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기업 내부거래 실태 (71)동화약품-동화지앤피

한국뉴스


 

[연속기획]'일감 몰빵'기업 내부거래 실태 (71)동화약품-동화지앤피

일요시사 0 995 0 0

국민소화제 활명수병 알고 보니…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국민소화제 '부채표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은 지난달 말 기준 3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동화지앤피'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의약·식품병 납품

1970년 설립된 동화지앤피(G&P)는 약병, 드링크병 등 포장용 유리용기 제조업체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시화공단에 있다. 당초 현대유리공업이란 회사였다가 1972년 동화약품 자회사로 편입된 뒤 2003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문제는 동화지앤피의 자생력이다. 동화지앤피는 병을 만들어 동화약품에 납품하고 있다. 주거래처 역시 동화약품. 그렇다보니 동화약품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절반 이상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100억원 안팎의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동화지앤피는 지난해 매출 158억원 가운데 89억원(56%)을 동화약품과의 거래로 올렸다. 활명수병, 판콜에이병, 비타천병 등 의약품 및 식품병을 동화약품에 납품했다. 동화지앤피는 2010년에도 매출 147억원 중 86억원(59%)에 달하는 '일감'을 동화약품으로부터 받았다.

그전엔 더 심했다. 동화지앤피가 동화약품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54%(총매출 175억원-내부거래 95억원) ▲2001년 51%(168억원-85억원) ▲2002년 65%(182억원-119억원) ▲2003년 76%(147억원-111억원) ▲2004년 87%(155억원-135억원) ▲2005년 83%(139억원-116억원) ▲2006년 86%(121억원-104억원) ▲2007년 77%(116억원-89억원) ▲2008년 73%(131억원-95억원) ▲2009년 61%(118억원-72억원)로 나타났다.

그동안 동화약품은 ▲2000년 1382억원 ▲2001년 1264억원 ▲2002년 1341억원 ▲2003년 1344억원 ▲2004년 1230억원 ▲2005년 1380억원 ▲2006년 1528억원 ▲2007년 1487억원 ▲2008년 1751억원 ▲2009년 3337억원 ▲2010년 2153억원 ▲지난해 23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매출에 큰 변화 없이 100억원대를 꾸준히 올리면서 총자산은 2000년 205억원에서 지난해 428억원으로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총자본은 119억원에서 383억원으로 3배 불었다.

매년 100억씩 매출 절반 이상 모회사에 의존
윤도준 회장 지분 소유…짭짤한 배당금 받아

동화지앤피는 이를 토대로 거의 매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0년과 지난해 각각 3억원, 1억8000만원을 배당했다. 2007년과 2008년엔 6000만원씩 지급했다. 동화지앤피는 앞서 2000년 2억1000만원, 2001년 6억원, 2002∼2005년 각각 9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짭짤한 배당금을 받은 동화지앤피의 주요주주들은 계열사인 동화개발(19.81%·23만7664주)과 동화약품(9.91%·11만8878주), 가송재단(10%·11만9990주) 등이다. 주주들은 동화지앤피에서 해마다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씩 챙겼다.

이중엔 동화약품 오너도 있다. 윤도준 회장은 동화지앤피 지분 8.86%(10만6370주)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동화지앤피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화약품 최대주주는 다름 아닌 동화지앤피(15.22%·425만2370주)다. 윤 회장은 5.13%(143만3085주)를 갖고 있다.

올해 창립 115주년(1897년 창업)을 맞은 동화약품은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 현재 선대회장인 '윤창식-윤광열'에 이어 3세 경영 중이다. 고 윤광열 명예회장의 장남 윤 회장은 서울고와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17년간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과장, 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등을 역임하다 2005년 부친의 뜻에 따라 동화약품에 합류했다.

당시 윤 명예회장은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고 표류하면서 계속 사세가 축소돼온 동화약품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라”며 평소 믿고 의지한 큰 아들 윤 회장을 회사로 불러들였다는 후문이다. 부회장으로 입사한 윤 회장은 2008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실 그전까지 동화약품은 차남 윤길준 부회장이 책임지고 있었다. 숭문고와 조선대를 졸업한 윤 부회장은 1985년 동화약품에 입사해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사장 등을 거쳐 2003∼2008년 사장을 지내다 2008년 형과 함께 부회장에 올랐다.

동화약품은 4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윤 회장은 슬하에 1남1녀(인호-현경)를 뒀다. 이 가운데 먼저 딸 현경씨가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올해 32세인 현경씨는 경희대 경영학과와 미국 존슨앤웨일즈대학교에서 식음료 경영학을 전공하고 2008년 광고홍보실 주임으로 입사해 지난 4월 BD(신제품개발)실 이사로 초고속 승진했다.

동화약품 내부거래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회사도 있다. '흥진정공'과 '동화개발'이다. 두 계열사는 공시를 하지 않아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액을 확인할 수 없다. 주주구성 등 지분도 알 수 없다. 다만 역으로 동화약품이 공개한 특수관계자와의 매입거래 내역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동화약품 최대주주

1976년 설립된 흥진정공은 활명수, 판콜에이, 비타천 등 드링크 병마개를 동화약품에 판매해 2010년과 지난해 각각 9억원,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77년 설립된 동화개발은 동화약품에 7억원, 4억원어치의 골판지상자 등 포장재를 팔았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