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⑰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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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⑰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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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슬로건 하나가 열 정책보다 낫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후보,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후보를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고 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별명·저서·친구·고향·건강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일곱 번째로 그들의 '슬로건'을 살펴봤다.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잘 만든 슬로건 하나가 열 정책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단 한 줄의 메시지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도 자신의 정책적 방향은 물론이고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까지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슬로건은 '단 한 줄의 승부'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대선에서 단 한 줄의 승부 슬로건 대결에서 승리하게 될 후보는 누구일까? <일요시사>는 각 후보의 슬로건을 살펴봤다.


박근혜 <박근혜가 바꾸네>
"무엇보다 쇄신이 중요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선 슬로건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박 후보는 슬로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침대는 과학'이라는 카피로 유명한 조동원씨를 홍보기획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등 눈에 띄는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 무척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4·11총선 때는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100% 대한민국'으로 정해 큰 효과를 얻은 경험이 있다. '1% 대 99%의 대결'을 내세운 민주당을 역으로 겨냥한 슬로건이었다.

민생에 방점

박 후보 측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에 대해 "시대적 과제인 '변화', 박 후보의 정치철학을 상징하는 '민생', 유권자가 원하는 '개인화' 등을 키워드로 슬로건을 만들었다"며 "기다려온 변화 박근혜, 국민의 삶과 함께 가는 박근혜, 내 삶을 위한 선택 박근혜 등이 더해져 깔때기 원리에 의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지난 7월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가진 대선출정식에서도 '국민' '행복' '꿈'을 수십 차례 언급하며 "우리 정치는 민생과 상관없는 정쟁과 비방에만 몰두해있다"며 "이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 국민 모두가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박 후보를 상징하는 이모티콘은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의 말풍선 안에 '박근혜' 이름의 초성인 'ㅂㄱㅎ'과 함께 '스마일'을 한데 모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박 후보 측은 "그동안 지도자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사진, 이름, 캐리커처 등이 사용됐지만 디지털문화를 상징하고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 이모티콘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슬로건과 PI(Presidential Identity)는 나오자마자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박 후보의 'ㅂㄱㅎ' PI가 경선상대였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PI인 'ㅇㅌㅎ'을 따라한 것이라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또 시민단체인 '내가 꿈꾸는 나라'는 박 후보의 슬로건에 대해 자신들의 단체명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꿈'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슬로건은 우리나라에 500개가 넘고, 사람이름 초성을 사용하는 것은 최근의 트렌드"라며 일축했다.

한편 슬로건인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그 뜻이 모호해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선 '박 후보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례적 슬로건 추가

이러한 논란 때문인지 박 후보 측은 지난 7월20일경 '박근혜가 바꾸네'란 대선 슬로건을 이례적으로 새로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경선 선거운동기간에는 당초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발표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보다 이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었다.

이 슬로건은 "국민 여러분 저 박근혜가 바꾸겠습니다"라는 발언에서 나온 것으로, 박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문, 또 뒤이은 정책발표를 통해 자주 나왔던 문구다. 이를 '박근혜' 발음과 비슷하게 표현해 '슬로건화'한 것으로 보인다.

변추석 미디어홍보본부장을 비롯해 실무진 다수가 이 슬로건을 제안했고, 박 후보도 제안에 흡족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박 후보의 철학과 정책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박근혜가 바꾸네는 쇄신과 실천의지를 강조하겠다는 의지로 다가온다. 캠프 측은 이를 통해 친근감을 높이면서도 '박근혜=쇄신·개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재인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 정하기 힘들다 힘들어"

"슬로건 좋던데, 좀 빌릴까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손학규 당시 경선후보는 지난 7월23일 방송토론회에서 슬로건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문 후보가 자신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손 후보의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을 빌려 써도 되겠냐고 물은 것이다. 그러나 손 후보는 자신이 대선후보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지만 그만큼 손 후보의 슬로건이 탐난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한 것이다.

손 후보는 비록 경선에서 패했지만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건배사로 쓰일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문 후보는 당초 여성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겨냥해 헌신·용기·원칙을 키워드로 한 '대한민국 남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으나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이유로 중도 폐기됐다.

중도폐기 아픔도

문 후보는 SNS를 통해 "대한민국 남자 PI를 사용도 안 했는데 걱정이 들려왔다. 페북(페이스북)과 트윗(트위터)으로 의견을 물었는데 반대의견이 많았다"면서 "(폐기를) 받아들인다. 의견을 여쭤보길 잘했다"고 적었다.

 후보는 슬로건을 놓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문 후보는 출마선언을 통해 "소수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주인인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마선언을 했다. 하지만 출마선언 때의 슬로건인 '우리나라 대통령' 또한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메시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문재인 캠프에서는 "아직 메인 슬로건으로 확정 된 것이 아니다"라며 급히 발을 뺐다.

즉각 캠프에서는 '노무현의 카피라이터'로 불린 정철 사무국장과 시인이자 캠프 대변인인 도종환 의원,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정만호 메시지팀장이 참여해 슬로건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이다. 이에 따라 문 후보의 최종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가 됐다.

이 슬로건은 현 정부, 여당이 민생을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민주당 경선 승리 후 다음 날 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같은 날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는 '일자리가 먼저입니다'라는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연 것도 슬로건에 입각한 행보로 풀이된다.

드림팀 구성

하지만 문 후보의 슬로건 역시 표절시비를 겪었다. 사람이 먼저다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2년 대선 때 내걸었던 슬로건 'Putting People First(국민이 먼저)'를 표절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7월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뒤 'Putting People First'(PPF)로 명명된 집권 비전과 미래를 위한 계획을 제시했다. 실업자 증가, 빈부격차 확대 등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행정부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재정운용 방안과 관련한 정책 대안들을 내놨고, 결국 선거에서 이겼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클린턴 전 대통령 슬로건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인간의 존엄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담은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홍익인간'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후보의 심벌은 황록색의 담쟁이를 형상화 했다. 문 후보 측은 "담쟁이 잎 하나가 수백, 수천 개의 담쟁이 잎과 손잡고 결국 벽을 넘는 것처럼 국민과 함께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의 벽을 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철수 <새로운 변화의 시작>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9일 정식으로 출마선언을 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아직 슬로건과 PI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안 후보 측은 선대위 인선이 마무리 되면 슬로건과 PI도 곧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홍보팀이 꾸려지면 그곳에서 담당해 슬로건과 PI를 만들고 박선숙 총괄선대본부장이 최종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출마선언 당시 단상 플래카드에 새겨져 있던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사실상의 슬로건이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 줬다"며 "저는 18대 대선에 출마해 국민들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고 밝히며 특히 '변화'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변화'

안 후보 측은 일단 이 문구가 슬로건이라고 보면 되지만 이를 계속 가져갈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출마선언 다음 날인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서도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때문에 안 후보의 슬로건은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가 이렇게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제도권 정치인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차별화를 통해 3자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변화에 초점을 맞춘 슬로건은 안 후보의 차별화 된 집권 플랜과 국민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전혀 새로운 방식의 대선출마과정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의 향후 대선 행보 또한 새로운 변화라는 슬로건에 맞춰 파격적인 정치실험을 거듭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정당에 기반하지 않은 선거운동, 독자출마, 네거티브 없는 선거운동 등의 새로운 정치를 표방했다. 또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에서 '국민이 선택하는'이라는 부분은 정치적 이득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민심만을 따르겠다는 안 후보의 정치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해당 문구가 적혀있던 플래카드의 바탕색깔인 '흰색'이 안 후보의 상징색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있다. 흰색은 안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와도 잘 맞고, 박 후보의 상징색인 빨간색이나 문 후보의 상징색인 초록색과도 겹치지 않는다. 또 안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국민' '정치' '미래' '변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향후 PI에는 이러한 개념이 반영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대와 우려 동시에

한편 정치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추구하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정당 배경을 가지지 않은 후보가 대선에서 이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세계 최초일 것"이라면서 "새로운 정치실험임은 분명하지만 때문에 여러가지로 위험스러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네거티브 없는 선거운동 제안 등의 참신한 행보는 정치권의 발전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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