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무차별 '묻지마 인재영입'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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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무차별 '묻지마 인재영입'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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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도 없고 영혼도 없는 '끌어안기'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대선후보들 간의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초박빙의 판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번 대선의 승패는 바로 '중도층'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인재 모시기 경쟁은 어느새 '묻지마 인재영입'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각 캠프의 인사면면만 보면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여야의 무차별적인 묻지마 인재영입 백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이번 18대 대선에서 각 후보들의 주요 슬로건 중 하나는 바로 '통합'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가장 우선적으로 대통합 행보를 펼치며 '100% 대한민국'을 강조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용광로 선대위를 공언하며 당내 비노 계파는 물론 시민사회까지 총망라하는 선대위 구성을 예고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역시 "정치를 새롭게 하고자 하는 모든 분과 손을 잡고 세상을 바꿀 용의가 있다"며 중도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대선화두 '통합'

이처럼 '통합'이 이번 대선의 주요화두로 떠오른 것은 바로 중도층 공략 때문이다. 지지율 격차 10% 미만의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이번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 이미 끌어올 표는 다 끌어왔다는 분석이다.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표의 확장이 시급한 시점에 확실한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중도층은 승부를 결정지을 마지막 표밭이다. 유권자들의 이목을 모을만한 외부 인사 모셔오기 싸움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더욱 유별난 이유다.

각 선거캠프는 어떤 인물들이 지지 대열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 인재 모시기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이렇듯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최근에는 묻지마 인재영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념과 노선을 초월해 아예 다른 혈액형의 피까지 수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각 캠프의 인사면면에 대해 저 사람이 왜 저기에 가있을까 하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심지어는 각 캠프의 책사 자리에 과거 적진에 몸담았던 인물들을 아무 스스럼없이 기용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 후보 진영의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문 후보 진영의 윤여준 민주통합당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과거 안 후보의 멘토로 널리 알려졌던 인물들이다. 대선 빅3 후보들이 잇따라 자신들과 이념 및 성향 면에서 이질적인 인사들을 영입하자 정치전문가들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다양한 계층을 포용해야 하는 대선후보에게 (이질적인 인사영입은)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잘 활용하면 전반적인 정책을 다양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재 모시기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영입에 진정성이 있느냐, 선거용이 아니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질적인 인사들이 캠프에 합류한들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며, 자칫 기존의 측근들과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며 "과거 수차례 대선 때마다 후보들이 영입한 인사의 말로를 살펴보면 대부분 낙동강 오리알처럼 결국은 일회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칫 선거공학에 치우친 묻지마 영입이 정책공약의 혼선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박 후보 진영의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설전을 벌이며 불협화음을 냈다. 문 후보 역시 구 한나라당 전략가 출신 윤여준 위원장을 영입한 데 대해 당내 인사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이에 대해 "일에는 도리와 순서가 있어야 한다"며 "어떤 명분과 전향의 과정 없이 민주당이 그를 덜컥 끌어들이다니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중도층 표심잡자!" 이름 있는 사람은 일단 영입?
대선용 인재포퓰리즘…정책 혼선 등 부작용 우려

안 후보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사실상 경제참모로 영입하면서 야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는 모피아의 대부로 통하는 인물"이라며 "경제참모로 친재벌 인사와 반재벌 인사를 동시에 영입해 그가 주장하는 혁신 경제가 도대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표가 아쉬운 후보들은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는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일어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지난 9월28일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 자문위원단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중 무려 6명이 "정치적 성향도 다른데 어떻게 박 후보 캠프에 이름을 올리겠느냐"며 합류를 부인했다.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 선수는 박 후보로부터 공동선대위원장 임명장까지 받았으나 얼마 후 임명장을 자진 반납했다.

김 선수는 "단순한 식사 자리인 줄 알고 참석했다"며 본인이 선대위원장에 임명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정작 당사자는 영입대상이 된 줄도 몰랐다는 사실에 박 후보 진영은 최소한의 사전 교감도 없이 임명장을 남발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간의 인물 영입 경쟁을 두고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지층이 상당히 겹치다 보니 물밑 경쟁이 더욱 치열한 것이다. 똑같은 인물을 두고 동시에 양쪽 캠프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예도 적지 않다.

민주당 내 다수의 의원들이 안 후보 캠프를 지원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당 지도부는 안 후보를 돕는 의원들을 제명시키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쪽의 영입 경쟁이 과열될 경우 감정적 충돌 사태가 빚어져 단일화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묻지마 영입 '망신살'

한편 묻지마 영입경쟁이 반드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각 후보들이 깜짝 기용에만 신경쓰다 보면 정작 고정 지지층의 이탈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여야 대선후보들의 묻지마 영입경쟁은 국민들에게 고민과 정성이 담긴 비전은 제시하지 않고 영입인사의 상징성에만 기대 표를 모으려는 얄팍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대선이 불과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소모적인 영입경쟁을 중단하고 당당한 정책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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