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기업 내부거래 실태 (72)영풍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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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일감 몰빵'기업 내부거래 실태 (72)영풍그룹

일요시사 0 1221 0 0

▲건물 안 왼쪽 위는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오른쪽 아래는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소나기 피하려 우산 폈는데 '구멍 숭숭'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일요시사>는 일감 몰아주기 연속기획 1회에 영풍그룹의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 재계순위 33위(공기업 제외)인 영풍그룹은 지난달 말 기준 총 22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는 영풍개발에 그룹 일감이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1989년 설립된 건물관리업체 영풍개발은 매년 총매출의 100%에 가까운 금액이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그 금액은 100억원 안팎이다. 영풍개발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두 아들 세준·세환씨와 딸 혜선씨가 지분을 각각 11%(1100주)씩 갖고 있다. 오너일가가 1/3를 소유한 회사인 것이다.

수의계약 거래

그런데 영풍개발 외에도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영풍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엑스메텍'이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2009년 설립된 엑스메텍은 공장, 건물 등 건축설계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체다. 문제는 자생력이다.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형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1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내부거래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엑스메텍은 지난해 매출 335억4200만원 가운데 94억3100만원(2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영풍(94억2200만원)과 케이지엔지니어링(900만원) 등이다. 주거래처인 ㈜영풍의 경우 수의계약을 통해 정보보호 업그레이드, 신호전송 프로젝트, 전력계통, 수전설비 등을 엑스메텍에 맡겼다.

그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영풍(48억400만원)과 케이지엔지니어링(4300만원), 알란텀(1100만원) 등 영풍 계열사들은 2010년 엑스메텍의 매출 80억7000만원 중 48억5800만원(60%)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엑스메텍은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설립 첫해 4억8500만원 영업손실과 5억60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흑자로 전환한데 이어 지난해 각각 41억9300만원, 30억7000만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냈다.

총자산은 2009년 48억4000만원에서 지난해 129억4300만원으로 불과 3년 만에 2배 이상 불었다. 같은 기간 14억4000만원이던 총자본은 61억1500만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그동안 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엑스메텍은 계열사 매출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적돼 왔다. 특히 장 회장의 장남 세준씨 12%(4만8000주), 차남과 외동딸 세환·혜선씨 각각 11%(4만4000주) 등 오너일가의 지분도 있어 더욱 의심을 받았다. 이를 의식해선지 영풍 오너일가는 지난해 9월 엑스메텍 지분 전량을 ㈜영풍에 매각했다. 매각가격은 주당 1만9500원씩 총 26억5500만원이다.

몰아주기 논란일자 돌연 오너일가 주식 정리 
"과세 피하기" 지적…아직 3세 지분 남아있어

경제개혁연대는 "영풍그룹 총수일가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의심 사례로 지적 받았던 엑스메텍 보유지분을 ㈜영풍에 매각한 것은 세법 개정에 따른 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증여세(최고세율 50%)를 회피하고 양도소득세(세율 20%)만 부담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내부거래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오너일가의 지분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장남 최제임스성(한국명 최내현)씨는 15%(6만주)의 엑스메텍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최 명예회장은 장 회장과 함께 영풍그룹을 공동 경영 중이다. 이들의 부친인 고 최기호 회장과 고 장병희 회장은 1949년 의기투합해 아연시장에 진출, 지금의 영풍그룹을 일궜다. 최 명예회장은 현재 엑스메텍 대표이사를, 장 회장은 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케이지인터내셔날'과 '케이지그린텍'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2010년 설립된 케이지인터내셔날은 코크스 등 광물 수입업체로, 지난해 매출 121억3300만원을 모두 고려아연(120억300만원), ㈜영풍(1억3000만원) 등 계열사에서 채웠다. 내부거래율이 100%인 셈이다.

같은 해 설립된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체 케이지그린텍도 사정은 같다. 지난해 매출 26억9500만원이 전부 고려아연에서 나왔다.

두 회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케이지인터내셔날은 세준·세환 형제가 각각 16.67%(3만주)씩 총 33.34%(6만주)를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내부거래율 100%

오너일가는 케이지인터내셔날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장 회장은 상무이사를, 최 명예회장의 형 최창걸 명예회장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케이지그린텍은 세환씨와 최 명예회장의 동생 최창규 부회장이 각각 지분 10%(8000주)을 갖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영풍그룹은 계열사들이 특정 자회사에 물량을 내려주는 방식으로 지배주주에게 안정된 부를 지원하고 있다"며 "영풍그룹의 지원성 거래는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배짱 거래를 계속하고 있어 아예 계열사 물량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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