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풀무원 '관세포탈'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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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vs 풀무원 '관세포탈'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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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중국 콩 두고 '밀고 당기기'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검찰과 풀무원 간 세금 탈루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은 풀무원이 중국산 콩을 저가로 들여오면서 수백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풀무원은 정당한 사업목적에서 이루어진 정상적인 수입일 뿐 탈세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유기농 두부나 콩나물 등을 생산·판매하는 식품제조업체 풀무원이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그동안 중국산 유기농 콩을 수입하며 수입액을 저가신고 해 500억원대 관세를 탈루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된 것. 하지만 풀무원 측은 "행정법원에서 이미 무죄 판결이 난 사안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임원·수입업자 기소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이성희)는 중국산 대두를 수입하며 당국에 원가보다 낮은 가격을 신고, 관세 76억여원을 포탈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풀무원홀딩스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중간수입업자들과 공모해 관세를 탈루한 혐의로 전직 풀무원 친환경구매담당부장 이모(49)씨와 풀무원의 주문에 따라 수입액을 저가 신고한 혐의로 중간수입업자 백모(63)씨 등 3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남승우 풀무원홀딩스 대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2001년부터 풀무원은 유기농 콩을 원료로 한 제품의 수요가 늘자 유기농 콩 제품 생산을 기획했지만, 국내에서는 유기농 콩을 대량 생산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중국에서 유기농 대두를 구매키로 한 것. 이에 풀무원은 중국 길림성의 H사와 유기농 콩 구매 계약을 맺었다. 또 풀무원은 매년 미리 구매량, 구매가격 등을 정한 뒤 품질을 정밀히 관리하는 '계약재배' 방식을 택해 H사로부터 유기농 콩을 수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산 콩의 수입 관세율이 500%여서 구매가격 그대로 신고하게 되면 국내산보다 비용이 훨씬 높아지는 등 사업성이 없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풀무원이 콩 수입가격을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2년 말 H사가 생산한 유기농 콩을 톤당 650달러에 수입하기로 실계약을 맺고 중간에 백씨 등 농산물 수입업자를 내세워 톤당 150달러에 수입한 것으로 신고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2002년 12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35차례에 걸쳐 503억1292만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씨는 2005년 8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중국 랴오닝성의 P사가 생산한 유기농 콩을 수입하면서 19차례에 걸쳐 52억8412만원의 관세 납부를 부당하게 회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로써 총 555억9000만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검 "저가신고 관여 풀무원도 공범"
풀 "이미 무죄판결…무리한 기소"

같은 시기 백씨 등은 풀무원이 관세 당국에 저가 신고한 금액보다 더 낮은 가격에 수입액을 신고해 580억원대 관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은 풀무원 측에서 백씨에게 납품대금 명목의 돈을 주면 백씨는 H사와 P사에 수입 신고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송금함과 동시에 세관에 신고 했으며 H사와 P사에 실제로 줘야 할 실계약금은 백씨 측이 지인을 중국에 대동해 현금거래를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풀무원 측은 관세포탈 사실이 적발될 경우 책임을 회피하고 법적 처벌을 피하고자 중국산 유기농 콩을 직접 수입하지 않는 대신 제3의 업체가 수입을 대행토록 지시했으며, 이들 업체로부터 콩을 납품받은 수법이 이용된 것이다.

검찰은 풀무원 법인에 대해서도 일반 관세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2008년 1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5차례에 걸쳐 76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씨 등보다 적용 기한이 짧은 이유는 법인은 징역형이 불가해 공소시효 10년에 해당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포탈혐의가 아닌 공소시효 5년에 해당하는 관세법 위반을 적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세관은 풀무원의 이 같은 탈세혐의를 포착해 2010년 6월 378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풀무원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내 지난달 20일 원고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당시 풀무원 측은 수입업자가 수입한 콩을 구입했을 뿐 직접 수입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관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풀무원이 업체들을 내세워서 수입 콩 가격을 낮게 신고하고 세금 포탈을 공모·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서울세관은 풀무원에 부과한 관세를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적법하게 수입"

검찰의 불구속 기소를 두고 풀무원 관계자는 "풀무원은 납세의무자가 아닐뿐더러 유기농 콩 수입업체로부터 국내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콩을 납품받았을 뿐 관세를 포탈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하며 "행정재판에서 풀무원이 관세 포탈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조세회피 목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온 만큼 형사재판에서도 관세 포탈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풀무원 등의 기소는 행정소송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행정법원은 관세 납부 의무가 수입업자에게 있느냐 풀무원 측에 있느냐를 판단한 것뿐이고, 검찰 입장은 수입가격 저가 신고에 관여했다면 풀무원 측도 공범이란 취지로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수입대행업체에서 허위매출을 만들어 마치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유기농 대두를 수입하는 것처럼 가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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