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족벌경영 막전막후

한국뉴스


 

'벼랑끝'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족벌경영 막전막후

일요시사 0 2629 0 0

사모님·아드님 손댄 사업마다 '악…악…'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회사는 실적악화에 시달리는데 가족에게 맡겨놓고 외부활동에 주력하는 오너가 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이다. 제과업계 2위였던 해태제과와 4위였던 크라운제과가 합병하면서 한때는 제과업계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견된 크라운해태. 이 회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크라운제과는 1947년 영일당제과란 이름으로 설립돼 1956년 현재의 사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산도'와 '조리퐁' 등 당대의 히트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대표적인 제과업체로 성장했다.

1998년 1월 외환위기로 부도의 아픔을 겪었지만 2003년 8월 화의 절차를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

당대 대표 제과업체
이유있는 추락

2005년 1월에는 자신들보다 덩치가 큰 해태제과를 인수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인수건은 업계 4위의 크라운제과가 2위 업체를 인수한 일로 세간에 화제가 됐을 정도였다.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의 대주주인 외국계 컨소시엄으로부터 회사를 인수했고 당시 윤영달 사장은 2005년 1월12일 해태제과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만남은 업계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크라운이 해태를 인수함에 따라 두 회사의 통합 매출이 1조원을 바라보게 됐고 업계 1위인 롯데제과와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당초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3년 고용승계를 못 박았지만 윤 회장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기존의 해태 임원 7명을 포함해 20명의 직원을 보직 해임했고 자신의 가족들을 하나 둘씩 주요 자리에 앉히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윤 회장의 부인인 육명희씨가 해태제과 상근고문에 자리하면서 부터다. 1969년 이화여대 법정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한 육명희씨는 2학년 재학 시절 윤 회장을 만나 결혼했다. 이후 시아버지인 고 윤태현 크라운제과 창업주의 권유로 결혼 6년 만에 회사 계열사를 거치며 경리 업무로 일을 시작해 2004년 크라운제과 고문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해태가 크라운에 인수되고 2005년 해태제과 상근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육씨는 2006년 크라운베이커리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부인을 해태제과 상근고문에 앉힌 윤 회장은 같은 시기에 사위 신정훈씨를 해태제과 재경본부담당 상무로 발령냈다. 신정훈씨는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미시간 주립대 MBA 과정을 나온 회계사 출신이다. 삼일회계법인과 외국계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경영컨설팅을 했고 개인 회사도 운영했다. 특히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할 당시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작업을 주도했고 인수 후 윤 회장의 부름에 따라 해태제과 관리재정본부장으로 크라운해태가에 입성했다. 현재 신씨는 해태제과를 이끌고 있다.

임원 내쫓고 오너 친인척 검증 없이 경영 참여
합병 시너지 커녕 베이커리 등 줄줄이 실적 악화

윤 회장의 장남이자 현 크라운제과 대표이사인 석빈씨는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크라운베이커리 상무를 거쳐 2010년 초 크라운제과 재경마케팅 담당 상무를 맡으면서 디자인 경영을 주도해 왔다.

오너 자제로는 드물게 디자인을 전공한 석빈씨는 2010년 7월 크라운제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비슷한 시기에 석빈씨의 동생인 성민씨는 크라운베이커리 지점에서 현장 특훈을 마치고 상무로 승진해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윤 회장의 가족경영 체제가 완성된 셈이다. 가족경영은 창업자 또는 CEO(최고경영자)가 자신의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주요한 경영에 참여시켜 효율적인 조직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의도를 갖는다. 하지만 재벌들의 관행과 불투명한 경영으로 비판을 받으면서 족벌경영 혹은 세습경영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윤 회장 역시 족벌경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크라운해태가 계열사들의 만년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크라운베이커리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육명희씨가 대표로 일선에 나선 2006년 이후부터 매출이 급감해왔다. 크라운베이커리는 2007년 974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006년보다 -13.74%나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427억원을 기록해 1/3 수준으로 추락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매장수도 2011년 말 기준 450여 개로 집계되어 업계 1위 SPC(3000여 개)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회사 측은 줄어든 매장을 숨기려고 경기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부산 지역 매장 찾기에서 서울 매장들을 중복으로 표시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표 교체·합병
과연 효과 있을까?

성민씨가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오픈한 브랜드 '딜리델리'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성민씨가 직접 대표직을 맡고 있으며 크라운베이커리와는 별도의 개인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딜리델리는 2009년 10월 신촌 1호점 오픈 이후 2010년 1월 강남역 인근에 2호점을 냈다. '특별한 하루를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로 기존 베이커리와 다른 고급스러운 콘셉트를 선언했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맥없이 묻히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크라운해태는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크라운베이커리를 합병하는 선택을 하게 됐다. 육씨는 지난 5월 크라운베이커리 대표이사에서 이름을 뺏고 윤 회장 비서실 출신인 유근진씨가 후임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난 10월24일 크라운제과는 이사회를 열고 크라운베이커리를 12월 말까지 합병하기로 했다. 크라운베이커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크라운제과는 재무구조 안정화를 통한 영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크라운베이커리를 합병하기로 했다.

1988년 별도법인으로 분리된 지 14년 만에 다시 크라운제과 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실적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계열사는 크라운베이커리만 있는 게 아니다. 크라운제과의 중국법인인 가서안제과는 매년 이어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아예 사업을 매각했다.

중국진출도 실패
딜리델리도 실패

관련업계에 따르면 크라운제과는 지난 7월 말 가서안제과 법인 지분 및 공장 등 투자자산 전부를 23억원에 홍콩 현지 식품업체 CLB COMPANY LIMITED(CLB)에 매각했다.

크라운제과는 2002년 유통판매법인인 상해가서안식품무역유한공사를 만들어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시작은 좋았다. 중국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2005년 5월 가서안제과(생산법인)를 설립했다. 그러나 설립 이후 생산·유통법인 모두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크라운제과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지난해만 당기순손실 14억4970만원을 기록, 매출액은 654만원에 그쳤다.

크라운제과는 올해 1월 CLB와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7월 가서안제과 매각을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해태제과를 인수한 크라운제과가 현재까지도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윤 회장은 본업인 제과보다는 외부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국악단을 만들고 매년 국악공연을 시작하더니 경기 양주시 송추유원지 인근에 아예 '아트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종목인 BMX 후원에 나섰다.

윤 회장은 2007년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전통국악단 '락음국악단'을 창단하고 국악 명인들과 함께 구성한 '양주풍류악회'를 후원하고 있다. 또한 장흥면 송추유원지 부근 약 330만m² 부지에 복합문화예술단지 '송추아트밸리'를 조성 중이다. 이곳엔 신진 조각가 10여 명이 입주한 작업실, 락음국악단 연습실, 회사 연수원, 삼림욕장, 아트숍&레스토랑 등을 갖춰가고 있다.

회사는 골병드는데 오너는 외부활동 주력
죽음 부른 '직원 강제 노역' 재개 논란

윤 회장은 주말마다 부서별로 회사 직원들을 이곳에 불러 각종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아트밸리에 있는 장승 등 대부분의 옥외 조형물, 체험 공간으로 사용되는 가건물은 모두 크라운해태 직원들이 손수 만들고 지었다. 길까지 직접 닦았다. '지금은 지식이 아니라 감성의 시대이며 감성에서 비롯되는 창의성은 머리가 아닌 손끝에서 나온다'는 윤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올해 초 이 회사 직원이 작업 도중 추락사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크라운해태는 '직원 강제 노역 논란'에 휩싸였다. 사고 당시 이 직원은 3m 높이 철제 임시 구조물에서 함석지붕을 달려다 발을 헛디뎌 떨어졌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직원은 안전모·안전화 등 안전장구를 전혀 갖추지 않은 채 작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 이후 회사 안팎에서는 송추아트밸리 조성 작업에 윤 회장이 임직원들을 강제 동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사측은 사내에서 진행하는 체험을 당분간 보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9월25일 한 매체에 따르면 크라운해태는 송추아트밸리에서 직원들 워크숍을 재개했다. 일부 남성 직원들은 이곳으로 불려가 산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소나무 가지치기 등의 작업을 했다.

이 매체에서 크라운해태제과 한 직원은 "현장에 가보면 소나무가 200~300여 그루 있는데 예전에 이 소나무 가지를 자르기 위해 산중턱까지 올라가기도 했다"며 "전기톱으로 작업을 하는데 안전장비가 거의 없어 하마터면 팔을 잘릴 뻔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직원동원 안한다더니
소나무 가지치기

게다가 크라운해태제과는 직원들에게 참석하지 않을 경우 인사고과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운해태제과 내부에서는 팀장급의 경우 괜히 참석하지 않았다가 다음번 인사에서 한직으로 발령 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라운해태 사옥의 엘리베이터에는 아트밸리 조감도와 함께 '우리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본업보다는 외부활동에 주력 중인 윤 회장은 과연 무엇을 그리고 있는 걸까.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