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안철수-박근혜 '100일 전쟁' 대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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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안철수-박근혜 '100일 전쟁' 대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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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의 일격…'안풍' 때릴까? '박풍' 맞을까?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지난 6일 "대선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불출마 협박이라는 사상초유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선구도는 크게 출렁이고 있다. 게다가 안 원장 측은 새누리당의 불법사찰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불과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제18대 대선에 이번 파문이 미칠 영향을 분석해봤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박근혜 후보 측의 불출마 종용 협박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지난 6일 취재진들에게 기자회견 사실을 긴급 공지했다. 안 원장 측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처럼 기자회견을 갖고 대언론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지난 2월 안철수재단 출범 이래 처음이다.

신의 한수
새누리는 협박당?

당초 대다수의 기자들은 안 원장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안 원장은 재개발딱지 구입 논란, 포스코 사외이사 논란 등 잇달아 터져 나온 언론의 검증 공세로 수세에 내몰린 상황이었다. 지지율도 하락세였다.

그러나 이날 금 변호사가 밝힌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의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대선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모두가 방어를 예상할 때 회심의 역공을 선택한 '신의 한수'였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원장이 이번 폭로를 통해 최근 거세진 '검증' 문제를 한방에 잠재우는 것과 동시에 새누리당에 정치적 협박당이라는 이미지를 뒤집어 씌웠다"고 평가했다.

금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정 위원은 지난 4일 오전 금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 구체적인 협박 내용은 안 원장이 안랩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 강모 투자팀장에게 주식 뇌물을 제공했고,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박근혜의 꼬리 자르기 이번에도 통하나?
협박보다 중요한 진짜 쟁점은 '불법사찰'

물론 안 원장 측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새누리당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정 위원은 불과 얼마 전에 공보위원으로 임명돼 불출마를 종용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친구 사이에 한 이야기를 가지고 마치 새누리당이 당 차원에서 공작을 한 것처럼 부풀려 말한다"며 "이는 최근 불거진 검증공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금 변호사와 정 위원은 서울대 법학대학 86학번 동기다.

어찌됐든 양측의 공방은 진실 여부에 따라 어느 한쪽에 심각한 상처를 주고 대선 판도에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안 원장 측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유력한 범야권 대선후보에 대한 유례없는 협박이 시도된 것이어서 박 후보에게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 위원의 주장처럼 친구사이에 오간 얘기를 과장해 폭로한 것이라면 오히려 안 원장 측의 정략적 행태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일단은 안 원장 측이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의 공방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새누리당에서 불출마협박을 계획적으로 당 차원에서 종용한 것은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새누리당이 네거티브를 근거로 안 원장에게 불출마협박을 한다고 해도 효과가 있겠는가? 새누리당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 위원 측의 주장대로 개인적인 통화과정에서 나온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양측 진실공방
대선 분수령

그는 또 "박 후보는 공천헌금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을 정 위원 개인의 말실수로 치부하며 꼬리자르기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며 "의외로 협박논란은 대선정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새누리당의 공보위원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만큼 발언에 신중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어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며 "박 후보로서는 어찌됐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공공연히 이뤄졌던 야당 정치인에 대한 협박과 비교되며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 원장 측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단 금 변호사와 정 위원이 같은 대학 동기라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동기 간에 충분히 할 수도 있는 말들을 금 변호사 측이 너무 과장되게 부풀리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녹취록도 없는 상황에서 폭로전을 펼치는 것은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기존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묻지마 폭로정치'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금 변호사의 이번 폭로가 반드시 안 원장의 대선가도의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새누리당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안철수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의 주장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안철수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의 주장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진짜 중요한 쟁점은 바로 '불법사찰' 논란이다. 금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 위원이 '우리가 조사해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며 "정 위원의 언동에 비춰볼 때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안 원장 측은 정 위원이 협박한 내용과 최근 계속되는 검증 공세의 배경에 사정기관이나 정보기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안 원장에 대한 잇단 검증 공세 과정에서 제기된 안 원장 신상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정보기관 등의 뒷조사가 아니면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정 위원이 2002년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패스21'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 관련 부분을 조사한 실무 검사였다는 점은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묻지마 폭로
득일까? 실일까?

또 얼마전 일부 언론에서 경찰이 지난해 초 안 원장의 룸살롱 출입과 여자 문제 등 여러 의혹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안 원장 측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관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안 원장 관련 유언비어를 기사로 게재해 달라는 보도 청탁이 있다는 사례가 제보됐다"며 "새누리당이 정보기관으로부터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유신의 망령이 등장한 것"이라며 "집권도 하기 전에 정치사찰을 하고 협박하는 세력은 반드시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이처럼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서 안 원장을 적극 지원 사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안 원장이 새누리당으로부터 불출마 종용을 목적으로 협박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7일 '이명박 정권 불법사찰 진상조사위' 구성을 의결하고 이 문제를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정치공작 차원으로 풀어가기로 했다. 박 후보로선 큰 부담이다.

12월 대선 양강 구도로 급속 재편
정치권 "안철수 정치력에 경악"

정치전문가들은 "협박 논란이야 정 위원의 개인적 말실수로 치부할 수 있다고 해도 불법사찰 논란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 후보와 새누리당 전체가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초대형 악재"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안 원장 측의 이 같은 대응은 안 원장이 출마결심을 굳혔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그간 기존 정치권과 다소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여 온 안 원장이 이날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서며 사실상 정치판에 발을 담근 것 자체가 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특히 금 변호사가 기자회견 당일 이를 안 원장에게 알렸을 때, 안 원장이 여기에 대해 특별한 반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기자회견은 안 원장 본인의 의지가 분명히 반영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 측의 이번 폭로를 놓고 안 원장의 정치력에 또 한번 놀랐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일방적인 언론의 검증공세에만 시달리며 대중의 관심에서 잠시 멀어졌던 안 원장이 순식간에 박 후보와의 확실한 양강구도를 굳혔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일단 '공공의 적'인 박 후보를 견제하는데 힘을 보태자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안 원장에 가려 민주당 대선후보 전체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금 변호사 측이 정 위원에게 지난 4일 전화를 받았다고 하는데 왜 하필 지난 6일에 이를 발표 한 것인지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박근혜와 정면대결
출마결심 굳혔나?

지난 6일은 민주당의 광주·전남 경선이 치러진 날이다. 게다가 같은 날 박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을 찾아 대통합 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동시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대선을 불과 100여 일 앞둔 정치권은 일단 사태 추이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지지율 1,2위의 대선주자들이 연관된 데다 '협박' '뒷조사' 등의 민감한 문제라 이번 사태가 당분간 대선정국의 가장 큰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안 원장과 박 후보가 펼칠 정면대결에 정치권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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