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골프장 미련' 못버리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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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골프장 미련' 못버리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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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뗀 줄 알았는데…조용한 물밑 작업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집념도 이런 집념이 없다. 롯데건설이 '계양산 골프장' 사업에 다시 눈독을 들이고 있다. 환경단체와 시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백지화되고 1년여 간 잠잠하다가 재차 소송을 단행하고 나섰다. 롯데건설이 골프장 사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롯데건설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은 1974년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계양산 일부 부지(247만m²)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06년 롯데건설은 지역의 반대여론과 군시설 보호구역,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상황을 뚫고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서를 승인 받았다. 2009년 9월 롯데건설은 계양산 인근에 95만5000m², 18홀 규모의 구체적 골프장건설계획을 세워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 승인까지 받아냈다.

사실상 백지화

순조롭던 골프장 건설은 마지막 절차인 실시설계 승인을 앞두고 문제가 제기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롯데건설이 인천시에 제출한 입목축적조사서에 기재되어있는 계양산에서 자행하고 있는 식수 규모가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인천시민위원회 측에서 조사한 수치와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사전환경성검토서 조작의혹도 불거졌다. 2006년 관리계획서 제출 당시 사건환경성검토서에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동식물들이 서식한다고 돼 있지만 다시 제출된 2차 검토서에서는 이 내용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계양산 골프장 논란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골프장 건설 반대 입장이던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송 시장은 계양산 골프장 건설예정부지가 일부 포함된 시민휴양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계양산 골프장 건설 사업을 단계적으로 취소시킬 방침을 세웠다.

같은 해 롯데건설은 4차례에 걸쳐 인천시에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 신청을 했지만 인천시는 이 신청을 모두 반려했다. 롯데건설이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계양산 부지 소유자가 신격호 명예회장으로 사업주체인 롯데건설 소유가 아니어서 사업시행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인천시는 지난해 6월 롯데건설의 골프장 용지를 도시관리계획에서 폐지해 건설 사업을 사실상 중단시키고 사업시행자 지정신청을 반려했다.

롯데건설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롯데건설은 같은 해 7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인천시와 롯데건설은 이 심판 과정에서 1년에 걸쳐 답변서와 보충서면을 8차례씩 주고 받는 등 지루한 공방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 6월 위원회에는 역시 시의 손을 들어줬다.

시행자 지정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 제기
시민휴식공간? 골프장?…1년 만에 다시 논란

이에 따라 시는 계양산 북쪽 롯데그룹 소유의 부지를 포함한 계양구 다남동, 목상동 일대 자연녹지를 공원부지로 용도변경해 계양산 419만8000m²에 대한 공원화를 추진키로 했다.

2016년까지 1, 2단계로 추진될 공원화 사업을 통해 시는 휴양림 1곳(190만9000m²)과 역사공원·산림휴양공원·수목원 등 공원 3곳(72만3000m²), 테마 마을 2곳(156만6000m²)을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6년을 끌어왔던 롯데건설의 계획에 '마침표'가 찍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마침표가 '쉼표'로 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1년여 동안 잠잠했던 롯데건설이 재차 소송을 단행하고 나선 것.

인천시와 롯데건설 등에 따르면 최근 롯데건설은 인천시를 상대로 계양산 골프장 사업시행자 지정신청 반려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냈다. 이번에는 법원에 소송을 낸 것. 롯데건설은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천시가 거부한 것은 잘못됐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은 소송도 불사할 정도로 왜 이렇게 계양산 골프장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

업계 관계자들은 수 년 동안 계양산 골프장 사업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입은 피해의 보상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2006년에는 사업비 1100억원을 들여 골프장 조성 사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었고 그간 시와의 다툼으로 재산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부산 백양산과 인천 청라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추진 중인 여타 골프장 사업에까지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진행 중인 골프장 사업들 역시 각종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계양산 골프장 사업이 신 명예회장이 추진 중인 '숙원사업'의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숙원사업은 계양산 골프장 사업과 서울 잠실 123층 제2롯데월드, 부산 120층 롯데타운 사업으로 알려졌다.

보상심리 작용했나?

롯데건설은 인천은 골프장, 서울은 쇼핑, 부산은 테마파크로 이어지는 체제를 구축해 레저분야에서 국내 1위를 고수하겠다는 전략으로 수십년간 해당 사업들에 공을 들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계양산 골프장 사업이 완전 무산되면 신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은 반쪽짜리로 전락하게 된다.

이와 관련 롯데건설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어 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이 없다"고 짤막하게 해명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소송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진행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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