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안철수의 '대권 딜레마'

한국뉴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안철수의 '대권 딜레마'

일요시사 0 783 0 0

피할 수 없는 ‘검증대’ 버릴 수 없는 ‘민주당’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년 가까이 풀던 문제의 답을 가져왔다. 장고 끝에 그가 내놓은 대답은 'YES'. 이것은 필연적으로 안 전 원장에게 수없이 많은 난제를 던져준다. 그것은 OX로 대답할 수도 없고 당장 해답이 나오지도 않는다. 정답과 오답의 구분도 모호하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안 전 원장.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안 전 원장이 넘어야 할 협곡이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먼저 넘어봤다.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합니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9일 시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우회적인 출마선언을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안 전 원장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이것으로 18대 대선판에 올 것이 왔다. 새누리당은 총구를 겨눈 채 공격 준비를 하고, 민주통합당은 발톱을 숨긴 채 숨을 고르고 있다. 양자대결을 가장한 삼자대결이자, 박 대 안·문을 가장한 안 대 박·문의 대결이 시작됐다.

'검증팀' 본격 가동
'전초전' 기류 확산

일찍이 조조는 "난세(亂世)에는 인재(人才)를, 치세(治世)에는 인덕(仁德)이 있는 사람을"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난세라면 안 전 원장은 인재여야 하고 치세라면 인덕이 있어야 한다.

안 전 원장이 인재가 아니고 인덕도 없어 대선판을 주도하지 못하면 '정치를 안 하느니만 못한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 전 원장의 정치권 입문이 그에게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 전 원장의 대선 출마를 두고 그의 정치인생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칼럼을 통해 "(안 전 원장이) 여야의 이른바 '검증 공세'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독자행보를 고수해 3자구도로 갈 경우 승산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가 "안 전 원장에 대한 의혹이 20가지가 넘는다"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고 전해져 미묘한 전초전의 기류가 흘렀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한 매체를 통해 '안철수 검증팀' 가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 등 우리가 공식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들을 모아서 상대에 대한 대비를 하겠다"고 안 전 원장에 대해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

안 전 원장은 이를 예견이나 한 듯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은 두렵지 않습니다. 극복하겠습니다"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입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새누리당은 우선 각 상임위원회 소속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증에 나서는 한편,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안 전 원장을 거론해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해진다.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안 전 원장에 대해 "(검증 없이) 대선에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은 국민 무시"라며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세례는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석 민심은 곧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새누리당 '안철수 X파일' 국정감사서 올릴 듯 
추석 연후 전후해 각종 의혹 집중포화 예상 

또한 최근 불거진 정준길 변호사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고, 대신 안 전 원장을 끌어들여 여론의 득을 보겠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민주당도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민주당은 안 전 원장을 단일화 선상에 올려놓고 문 후보와의 치열한 정책공방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이 과정에서 네거티브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덕성을 둘러싼 '사실검증'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도덕성 검증은 필요하고 중요한 기준이다"며 "(안 전 원장) 그 사람이 어떤 길을 살아왔는지, 삶의 철학과 공익적인 자세는 어땠는지 등의 내용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원장은 그동안 전세살이,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딱지) 논란,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의혹,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인수와 룸살롱, 군 입대 일화 등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려 왔다.

이에 '진실의 친구들'이라는 네거티브 대응 페이스북을 만들어 금태섭 변호사가 안 전 원장을 향한 검증공세의 수비수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 중에서도 금 변호사가 얼마 전 폭로한 정 변호사의 발언이 가라앉지 않고 여전히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안 전 원장과 30대 여성과의 교제 의혹과 관련한 구설수가 가라앉지 않아 사실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인 것이다.

안 전 원장 측은 이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없다"고 일축했다. 안 전 원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정당한 검증에 대해서는 계속 성실하게 답할 생각이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자구도 피해야
연대 줄다리기 한창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는 법이다. 안 전 원장의 공식적 우군이자 잠재적 적군인 민주당이 그렇다. 민주당은 안 전 원장의 정치생명과 나아가 정권교체 여부에도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안 전 원장에게 없는 것은 세력이고 민주당에 없는 것은 정권교체를 이룰 지지율이다. 이것을 내놓지 않고 양자 모두 완주를 택할 경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자연스레 대권을 거머쥐게 되는 어부지리를 얻게 되므로 양자 모두 공생을 택해야 하는 공동운명에 처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면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3자구도로 자연스레 권좌에 올랐던 1987년이 재현되는 위험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서는) 서울시장선거에 이어 5년 정권을 다투는 대선에서조차 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안 전 원장이) 절박한 민주당을 누르고 '단기필마'의 그가 야권단일후보 자리에 오르기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을 듯싶다"고 안 전 원장이 놓인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안 전 원장이) 후보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치열한 줄다리기도 벌어야 하고, '가설정당' 신설과 같은 억지춘향식 정치공학적 행태들도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자출마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민주당에 들어갈 수도 없는 안 전 원장의 대권 딜레마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선 안 전 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조건부 단일화를 내걸며 야권연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최대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것의 방법과 과정을 두고도 적지 않은 난관이 존재한다.

이번 달 초에 열린 '2012년 대선 특별 심포지엄'에 모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안 전 원장의 단일화 구상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정부론’은 세력이 아닌 인물과 손잡는 것으로 세계 정치사에도 유례가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안 전 원장과 민주당 간 후보단일화를 통해 안 전 원장이 승리할 경우 당적 없이 출마하는 '시민연합정부론'에 대해서는 "정당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며 "시민과 정당을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대단히 위험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경선을 위한 임시정당인 가설정당에 대해서는 "선거 편의를 위해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라며 "일말의 논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민주당과 안 전 원장 그룹,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쇄신인사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새로운 정당을 건설하는 '제3지대 신당론'에 대해서는 "민주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의 무능과 무기력이 매번 실패한 방식인 신당 창당으로 해결할 수 있겠냐"라는 비관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민주당 대부분이 신당에 합류하고 당에 잔류하는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하거나 명분 없이 고집 피우고 있는 것이라면 이 방안을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도 선거에 이기는 것만 초점을 둔다면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고 관계자는 내다봤다.

문-안 '각개 완주'는 박근혜 당선 어부지리로 이어져 '역적'       
'민주당 개혁'과 '국민의 동의' 조건 내건 단일화 여정 험난

그렇다고 안 전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처지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굉장히 위험한 정치 행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안 전 원장은 현실정치와 관련해서 '새 정치'와 '정권교체'라는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안 전 원장에 대해 "기존 갈등 재생산 제도와 적대의 바깥에 있는 안 전 원장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분출되는 것"이라며 "한국사회의 낡은 질서와 미래가치의 충돌"이라고 표현했다.

한 전문가는 "안 전 원장은 여권지지성향의 표를 상당수 잠식하고 있다"면서 "안 전 원장은 야권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여권성향이나 보수층의 일부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안 전 원장의 지지율에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거부 정서, 그리고 일부 보수성향의 표가 포진해 있다. 결국 안 전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경우 이러한 표심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한 무당파 중심의 안 전 원장의 지지층도 함께 떨어져 나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안 전 원장이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야권연대 무대에 먼저 한 수를 띄운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이 민주당의 뼈를 깎는 당내 혁신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안 전 원장의 지지율 하락은 민주당의 실패로 연결되는 만큼, 우선 민주당이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선거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안 전 원장의 메시지"라며 어떻게든 이겨놓고 봐야 한다는 이른바 '선거공학적' 시각에서 탈피해서 안 전 원장을 봐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다.

이로써 다음 한 수는 민주당에 넘어갔다. 민주당은 단일화를 위해 '당내 쇄신'이라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한 정치 관계자는 "후보단일화만을 위한 2단계 야권단일화는 한계를 보여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며 "야권연대 시즌2가 돼 내용과 가치의 연합으로 중간의 진보층까지 함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층, 무당파가 관건
단일화에 '한 수' 띄워 

다른 정치평론가는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것만 정리하고 매듭지으려 해도 시간이 촉박하다"며 야권연대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다그쳐 주문했다.

현시점에서 정권교체는 안 전 원장과 민주당이 함께 이뤄야 할 시대적 숙명이나 다름없다. 대선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출사표를 던진 안 전 원장과 기성정치세력인 민주당은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生卽死 死卽生)'이라는 충무공의 말을 깊이 되새겨야 할 때이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