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석 '자충수' 민주당, 박근혜 살린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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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타석 '자충수' 민주당, 박근혜 살린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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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횡재…박근혜만 누워서 떡 먹게 생겼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경선룰 갈등, 과거사, 공천헌금 등으로 잔뜩 움츠렸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활짝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반면 박 후보를 향해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 부으며 기세등등하던 민주통합당은 각종 악재로 바짝 엎드렸다. 이대로라면 지난 2007대선의 악몽이 재현될 판이다. 불과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양당의 전세가 단숨에 역전된 사연은 무엇일까?

“민주 경선 망했다!” “박근혜에 정권 바쳐라!” “이장 선거만도 못하다!”
지난달 26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두 번째 경선 현장투표가 진행된 울산 종하체육관은 '비문재인(비문)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고성이 난무했고 일부에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막장 경선
물 건너간 흥행

전날 첫 경선지인 제주에서 경선 모바일투표 문제로 파행이 빚어져 비문 후보들이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울산 대의원 현장투표가 강행되자 벌어진 소동이었다. 이후 경선불참까지 거론하던 비문 후보들이 속속 경선에 복귀하면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민주당이 대선 정국에서 반전의 카드로 기대했던 순회경선의 흥행은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당내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 민주당 지지자는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대해 '박근혜 추대식'이라며 비판을 쏟아내던 민주당이 이런 '막장 경선'을 연출할지는 몰랐다"며 "정말 실망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의 악재는 이게 다가 아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날 민주당 공천헌금 수사착수 뉴스가 터져 나왔다. '친노무현(친노)' 계열의 인터넷 방송인 <라디오 21>의 양경숙 편성제작총괄본부장이 지난 4·11 총선 때 민주당의 공천을 희망하는 인사들로부터 약 40여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금액만 놓고 따진다면 새누리당 공천헌금 사태의 열배가 넘는다.

양 본부장은 총선 전후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3000통이 넘는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은 수상한 정황까지 밝혀졌다. 민주당은 돈을 낸 사람 모두가 비례 1차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수천만원이 친노 진영의 일부 인사에게 송금되었다는 의혹도 있다. 일단 검찰의 칼끝은 박 원내대표는 물론 당내 친노 인사들까지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4·11 총선 이후 민주당내 최대 계파는 '친노'다. 이번 사건에 친노인사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민주당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 역시 대표적 친노인 문재인 후보다.

경선 파행에 공천헌금까지 덮쳐 점입가경
'대권 코앞' 민주 잇단 악재에 신난 새누리

정치권에선 연이어 터진 민주당의 대형악재를 놓고 "궁지에 몰렸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누워서 대권을 떠먹게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경선 흥행참패와 공천헌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하고 있던 박 후보로서는 민주당의 이번 '자살골'이 무척이나 고마울 수밖에 없다.

또 위와 같은 문제로 박 후보를 향해 연일 총공세를 펼쳤던 민주당이었던 만큼 더 큰 역풍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민주당의 '악재'이자 박 후보의 '호재'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파기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박 후보로서는 대선정국을 앞두고 통진당이 혁신에 성공해 야권연대가 지속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해왔었다. 불과 일주일 사이 박 후보의 고민거리들이 모두 해결된 것이다. 이로써 선거판세는 박 후보 쪽으로 기울게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일 갈등과 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3' 상향 등의 정부 호재는 보너스다.

신난 박근혜
정부 호재까지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이처럼 대선정국의 기선을 잡게 된 이유는 유독 민주당의 돌발악재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정국에서 민주당의 총체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남으로써 박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갈등해결 능력이다. 일례로 이번 대선경선과정에서 새누리와 민주 양당 모두 갈등을 겪었지만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결론이 났다. 그리고 그 경선룰에 불만이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재오·정몽준 의원은 경선불참을 선택했다. 이들은 이후 진행된 경선에 지지를 표명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훼방을 놓지는 않았다.

반면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경선 중간에 불참을 선언했다. 모바일투표방식은 민주당 후보들이 경선 전에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후보 본인들이 사전에 합의한 만큼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대선주자 본인들이 져야하는 게 맞다. 그러나 민주당 비문 3인방은 당 지도부와 문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데만 열을 올렸다.

정해진 규칙과 룰에 의해 결론이 났을 때 그 결론에 불만이 있더라도 조직원 모두가 따라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질서다. 질서가 없는 정당에서는 조직력을 기대할 수 없고 조직력이 없는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번 대선경선 파행은 민주당의 한계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었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불통' '독선' 등의 비판을 받았다면 문 후보는 '지도력의 부재'를 드러냈다"며 "이번 민주당경선사태를 계기로 경선 과정에서 박 후보가 보여준 '불통'이 오히려 뛰어난 리더십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불통'
문재인 '무능'

민주당의 두 번째 문제는 이슈 선점의 실패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정책은 없고 반대만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책도 없고 자존심도 없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이슈선점에 실패한 후 민주당 스스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누리당과의 무리한 정책 차별성을 꾀하다보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권에서 추진한 제주해군기지건설, 한미 FTA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게 되면서 말 바꾸기 논란까지 겪어야 했다.

이슈선점의 중요성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야권은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를 선점하면서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구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으로 여겨졌던 강원도와 경상남도 일부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특히 무상급식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교육감 선거에서는 인천을 제외한 수도권, 호남 전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대선정국에서 '경제 민주화' 이슈를 새누리당에 빼앗긴 것이 가장 뼈 아플 것"이라며 "하루 빨리 민주당이 새로운 이슈를 생산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오지 못한다면 대선승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민, "이대로라면 2007년 악몽 재현" 발만 동동
새, '손 안대고 코 푼다'…정부 호재 '보너스'

세 번째 문제는 민주당의 쇄신 노력 부족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그동안 당의 위기를 '깜짝 쇄신카드'를 통해 비교적 잘 극복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004년 불법 대선자금 모금으로 불거진 차떼기당 오명을 씻어 내기 위해 당사를 헌납하고 천막 당사로 이주하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4·11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 돈 봉투사건과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 등으로 벼랑 끝에 서있던 당을 15년 만의 '당명 개정'이라는 파격적인 쇄신카드로 구해내기도 했다. 또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돌입한 이후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 전태일 재단 방문, 안대희 전 대법관 기용 등으로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행보가 진정성 논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컨벤션 효과만큼은 분명히 누렸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그동안 마땅한 쇄신카드를 선보이지 못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요즘 민주당의 불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며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는데 당 지도부만 느긋한 것 같다. 지난 4·11 총선에서 패배한 후 확실한 쇄신카드가 있어야 했지만 대응이 늦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 패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명실상부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게 된다.

불임정당 오명
쇄신카드 꺼내라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일각에선 박 후보의 경선승리를 놓고 '상처뿐인 승리'라고 깎아 내렸는데 박 후보는 상처는 입었어도 경선에서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선은 다 같이 죽자는 식인 것 같아 걱정 된다"며 "심지어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 껴안기에 나섰는데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는 김두관 경선 후보가 모바일투표에 대한 불만으로 '친노 세력'을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을 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이런 식으로 경선에서 승리한들 얻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현 상황을 즉시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불임정당의 오명을 벗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는 18대 대선에서 박 후보에게 대권을 직접 갖다 바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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