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vs 중소기업 맞짱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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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vs 중소기업 맞짱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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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함이 졸졸 시냇물로 역류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LG화학이 시끄럽다. 콘크리트 혼화제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혼화제는 연간 내수시장 규모 1400억원 정도의 영세한 시장이다. LG화학의 연매출은 22조원에 육박한다. 중소기업과의 영토다툼이 '탐욕'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한국콘크리트 혼화제협회 소속 업체와 사법정의 국민연대 중소기업 생존권 운동본부 등의 단체가 지난 9월26일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 앞에서 LG화학의 콘크리트 혼화제 시장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LG화학이 콘크리트 혼화제 원료공급 뿐만 아니라 최종제품 PCA(Poly Carboxylic Acid, 폴리카본산)시장에까지 뛰어들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증설까지 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약육강식의 논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약육강식의 논리

앞서 콘크리트 혼화제협회는 시장 규모 1400억원에 중소업체 40여 개가 몰려있는 이 업종에 LG화학이 규모를 늘려나가자 지난 5월 동반성장위원회에 콘크리트 혼화제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관련 중소업체 관계자는 "LG화학이 혼화제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소업체들이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며 "올해 들어서는 생산시설을 2배로 증설하고 있어 그래도 갈 경우 중소업체들은 결국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콘크리트 혼화제는 콘크리트 내구성과 강도를 높여주는 필수첨가제로 1세대 리그닌계, 2세대 나프탈렌계, 3세대 폴리카본산(PCA)계로 나눠진다. 지난해 기준 PCA 국내 생산능력은 18만톤. 이중 33%에 해당하는 3만톤을 LG화학에서 생산했으며 4만톤은 애경과 경기화학에서, 나머지 11만톤은 실크로드를 포함한 8개 중소기업에서 생산했다.

연매출 22조 LG화학 1400억 영세시장 진출
혼화제 중소제조사 "대기업 탐욕으로 고사 직전"

더 큰 문제는 PCA제조에 필요한 주원재료를 LG화학에서 독과점 생산·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PCA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원료는 'MPEG(Methoxy Polyethylene Glycol, EOA의 일종)' 'MAA(Methacrylic Acid, 메타산) 'AA(Acrylic Acid, 아크릴산)' 세 가지.

이중 가장 많은 양이 들어가는 MPEG의 경우 에틸렌옥사이드(EO)가 주원료인 유기계면활성제(EOA)를 통해 생산된다. EO는 폭발위험으로 수출입 및 내륙 운송이 어려워 내수생산만으로 국내 수요가 충당되고 있으며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 삼성토탈 등이 공급하고 있다.

MAA는 LG MMA에서 독점 생산·공급하다가 2009년 5월 호남석유화학 계열사인 대산 MMA가 시장에 합류하면서 두 업체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AA는 LG화학이 독점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AA의 경우에는 월중 사용하고 월말에 최종 가격을 통보받아 월말 결산된다.

이는 중소 PCA 제조사들이 LG화학과 경쟁을 하는 동시에 LG화학 및 계열사로부터 원재료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1월 동반위 결정 관심 집중 

지난해 말 동반성장위원회는 호남석유화학에게 EOA 시장으로부터 철수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EOA가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라는 동반성장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진 것. 하지만 LG화학은 PCA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올해 들어 생산량을 2배 늘렸다.

혼화제협회 측은 1차 원료인 EO의 생산이 대기업 영위 업종이고, 2차 원료인 EOA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결정됐으면 이를 주원료로 해 생산하는 PCA도 당연히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료시장을 독점한 LG화학이 이중 정책을 통해 중소기업을 말살하려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LG화학은 지난 1∼2월 1차 원료인 EO 가격을 인상한다고 관련업체에 통보하고도 자사의 PCA 제품을 사용하는 국내외 고객들에게는 가격을 인하했다. PCA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에게는 원료가격 인상을 통해 PCA 제품 가격 상승을 유도하면서 정작 자사의 PCA 제품은 가격을 인하해 가격경쟁력을 잃은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서도 LG화학이 최근 2∼3년 사이 PCA 원료의 가격은 20∼30%씩 올리고, PCA 제품 가격은 동결시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이 퇴출되도록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혼화제협회는 LG화학이 PCA 시장을 완전 장악한 뒤에 가격을 올리게 되면 혼화제를 사용하는 건설사 및 레미콘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LG화학이 자금력을 동원해 무리한 저가 정책을 펼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혼화제협회에 따르면 LG화학은 PCA 개발 당시 콘크리트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대략적인 화학적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취해 개발했기 때문에 품질과 기술면에서 혼화제 전문 중소기업 제품에 비해 크게 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제조 시설에 대한 투자까지 단행한 LG화학은 PCA 사업에서 수익이 나지 않아 PCA 사업을 연간 수천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는 아크릴레이트 사업부에 배속, 손실을 감내하면서 지속적 저가 정책을 펼쳤다.

양쪽 주장 '팽팽'

LG화학은 혼화제협회 등의 주장에 전면 반박하고 있다. LG화학은 혼화제 원료인 PCA 사업을 할 뿐 혼화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LG화학이 PCA를 국내에 판매하지 않을 경우 40여 곳의 중소 혼화제 업체와 900여개의 레미콘 업체들이 피해를 볼 것이며 LG화학의 빈자리를 해외 기업들이 차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PCA 및 콘크리트 혼화제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여부를 심사 중인 동반위의 결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결과는 11월 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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