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수장학회 못 내려놓는 까닭

한국뉴스


 

박근혜, 정수장학회 못 내려놓는 까닭

일요시사 0 747 0 0

대통합은 무슨! 내 식구나 잘 챙기자?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정수장학회 논란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주요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론의 압박을 견디다 못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 21일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해명이나 해결은커녕 정수장학회와 자신이 무관하다는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불과 한달 전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사과를 했던 그가 이처럼 돌변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1962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과 연구를 할 수 없는 유능한 인재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수장학회가 50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의 사업가 김지태씨가 헌납한 재산을 기반으로 설립되었으며 원래 명칭은 5·16장학회였다. 그러나 1982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과 그의 부인 육영수의 '수'를 따와 지금의 이름을 만들었다. 정수장학회는 현재 문화방송(MBC) 지분 30%, 부산일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발목 잡는 과거

정수장학회는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등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박 전 대통령의 동서인 조태호와 딸인 박 후보가 각각 5·8대 이사장을 지냈고,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박준규 전 부산일보 사장, 진혜숙 전 청와대 총무비서 등 측근들이 이사를 지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가 불거지자 이사장직을 사임했는데 그 후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의전공보관을 지낸 최필립씨가 맡고 있다. 최 이사장은 박 후보의 사조직 미래연합의 운영위원이기도 했다.

정수장학회 논란의 핵심은 설립 기반이 된 김지태씨의 재산이 군부세력에 의한 '강제헌납'이었는지, 김씨의 '자발적 기부'였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자발적 기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후보는 "김씨는 4·19 때부터 부정축재자 명단에 올랐고 그후 5·16때 부패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받기도 했다"며 "그 과정에서 처벌받지 않기 위해 먼저 재산헌납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의 발표는 이와 상반된다. 진실위는 "김씨의 재산헌납은 구속수감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앙정보부는 수사권을 남용해 재산헌납 과정에 개입했고, 국가재건최고회의 관련자들은 박정희 의장 지시로 헌납받은 재산을 5·16 장학회로 이전했다"고 발표했다.

법원은 지난 2월 김씨 유족 등이 강제로 기부된 아버지의 주식을 돌려달라며 정수장학회와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소송에서 "강압으로 재산이 넘어간 사실은 인정하지만 시효가 지나 반환청구는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박 후보를 향해 정수장학회를 국가에 헌납하고 이사진을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박 후보는 매번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지난 과거사 사과 때와 같은 파격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박 후보는 기존의 입장에서 단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 "도대체 왜 기자회견을 한거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을 정도다.

정수장학회 논란 진화? 기름 부은 박근혜
김지태의 재산 환원, 강탈 또는 자발적 기부

게다가 정수장학회의 전신이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가 아니라고 주장한 점, 그리고 나중에 정정은 했지만 "유족들은 강탈당한 것으로 주장하지만 법원에서는 그런 강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패소 판정한 것"이란 언급은 정수장학회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정수장학회가 발간한 창립 30주년 기념 책자에는 버젓이 "정수장학회는 5·16장학회와 부일장학회의 법통을 이어 받고 있다"라고 적시하고 있음에도 황당한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원 판결이 "강압이 없었기 때문에"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번복한 것은 인혁당과 관련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주장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사태를 진화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미 지난 15일 <한겨레>가 '언론사 지분 매각을 통해 대선에서 박 후보를 돕자'는 내용의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대화록를 공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화록이 공개된 마당에 정수장학회와 자신이 전혀 관련이 없다는 박 후보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믿어줄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논란이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왜 지난 과거사 논란 때와는 달리 기존의 입장을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이번 입장발표가 매우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지난 9월24일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 사과발표를 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역사인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박 후보는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다시금 자신과 정수장학회의 무관함을 강조했는데 설사 진짜 무관하다고 하더라고 국민들이 이를 믿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국민적 상식'을 무시하거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입장 고수를 최근 주력하고 있는 보수층 끌어안기에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전문가들은 "박 후보는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으로 사과를 했음에도 외연을 확대하기는 커녕 지지층의 이탈을 경험했다"며 "만약 정수장학회가 강제로 빼앗은 장물로 설립된 것이라고 인정한다면 또 한번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더럽히는 격이 되고 이는 보수층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박 후보로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층 끌어안기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주장해온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번복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정수장학회와 박 후보 자신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더욱 큰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공천헌금 사태에서 보듯 아무리 강력한 네거티브라도 물증이 없다면 심증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곧 잊혀지게 된다"며 "박 후보도 그러한 점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수장학회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좋은 선거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당당한 대선후보로서의 모습은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박 후보는 적극적으로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