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 다르고 속 다른 근로복지공단 이중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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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 다르고 속 다른 근로복지공단 이중성 논란

일요시사 0 790 0 0

남들은 '꾀병' 식구는 '중병'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근로복지공단은 일반 산재 민원인에게 가혹하다. 집이나 직장을 쫓아다니며 '몰카'를 찍어댈 정도다. 그런데 제 식구들에겐 너그럽다. 족구를 하다가 넘어져도, 축구를 하다가 다쳐도 산재보상금을 준다. 그들만의 산재보험, 근로복지공단의 '이중성'을 들여다봤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근로자 10만명당 약 15명으로 OECD 국가 중 단연 1등이다. 영국의 0.7명에 비하면 20배에 가깝고 미국의 4명에 비해서도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런데 이마저도 축소된 수치라고 한다. 우리나라 재해율은 0.7%로 미국 4%, 독일 3% 등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산재 사망률이 높다면 그만큼 안정성이 취약한 것이기 때문에 재해율 역시 높아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사망률은 높고 재해율은 기형적으로 낮은 것은 재해를 당한 사람이 보상 대상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렵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그만큼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업무상 장애를 얻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얘기다. 특히 '업무상 질병'의 경우 산재로 인정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질병과 업무와의 연관성을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데 일반근로자는 전문성이 없을 뿐더러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8년 7월 근로복지공단 단독으로 해오던 산재 판정이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자 이를 해소하겠다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도입됐지만, 오히려 산재 승인율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8년 노동부 고시가 개정되면서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으로 '발병 전 24시간 이내,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 '발병 전 1주일 이내,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 등 단순화, 수치화된 판단 기준을 세운 것도 승인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 받은 '최근 5년 연도별 산업재해 판정건수와 연도별 신청건수 대비 승인/불승인율' 자료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의 산재신청 대비 불승인율은 2007년 33.6%에서 2011년 45.9%로 12.3%p 증가했다.

특히 뇌 심혈관 질환의 불승인율 경우 같은 기간 56.3%에서 80.2%로 23.9%p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뇌심혈관계 질환은 10건 중 2건 정도만 산재로 인정받는 상황인 것. 직업성 암은 불승인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76%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성 질병에 걸린 근로자들은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은 채 자문위원의 소견만으로 불승인을 남발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와중에 복지공단은 소송 중인 상대의 일상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복지공단은 지난 3년간 총 16건의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공단은 장해(폐질) 상태 관련 부정수급 조사를 이유로 2010년 6건, 2011년 7건, 올해 현재까지 3건의 동영상을 찍었다. 같은 기간 부정수급 적발 사례는 총 42건. 복지공단은 적어도 수급대상 3명 중 1명에 대해 몰카 조사를 동원한 셈이다.

몰카 뒷조사 등 산재 노동자에 가혹
공단 직원들은 살짝만 삐끗해도 보상

복지공단 측은 "초상권 및 사생활 보호라는 피해이익보다 진실 발견 및 국가 기금인 산재보험급여의 정당한 지급이라는 공익적 이익이 더욱 크다고 볼 정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 불법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설사 부정수급 행위자를 가려내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 민간 보험회사의 비슷한 행위를 '불법행위'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도 있는 만큼 몰카 촬영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복지공단은 민간 보험사도 아닌 공공기관이다.

일반 산재 민원인에게 가혹한 복지공단은 제 식구들에겐 너그럽다. 공단 직원들의 산재를 관대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 얄팍한 '이중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은 의원이 입수한 복지공단의 '산재승인 현황(2007∼2011년)'을 살펴보면 공단직원들은 상자를 나르다가 허리를 삐끗했다는 이유로 산재를 인정받아 치료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족구를 하다 서로 부딪쳐도, 축구를 하다 어깨를 다쳐도, 피구를 하다 공에 얼굴을 맞아도 산재로 인정받았다. 체육대회에서 입은 부상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경우가 전체 공단직원 산재 승인의 30%를 차지했다. 심지어 등반 뒤 무릎이 아픈 경우, 신발을 신다가 허리를 다친 경우, 횡단보도에서 발이 미끄러져 넘어진 경우, 발을 헛디뎌 발목을 삐끗한 경우, 1m 높이의 의자에서 떨어진 경우, 파견 근무 중 신종플루에 걸린 경우 등도 모두 산재로 인정받았다.

복지공단 측은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은 산재 인정 절차와 기준이 다르므로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며 "온정주의를 차단하기 위해 공단직원의 산재 인정 여부는 심의위원을 모두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재해조사업무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위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은 안으로 굽어'

복지공단이 산재신청 일반근로자를 어떻게 대우해왔는가를 보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반근로자가 업무와 관련돼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공단직원만큼 산재 승인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 의원은 "노동자들은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험이 누적되면 산재신청을 포기하는 경향까지 나타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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