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 달인'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속 보이는 출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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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 달인'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속 보이는 출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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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만 되면 사라지는 회장님 "몹시 가을 타시나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숨기의 달인 면모를 드러냈다. 국감을 피해 영국으로 날아갔다. 명분은 출장. 물론 이 회장 뿐만 아니라 국회 호출을 받은 다른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회장은 처음이 아니다. 3년 연속 그랬다. 하도 뻔뻔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 3일 지식경제위원회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낳은 대기업슈퍼마켓(SSM) 법안 문제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회장은 국내 대형 유통업체를 대변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국감 직전 출국

이 회장은 그간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나라를 잘살게 하겠다는 애국심에서 비롯했는지 진정성이 의심된다" "협의기구도 없이 무조건 법을 만들어 밀어붙이는 방식의 영업규제는 문제가 있다" "삼성에 입사한 이래 40년째 사업을 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이런 식으로 하는 곳은 없다"는 등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왔다.

여기에 올 국감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유통업체에 대해 잔뜩 벼르고 있기 때문에 이 회장의 이번 증인 채택은 국감에서 한바탕 설전을 예고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국감에 불참했다. 앞서 이 회장은 국회에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유는 영국 테스코 본사 회의 참석이다.

이 회장은 국감 3일 전인 지난 5일 영국으로 출국했다. 영국 테스코 컨퍼런스는 글로벌 CEO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업보고·전략회의 등을 진행하는 자리다. 이 회장은 글로벌 CEO 회의, 아시아 CEO 회의 등에 참석하고 한국 테스코 투자 확대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장을 제외한 대형마트 2사 대표들도 8일 열린 국감에 모두 불참했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지난 7일 중국으로 2박3일 일정의 출장을 떠났고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역시 유럽 체류 중이다.

지경위는 오는 24일에 위원회 국감을 한 번 더 열기로 결정하고 불출석한 대표들에게 재출석 요구를 곧 통보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회장의 귀국 예정일은 국감이 끝난 뒤인 26일이다.

홈플러스 측은 "영국 테스코 컨퍼런스는 매년 10월께 열리고 있다"며 "연간 계획에 잡혀있는 것이라 국회에 정식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대리인 출석을 요청했다"고 말했지만 비난의 화살은 피해가지 못했다. 이 회장의 국감 '피해가기'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3년 연속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감에서 벗어났다.

2006년 이 회장이 국감 출석 요구에 불응, 검찰에 고발되어 기소유예 처리를 받은 후 첫 번째 도피성 해외출장은 2010년 국감에서였다.

2009년 10월 열린 국감에서 여야 의원과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 회장 간의 팽팽한 신경전 때문일까. 이 회장은 2010년 10월 국감에서부터 은근히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3년 연속 국감 피하기…명분은 해외출장 
정부 규제 쓴소리 하더니 감사 무서웠나

SSM 규제 법안 문제로 국정 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이 회장은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2010년 10월13일 "특정 대형마트 업체가 영국 정부에 로비를 해서 영국 정부가 (SSM 규제 법안을)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해 시비를 걸고 있다"며 홈플러스 대주주인 테스코를 지목했고 국회 지경위는 하루 뒤 전체회의를 열어 이 회장을 10월22일로 예정됐던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이 회장은 국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데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소명할 것이 있다면) 국회에서 이야기 하겠다"고 말해 국감 출석을 예상케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출석 예정일 나흘 전에 홍콩으로 출장을 떠나 출석 예정일 이틀 뒤인 24일에야 영국에서 출발해 귀국했다. 코트라와 맺은 중소기업 수출 지원 협약의 후속조치가 이유였다.

묘하게 맞물린 해외 출장 시점은 일반 여론 뿐 아니라 국회 내에서도 강하게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당시 김영환 국회 지경위원장은 "이 회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했다"며 검찰 고발 의사를 천명했고 이어 여야도 이에 합의했지만, 이후 예산안 문제로 국회가 공전하는 와중에 이 회장 고발건은 흐지부지 됐다.

지난해 10월6일 열린 지식경제부 국감에는 SSM과 관련해 왕효석 홈플러스 대표가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다. 당초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는 이 회장에게 증인 출석 요구를 했지만 이 회장 측이 출석 불가 의사를 밝혀 왕 대표로 증인을 바꿔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9월20일 열린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도 불출석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두 번째였다. 역시 이유는 미국에서 열리는 UNGC 포럼 참석, 즉 해외출장이었다.

행안부 국감과 지경부 국감 모두 왕 대표가 참석했다.

되풀이되는 '꼼수'

국회 행안위 관계자는 "어차피 이 회장이 불출석을 밝혀와 빈자리가 되느니 회사 내 다른 경영자를 대신 출석토록 하는 게 낫다고 의원들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감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을 명령할 수 있으며, 불출석 또는 증언 거부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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