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남녀 ‘학창시절 첫사랑’ 다시 만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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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통계> 미혼남녀 ‘학창시절 첫사랑’ 다시 만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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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사람이 정녕 그때 그 사람 맞던가?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첫사랑, 혹은 지독한 짝사랑.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고민들. 최근 옛날의 향수와 첫사랑이야기까지 모두 엿볼 수 있는 tvN드라마<응답하라1997>이 인기다. 정통멜로가 점점 식상해질 무렵 “누가 누구를 좋아했다”는 그 시절의 추억이 대중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실제 첫사랑이나 옛 애인과 재회하게 된다면 어떨까? 과연 예전 그때처럼 설레고 긴장될까?

“있잖아! 나 사실 초등학교 다닐 때 길동이를 좋아했었는데…. 공부도 잘하고 깔끔하니 여학생들한테 인기 좋았잖아! 그런데 이번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보니 신체도 왜소해서 볼품없고 직장도 그저 그런 회사 다닌다고 하더라!”

아련한 재회?

첫사랑을 담아낸 드라마의 인기와 달리 막상 결혼을 준비 중인 미혼남녀 과반수 이상은 학창시절에 호감을 가졌던 이성을 다시 만날 경우 실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대표 손동규)가 연애결혼 정보업체 커플예감 필링유와 공동으로 전국의 결혼희망 미혼남녀 516명(남녀 각 258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동창생을 지금 만날 때 느끼는 호감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질문에 대해 남성 응답자의 56.1%와 여성의 76.4%가 ‘다소 실망스럽다’(남 39.9%, 여 56.2%)거나 ‘매우 실망스럽다’(남 16.2%, 여 20.2%)고 답해 남녀 모두 절반 이상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이모(36?남)씨는 “나이가 들어서 나타난 첫사랑을 보고 괜히 만났구나 싶었다”며 “귀엽던 얼굴엔 주름이 자글자글, 가냘프던 몸은 푹 퍼져있고 결정적으로 여성스럽던 목소리는 마치 조폭영화에 등장하는 목소리로 변했더라. 세파에 찌든 첫사랑의 모습을 보면서 추억은커녕 실망과 연민만 느꼈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박모(33?남)씨 역시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이 오래가는 만큼 기대가 커서 그런지 다시 만난 그녀는 예전과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며 “그만큼 추억의 힘이 대단함을 느꼈다. 어쩜 기억 속 첫사랑을 만나 실망한 것은 그 때의 풋풋함만을 새겨놓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조모(26?여)씨는 “미완성으로 끝난 첫사랑의 결과는 오랜 시간 선물상자에 봉인되거나 기억 속에 남는 것 같다”며 “다시 만나는 것보다 가슴속에 묻어두는 게 더 의미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좋았던 기억만을 남겨놓으려는 고집이 있고 나쁜 기억은 삭제시켜버리거나 내게 유리한 기억으로 포장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해도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다운 법, 파헤치면 실망이 크다”고 털어놨다.

반면 학생 때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남 10.9%, 여 3.5%)와 ‘다소 매력적이다’(남 7.4%, 여 5.0%)고 답한 비중은 남성 18.3%와 여성 8.5%에 그쳤다.

또한 ‘그때와 비슷하다’는 응답자는 남성 25.6%, 여성 15.1%이다. 짝사랑했던 동창생을 먼 훗날 만나서 느끼는 실망감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동규 비에나래 명품커플위원장은 “성장하면서 어릴 때와는 신체조건도 많이 변할 뿐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도도 각자 다르다”라며 “학력이나 직업이 크게 향상되고 외모관리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여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매력적으로 변하는 사례가 많으나 학력이나 직업, 신체조건 중에서 하나라도 취약요인이 발생하면 여성들의 평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남성들의 경우 실망을 주는 사례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학창시절 짝사랑…지금 보니 별로
“추억은 추억일 뿐, 오해하지 말자” 

특히 ‘학창시절 인기 있던 동창생 이성이 비호감으로 변했을 경우 주된 요인’으로 남성은 ‘볼품없는 외모’(34.5%)를, 여성은 ‘내공 부족’(26.0%)을 각각 첫손에 꼽았다.

반면 ‘학창시절 별로 눈길을 끌지 못했던 이성 동창생이 지금은 매력 만점으로 변해 있을 경우의 주된 요인’은 남녀 간에 많은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매력적인 외모, 신체조건’(31.4%)을 꼽은 비중이 가장 높고 '번듯한 직업, 직장’(20.9%), '성격, 가치관’(17.4%), '능력, 교양’(12.8%), '성향, 코드’(10.5%) 등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고, 여성은 ‘번듯한 직업, 직장’(29.8%)과 '능력, 교양’(24.8%)을 비슷하게 1, 2위로 꼽았고, 그 외 ‘성격, 가치관’(19.8%)과 '매력적인 외모, ‘신체조건’(14.7%), ‘성향, 코드’(7.0%) 등을 매력 가점요인으로 꼽았다.

엇갈린 인연

커플예감 필링유의 김혜진 상담 컨설턴트는 “결혼이 임박한 미혼들이 이성을 볼 때는 남성은 상대의 외모와 직업 등을 크게 고려하고 여성은 직업과 내공 등을 관심 있게 본다”며 “따라서 학창시절과 비교해 이런 요인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했을 경우 매력적으로 보이나 반대일 경우 실망감을 준다”라고 설문결과를 분석했다.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그려내듯 추억은 달콤하고, 하루하루 변해가는 세월은 쓰디쓰다. 그 현실을 잊고자 우리는 추억을 그리고, 그 달콤한 기억에 갇혀 오늘을 잊는다.

첫사랑에 설레고 아팠고, 빨리 어른이 되고자 아니 어른이 되었다고 믿고 지냈던 그 시절 우리들의 모습. 그 거울과 같은 향수에 우리는 오늘도 울고 웃는다.

어쩌면 우리에게 첫사랑은 오랜만에 꺼내 읽는 열여덟 살의 일기장과 같은, 닿을 수 없지만 영원히 추억할 수 있는 존재와 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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