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70)화진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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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70)화진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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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붙어사는 헷갈린 '쌍둥이 회사'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에서도 발견된다. 특정 자회사와의 지원성 거래가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심한 편이다. 그중 한곳이 바로 아이기스 화진화장품이다.

화장품 방문판매로 유명한 화진화장품은 '아이기스 화진화장품'(이하 화진화장품)이란 상호의 법인이 2개다. 서울법인과 부천법인이다. 두 회사는 같은 이름으로 구분이 쉽지 않지만, 등기부상 법인이 전혀 다른 일종의 계열사 관계로 보면 된다.

등기부상 별개

1991년 설립된 서울법인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있다. 주사업인 화장품과 미용기기 및 건강식품 도소매 업체로 등록돼 있다. 1998년 IMF 당시 유동성 위기로 부도 처리됐다가 2002년 부활했다. 설립부터 줄곧 화진화장품이란 상호를 사용하다 지난해 6월 아이기스 화진화장품으로 변경했다.

이시오에, 레이앙스, 예브랑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화진화장품은 부천법인을 비롯해 화미화장품, 화진엔앤에이치(N&H), 화진아이텍, 화진방송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가 부천법인이다. 이 법인은 계열사와 거래로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98년 설립된 부천법인은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내동에 있다. 당초 화진코스메틱에서 서울법인과 같은 화진화장품으로, 다시 지난해 6월 현 상호로 변경한 부천법인은 화장품과 미용기기 등을 제조해 서울법인에 납품하고 있다. 주거래처 역시 서울법인.

그렇다보니 서울법인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100%에 가까운 매출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200억∼3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다시 말해 서울법인이 없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자생력 제로'회사다.

부천법인은 지난해 매출 329억원 가운데 327억원(99%)을 서울법인과의 거래로 올렸다. 서울법인 등 화진화장품 관계사는 2010년에도 부천법인의 매출 285억원 중 282억원(99%)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그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부천법인이 관계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1년 99%(총매출 321억원-내부거래 320억원) ▲2002년 99%(292억원-291억원) ▲2003년 99%(76억원-75억원) ▲2004년 99%(82억원-81억원) ▲2005년 97%(79억원-77억원) ▲2006년 99%(168억원-166억원) ▲2007년 99%(406억원-400억원) ▲2008년 99%(254억원-252억원) ▲2009년 99%(248억원-246억원)로 나타났다.

'동명이사'서울·부천 법인 따로 두고 납품거래 
매년 수백억씩 매출 99% 채워…오너가 최대주주

그동안 서울법인은 ▲2002년 255억원 ▲2003년 408억원 ▲2004년 261억원 ▲2005년 369억원 ▲2006년 409억원 ▲2007년 141억원 ▲2008년 299억원 ▲2009년 260억원 ▲2010년 669억원 ▲지난해 96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부천법인과 서울법인의 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천법인은 강현송 화진화장품 회장이 71.74%(13만6310주)의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28.26%(5만3690주)는 서울법인이 보유 중이다. 강 회장은 서울법인 지분 76.14%(8만375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강 회장은 두 법인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난 강 회장은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17세부터 38세까지 호떡장사, 택시기사, 도자기행상, 오징어잡이 등 무려 40여 가지 직업을 경험한 후 우연히 접한 화장품 외판원을 계기로 창업해 지금의 화진화장품을 일궈냈다.

IMF 때 회사가 부도 처리되는 시련을 겪었지만 절치부심 4년 만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강 회장은 ‘방문판매’만 고집한다. 고객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화진화장품 내부거래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회사도 있다. '아이기스 화진엔앤에이치'와 '화진아이텍'이다. 두 계열사는 공시를 하지 않아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액을 확인할 수 없다. 주주구성 등 지분도 알 수 없다. 다만 역으로 서울법인과 부천법인이 공개한 특수관계자와의 매입거래 내역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자생력 제로

2004년 설립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화진엔앤에이치는 지난해 부천법인으로부터 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회사는 2008∼2010년 각각 40억원, 45억원, 40억원을 거래했다.

1997년 설립된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 화진아이텍은 지난해 7억원을 서울법인과 부천법인에서 채웠다. 두 법인은 2008년과 2009년 각각 4억원씩, 2010년엔 7억원에 달하는 일감을 화진아이텍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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