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도 결정하는 여론조사 허실 파헤치기

한국뉴스


 

대선판도 결정하는 여론조사 허실 파헤치기

일요시사 0 732 0 0

정치생명 쥐락펴락, 울고 넘는 '그래프'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대선후보들의 여론조사 수치는 대선판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이제 여론조사는 정치를 판단하는 자료에서 벗어나 현실정치를 좌지우지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정치권도 이에 따라 울고 웃고 있으니 여론조사가 놀랄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혹시 이러한 조사방식과 결과에 한계와 위험은 없는지, 여론조사의 허와 실을 <일요시사>가 집중 분석해 보았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기록하고 있다. 양측의 여론조사 그래프가 여느 때처럼 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조사방식과 선정대상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이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정 후보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조사과정 천차만별

우리나라 정치에 여론조사의 역사는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은 선거결과 예측조사를 실시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당선을 실제 결과와 2.2%p 차이로 맞춰 맹위를 떨쳤다.

당시 선거여론조사는 불법이었지만 집권당인 민정당에 유리했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이후에 선거법 개정으로 여론조사가 가능해지자 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여론조사 활용도가 높아졌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6~9%p 정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득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42%, 김대중 전 대통령이 33.8%로 이때부터 여론조사는 결정적인 신뢰를 받게 된다.

이후 선거구도는 여론조사의 절대적 영향 아래에 놓이게 된다. 1997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아들의 병역의혹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당내에서 후보교체 요구가 터져 나왔다.

이에 이인제 의원이 대선후보 자리를 꿰차기 위해 당시 경기지사를 탈당했다. 하지만 곧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제자리로 회복됐고, 역으로 이인제 후보가 사퇴요구에 시달렸다.

여론조사가 정치인을 쥐락펴락하는 웃지 못 할 모양새가 연출됐던 것이다.

이 외에도 여론조사는 경선과정에서 대세론을 몰고 다니며 크고 작은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2010년 6·2 지방선거가 이러한 여론조사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당시 개표 결과는 그동안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특히 서울시장선거의 개표 결과가 그러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15%p 따돌리며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오 후보 47.5%, 한 후보가 46.8%의 득표율을 기록해 0.7%p 간발의 차이로 시장 자리를 겨우 연명해 오 후보가 간담을 쓸어내린 것이다.

강원도도 마찬가지였다. 이계진 한나라당 후보는 10%p 차이로 이광재 민주당 후보에 앞서고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연 결과 이광재 후보가 53.4%를 기록하고 이계진 후보는 46.6%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다.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대치했던 인천시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10%p 앞섰지만, 개표에서는 송 후보가 9%p 차로 이겼다.

이같이 여론조사가 개표결과와 어긋나는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이유를 진단했다.

그들은 조사방법, 응답률, 표본과정, 조사원의 숙련도 차이와 선거 전 일주일 동안 부동층의 표심 변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여론조사는 ARS·유선·무선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나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10%p 앞서다 개표하면 주저앉아
조사 결과가 투표율 결정하기도

당시 집 전화 외에 휴대전화 조사를 한 언론사에 따르면 집 전화(624명) 응답자들의 지지율은 나경원 후보 42.8%, 박원순 후보 35.4%였던 반면 휴대전화(561)의 경우엔 나 후보가 36.4%, 박 후보는 46.7%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일반전화 방식을 이용한 여론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한 전문가는 "일반전화 방식의 여론조사 수용자들은 주로 중장년이기 때문에 젊은 유권자 표본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전화 방식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10%에 불과한 것도 신빙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여론조사 기관이 주로 이용하는 표본추출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주로 전화번호부를 이용해 샘플을 뽑는데 조사시간에 전화를 받기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을 여론조사에 포함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처음 뽑은 샘플과 수차례 재통화를 시도한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조사 완료에 5~7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우리나라는 비용의 문제로 한 번 통화가 안 되면 바로 다음 전화번호로 넘어가는 형식으로 여론조사 표본이 결여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설문문항과 대상자 표본, 조사 설계가 같더라도 양 기관 조사원들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사장은 매체를 통해 "여론조사는 하나의 게임의 룰로서 양측이 도입한 것이지 조사결과 자체를 절대시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도 여론조사를 절대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유권자는 잘못된 여론조사에 어떤 영향을 받기에 이를 맹신해선 안 된다는 것일까?

여론조사의 실체를 밝히는 <락더보트>의 저자는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의 지방선거 때 만약 여론조사가 두 후보가 '접전'을 펼치는 양태로 나와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가 결집되었다면 승자는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선거 여론조사의 문제점으로 흔히 지적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밴드에건 효과'이다.

이는 편승 효과로 대중이 의사결정을 할 때 강자나 다수파가 택하는 것을 추종해 같은 결정을 내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여론조사 결과 1위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현상이 바로 이러한 효과에 바탕을 둔 유권자의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특정후보에 대한 소극적 지지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경쟁후보보다 지지율이 현격하게 떨어지면 투표를 포기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는 특정지지층의 투표율을 낮추는 '악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투표율이 조작 막아

론조사 방법과 표본 등을 일방에 유리하게 전개한다면 충분히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해 유권자의 선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공정하지 못한 여론조사 방식에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가 공정성과 정확성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락더보트>의 저자는 "오로지 유권자의 투표만이 이러한 조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가 늘어나 조작이 발붙일 수 없는 선거풍토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