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되면 안 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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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되면 안 되는 사람들 <입체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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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행보' 거꾸로 되짚어보면 끝에 '악연' 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통합행보로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봉하마을과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는가 하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동까지 성사시켰다. 언론에서는 박 후보의 행보를 '파격'이라 평가하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박 후보의 행보가 파격이라 평가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박 후보와 그들 간의 지독한 악연 때문이다. 박 후보가 그들과의 만남을 고집한 진짜 이유를 추적해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견고한 지지율은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린다. 박 후보의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을 덮친 초유의 공천헌금 사태와 역사관 논란, 야권의 수많은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 없이 박 후보를 지지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지금 당장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해도 대선에서 40%의 지지는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콘크리트 지지율
콘크리트 반대율

하지만 박 후보에게는 콘크리트 지지율만큼이나 견고한 '콘크리트 반대율'도 있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즉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콘크리트 반대율을 반드시 극복해야만 한다. 박 후보가 지난 8월20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국민대통합'과 '100% 대한민국'을 가장 먼저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박 후보가 지금까지 펼쳐온 대통합행보를 되짚어 보면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을 형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세력은 바로 '친노무현계(이하 친노)'다. 박 후보가 대선후보 확정 다음 날 봉하마을로 직접 내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전격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면담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제1야당의 대표로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2007년 1월 노 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그 이전에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한 연극 <환생경제>를 보며 웃고 즐긴 것이 지금까지도 친노세력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단단한 '콘크리트 반대율' 깨야 대권 잡는다
아버지 대부터 수많은 악연 사회 각계 곳곳에

당시 한나라당 이혜훈, 박찬숙, 박순자, 주호영, 주성영, 나경원, 정병국 의원 등이 직접 출연해 공연한 <환생경제>라는 연극은 노 전 대통령을 빗댄 등장인물 '노가리'를 향해 각종 막말을 쏟아내는 장면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악연 때문에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다음 날인 지난 2009년 5월24일 조문을 하기 위해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문상객들에게 쫓겨나다시피 김해를 떠나야 했다. 봉하마을은 구경조차 하지 못한 채였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유독 전직 대통령들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상징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간의 악연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비록 아버지대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박 후보의 지지율 근간이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후광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7월11일 김문수 경기지사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박 후보를 '칠푼이'로 지칭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지난 4·11총선에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된 것이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PK(부산·경남)정치를 상징하는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는 박 후보에게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박 후보는 봉하마을을 방문한 다음 날인 지난 8월22일 오전엔 김 전 대통령을, 오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각각 예방했다.

전직 대통령들과
불편한 관계 '독'

적군보다 더 지독한 아군도 있다. '친이명박계(이하 친이계)'를 일컫는 말이다. 친이계는 소수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인 만큼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는 표면적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박 후보와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는 "박 후보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강경파들이 다수 존재한다. 박 후보 진영 일각에서 현영희 의원 돈 공천 파문이 청와대의 작품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실제로는 박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몰래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두 사람의 악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후보는 당시 대선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 진영은 이 대통령이 전과 14범이라는 주장을 하거나, 위장전입 문제까지 파헤쳤다. 이 대통령은 이 때문에 국민들에게 사과까지 해야 했다. 그러나 극에 달했던 두 사람의 갈등은 경선이 끝난 후 박 후보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면서 해소되는 듯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진 것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였다. 박 후보는 당시 총선 공천에서 '친박근혜계(이하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자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며 직설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이 경선 직후 박 후보에게 공언했던 '동반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지난 5년간 주요 현안마다 사사건건 부딪쳤다.

대권 위해서라면
적도 아군도 없어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갈등이 정점에 이른 것은 세종시 문제를 놓고 맞섰던 2010년 2월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충청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하지만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다음 날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떡하느냐"라고 이 대통령을 강도에 비유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한 촛불파동 때는 재협상을 요구했고, 용산참사 때는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했으며, 한나라당에 의해 미디어법 개정이 추진될 당시에도 반대 입장을 밝혀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와 오랜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 4·11총선 때에는 이른바 '친이계 학살'로 불리는 공천을 단행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지난 2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박 후보와 이 대통령의 회동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회동의 배경에 대해 "박 후보는 대선승리를 위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의 지원이 절실하고, 이 대통령 또한 안정적인 퇴임을 위해서라도 박 후보와의 관계개선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지율 상승 성공했지만 진정성은 의문
반성·사과 없는 끌어안기에 역풍도 '솔솔'

한편 박근혜 콘크리트 반대율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노동자 계층과 2030세대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친노세력이나 진보주의 등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특히 노동자 계층은 박 후보가 최근 경제민주화 이슈 등을 내놓으며 껴안기에 나섰음에도 박 후보에 대해 매우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28일에는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려다 전태일 열사 유족은 물론 재단 관계자와 쌍용차 노동자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전까지 봉하마을 방문 등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고무되어 있던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는 이 일을 계기로 잠시 주춤하게 됐다. 

이날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를 막아선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노동현안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전태일재단에 간다는 것은 열사를 욕보이는 행위"라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2030세대 또한 만만치 않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자라고 배워온 이들에게 박 후보의 역사관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박 후보가 2030세대를 끌어안기 위해 젊은이들의 거리인 홍대를 방문하고 젊은층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찢어진 청바지도 입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5·16발언, 인혁당 발언 등에 대한 인식변화가 없다면 2030세대를 끌어안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분석이다. 또 2030세대들은 치열한 입시경쟁, 과도한 대학등록금, 낮은 취업률 등에 대한 책임을 현정권에 묻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 박 후보를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2030 끌어안기
역사관이 걸림돌

현재로선 콘크리트 반대율을 깨기 위한 박 후보의 대통합행보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 진정성은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이번 대통합행보 이전 쌍용차 노조와 한국대학생연합 등 많은 단체들은 박 후보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입장표명을 촉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수십 차례 해왔지만 이들과 박 후보와의 면담은 단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었고, 입장 역시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가 파격적인 대통합행보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진정한 사과와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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