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전두환 특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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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전두환 특혜' 파문

일요시사 0 1139 0 0

무한리필 29만원 들고 7차례 해외행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각종 특권이 있는 외교관 전용 여권이 수차례 발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형을 선고받고 추징금도 내지 않은 전직 대통령에게는 과도한 특혜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악용해 자신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란수괴죄로 이미 실형을 선고 받았고, 1672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은 내지 않은 채 호화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지난 9월18일 ‘외교관 여권’이 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겉보기엔 일반 여권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외교관 전용 여권엔 여러 가지 혜택이 뒤따른다.

반란수괴 범죄자가…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모두 4차례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이 발급받은 외교관 여권은 5년의 유효기간으로, 전직 대통령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여권법 시행령 제10조’에 따라 발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법상 외교관 여권 소지자는 신분이 확실한 만큼 여러 나라를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데다 출입국과 세관 수속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 받고 외교관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등 특혜가 주어진다.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일반여권으로 입출국할 수 있는 나라는 63개국인 반면, 관용여권으로는 93개국, 외교관여권으로는 96개국을 입출국할 수 있다.

홍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반란수괴였으며 역사의 단죄를 받아 복역을 했고,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내지 않은 채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국민을 우롱했던 사람이다. 최근에도 1000만원 이상의 육사발전기금을 내는가 하면 호화 골프를 즐기는 등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라며 “그런 그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에게만 발급돼야 하는 외교관 여권이 발급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정부의 무책임 행정에 대해 지적했다. 여권법 시행령 제10조는 외교관 여권 발급을 임의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전직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외교관 여권을 발급할 필요가 없다. 또 출입국 관리법 제4조 출국의 금지 조항에 따라 2000만원 이상의 벌금이나 추징금을 내지 않은 사람은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전관예우 외교 여권 발급…부적절 행정 도마
그룹 총수 등 경제 범죄자도 발급 대상 지적

홍 의원은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인다고 해외에서 다양한 홍보를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지나친 모순이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발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 전 대통령은 1997년(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사면을 건의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복권시켰기 때문에 현행법상 전 전 대통령이 외교관 여권을 신청하면 거부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홍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2월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4개국, 2001년 12월 중국, 2002년 6월과 12월 일본과 중국, 2006년 5월 일본, 2007년 7월과 10월 미국과 중국 등 7차례에 걸쳐 외교관 여권을 통해 출국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여권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여권 발급 대상은 전직 대통령, 전직총리, 전직 국회의장, 전직 외교통상부 장관에게까지 제한 없이 발급되도록 되어있다.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횡령·배임·분식회계 등의 경제 범죄로 유죄를 받은 경제사범들도 국제올림픽(IOC)위원이라는 이유로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이 된다.

지난해 10월에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IOC위원 자격정지 중에도 외교관여권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일었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이 회장이 삼성비자금사건으로 IOC위원자격이 정지됐던 2008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IOC위원으로 볼 수 없는 시기에도 외교관여권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아울러 IOC위원으로서의 활동 이외에 삼성의 해외지사 출장 등 삼성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외교관여권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두고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홍 의원은 “외교관 여권 발급대상에 대해 전반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권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네티즌들 역시 외교관 여권 발급이 남발되는 현행 여권법 시행령을 질타했다. 트위터 아이디 ‘jh***’는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0년 1월 11일 LA국제공항에서 미화 1만1000달러와 한화 2억1000만원을 소지한 채 5000달러미만으로 신고하고 입국하다 미국세관에 적발돼 외화밀반출의혹을 받은 바 있다”며 “그런 그가 사용 시기와 용도에 적절하게 외교관 여권을 사용하는지 의심스럽다. 외교관 여권을 민간인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회장님도 외교관?

또 다른 트위터 아이디 ‘kw***’은 “나라가 거꾸로 간다”며 “학살자에게 외교관여권을 발급해주고 온갖 특혜를 다 주는 나라 정상인가”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고 아이디 ‘me***’도 “매년 세금 9억원이 전두환을 지켜주는데 쓰이는 것도 화가 나는데 외교부가 출국금지 대상인 그에게 해외에서 모든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여권을 발급해 줬다”며 “국가에 납부해야 할 추징금 1672억원도 내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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