 비상이 걸린 상태다. 피해액은 갈수록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되고 있다. 막바지 교섭 단계에서 '비정규직(사내 하도급)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발목이 잡힌 까닭이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 20일 '통 큰' 결정을 내렸다. '비정규직 근로자 3000명 정규직 신규채용' 안을 발표한 것. 이 안은 올해 1000명을 우선 채용하고 오는 2015년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중 3000명을 순차적으로 채용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채용 시 비정규직 개인의 신분에 관한 사항으로 차별 또는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 사내협력업체 관련 인원의 각종 소송은 최종 판결 결과를 적용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대차 '통 큰' 결정

정규직 노조는 일단 수용하겠다고 나섰다. "현실적 한계를 감안해 실리를 택하자"는 입장이다. 문용문 정규직노조 지부장은 "지금까지 어떤 노조 집행부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끌어낸 적이 없었다"며 "교섭은 상대가 있는 것인 만큼 원하는 대로 모두 관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규직노조는 또 3000명 연차적 채용 이후에도 계속 투쟁을 해서 나머지 인원의 정규직화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안건"이라는 것. 비정규직 노조는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 6800여 명 중 3000여 명은 신규채용하지만, 나머지는 정규직 노동자와의 작업공정을 분리해 합법적인 사내도급으로 사용하려는 게 사측의 속셈이고, 그것에 속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원 200여 명은 지난 22일 울산공장 내 정규직노조 사무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사측이 제시한 쓰레기 같은 제안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노조원들은 "사측의 제시안은 불법파견을 축소 은폐하는 사기안이며, 이해당사자인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투쟁으로 쟁취한 법적 권리를 강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록 비정규직노조 정책부장은 "우리는 노-노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분명한 투쟁목적을 정규직 노조에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전원 즉각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20일에는 울산1공장 앞에서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던 비정규직 노조원 300여 명과 사측 관리자들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측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복면'을 쓰고 만장으로 사용하던 대나무를 휘두르며 6차례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생산차질액 피해규모 역대 4번째…최고액 경신할 수도 
비정규직 노조 노사협상 방해 '사내하청 문제' 새 변수

6시간여 동안 사측 관리자들과 대치한 노조원들은 21일 오전 3시께 정규직 노조의 설득으로 자진 철수했다.

사측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대나무 앞을 여러 갈래로 나눠 죽창처럼 사용해 회사관리직 직원과 보안요원 등 10여 명이 이마 및 귀, 손가락이 찢어져 일부는 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 측은 "만장에 사용된 대나무 깃대일 뿐 죽창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노조가 고의적으로 대나무 끝을 뾰족하게 만들었는지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노조원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비정규직 노조들은 현대차 노사의 교섭을 방해해 17일에 가질 예정이었던 협상 자체를 무산시켰고 16일 밤에는 철조망을 자르고 밧줄을 타고 불법 월담해 공장시설 점거를 시도하면서 사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 인사말을 통해 "BMW 등 유럽 유명 자동차기업은 노사가 합심해 위기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국내 자동차업계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현대자동차는 파격적인 사내하도급 근로자 정규직 채용 방침 발표에도 불구, 오히려 사내하도급 노조가 죽창을 들고 난입해 교섭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손실만 1조5000억원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지난 22일까지 10차례 전개된 노조의 파업으로 모두 5만9245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조2302억원의 생산차질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현대차 노조 25년 역사상 4번째로 많은 생산차질액인데 임협이 장기화될 경우 최고액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12월 대선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에 편승하려 한다"며 "정치 쟁점화 될 가능성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노사 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아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는 없지만 사측은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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