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린 '한국수력원자력'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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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차린 '한국수력원자력'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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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풀린 원전관리, 고삐 풀린 직원관리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뇌물수수와 사고 은폐 이후 한수원에서 강도 높은 쇄신책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또다시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만에 원전 두 곳이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고 추석 연휴 직전에는 일부 직원들의 마약 투여 사실이 드러났다. 한수원은 대대적 쇄신인사를 단행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원전 대란'에 대한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0분 100만kW급 원전인 신고리 원전 1호기 가동이 중지됐다.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계통 고장이 원인이었다. 2시간여 후에는 같은 급 영광 원전 5호기가 발전을 멈췄다. 이번에도 역시 고장이 원인이었다.

원전 또 고장

이로써 영광 5호기는 지난 2002년 가동이 시작된 후 14번째 고장을 맞게 됐다. 또한 신고리 1호기는 만들어진 지 2년도 채 안 된 새 원전인데다 지난 1월2일부터 2월20일까지 계획 예방·정비를 실시한 결과, 아무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원전의 사고·고장 발생 건수는 총 12차례. 이는 지난해 전체 고장 건수와 같은 수치다. 현재 10월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총 원전 사고·고장 건수는 지난해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측은 "이번 2건의 원전 고장은 모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고장 등급 중 '0'등급에 해당돼 안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최근 '원전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원전 고장은 전력 당국의 허술한 원전 관리에 대한 비난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원전의 관리 책임을 가진 한수원은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원전의 고장을 사전에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고장을 제때 막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며 "특히 새로 지어진 원전 시설의 경우 일정 기간 적응 단계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고장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껏 발생했던 원전 고장 사례를 살펴보면 원자력 발전소의 특성이 아닌 직원 질수로 인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10년 12월에는 신고리 원전 2호기가 나사 하나가 빠져 가동이 중단됐고 지난해 2월 영광 5호기는 드라이버가 원자로 냉각재 펌프를 가동시키는 전동기에 있어 가동을 멈췄다. 또 지난해 12월에 울진 원전 1호기가 가동을 멈춘 것은 작업자가 실수로 밸브를 잠그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원전의 고장과 사고는 한수원 직원들의 근무 태만과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병폐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지난 9월27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한수원 고리원자력발전본부 재난안전팀 직원 A씨 등 2명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9월25일 구속됐다. 지역 폭력조직인 '통합기장파' 조직원으로부터 히로뽕을 구입, 총 다섯 차례 투약한 혐의다.

구속된 직원들은 화재 등 재난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고리원전본부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소방대원들이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중 한 명은 고리원전 사무실 안에서도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이 근무시간까지 마약에 취해있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고리원전 내부에 공범이 더 있는지 확인 중이다.

한수원은 또 고액 연봉 직원들에게 학자금 수백억 원을 무이자로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호기, 5호기…'원전고장 사태 잇달아 비상
 쇄신안 발표 이후에도 근무 태만·해이 여전

지난 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 5357명에게 학자금 403억58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무이자 대출로 한수원 직원들은 모두 23억8300만원 상당의 특혜성 혜택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의원은 "한수원이 직원들의 복리후생 차원에서 무이자로 학자금을 지원해줬다고 해명하지만 대출자 평균 연봉이 9033만원임을 볼 때 무이자로 대학학자금 대출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일반 국민 정서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선 지난 7월 울산지검 특수부는 원전 납품업체로부터 최소 1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까지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수원 간부 22명을 포함한 임직원 35명을 구속하거나 기관통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수원은 근무기강 확립과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본사 처장급 직위의 3분의 2이상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혁신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장급을 본사 처장 직위에 보직하는 등 본사 처장급 주요보직에 젊고 혁신적인 인물을 발탁, 전진 배치해 과거 인사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인사를 시행했다.

특히 이번 쇄신인사에는 최근 발생한 고리원자력본부 소방대원 마약투여 사건 관련자는 해임조치하고, 지휘관리 책임을 물어 고리원자력본부장을 비롯한 경영지원 처장, 재난안전팀장 등 관련 간부들을 직위해제하는 문책인사도 포함됐다.

하지만 한수원의 쇄신안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뇌물 수수 사건 등으로 인해 비난이 커지자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했다. 일부 매체에는 약 한 달여간 사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한국에도 소련의 체르노빌, 미국의 쓰리마일, 일본의 후쿠시마 같은 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관리 직원에 문제가 없어도 원인 모를 이상으로 사고가 날 수 있고, 자연재해에도 자유롭지 않다. 항상 위험하고 그래서 더 긴장해야 하는 게 원전이다.

한수원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매우 크다.

민주통합당도 "정부가 전력 대란을 핑계로 땜질식으로 처방해온 결과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번 원전 고장에 대해 평가했다.

직원들 마약 적발

정성호 대변인은 지난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추석 연휴가 끝난 날 아침부터 전해진 원전가동 중단소식에 주변지역 주민은 물론 많은 국민이 불안해 한다"며 "올해만 벌써 원전이 멈춘 것이 12번째다. 국민이 안전을 강면하는 정부와 한수원의 말을 밎지 못하는 것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또 "이번 국정감사에서 원전안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전 사고 일지>

▲월성 1호기 1월12일 정상 운전중 원자로냉각재 1번 펌프 정지로 안전시스템에 따라 발전소 자동 정지.
▲신월성 1호기 2월2일 시운전 중 증기발생기 고수위로 인한 원자로 자동정지.
▲고리 1호기 2월9일 계획예방·정비 중 소외전원상실 및 비상디젤발전기 기동실패에 의한 교류전원 완전상실.
▲신고리 2호기 3월4일 출력상승시험 중 가압기 고압력에 의한 원자로 자동정지.
▲신고리 2호기 3월23일 출력상승시험 중 증기발생기저수위에 의한 원자로 자동정지.
▲신월성 1호기 3월27일 발전소제어계통 오작동에 따른 원자로 자동정지.
▲영광 6호기 7월30일 제어봉 구동장치 전원공급계통 출력차단기 개방에 의한 원자로 자동 정지. 
▲신월성 1호기 8월19일 제어봉제어 계통 전력제어소자 고장으로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 정지.
▲울진 1호기 8월23일 소외전력계통 교란에 따른 안전주입 및 원자로 자동정지.
▲월성 1호기 9월16일 여자변압기 고장에 의한 터빈정지 및 원자로 출력 자동감발.
▲신고리 1호기 10월2일 제어봉제어계통 고장으로 원자로 자동정지.
▲영광 5호기 10월2일 증기발생기 저수위에 의한 원자로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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