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 미혼남녀 결혼비용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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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통계> 미혼남녀 결혼비용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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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휘는 웨딩마치…단칸방은 옛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물가상승에 따른 주택구입비 상승과 물질주의적 과시성향의 소비심리로 국내 신혼부부들의 결혼 비용이 억대를 호가하고 있다. 이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결혼을 앞둔 미혼남녀들은 상대방의 결혼비용에 대해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생각할까.

최근 화려해진 결혼풍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남자의 결혼비용은 평균 8078만원, 여자는 2936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평균 비용일 뿐이며 수도권을 기준으로 할 경우 통계 비용의 배 이상이 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세태 속에 결혼을 앞둔 미혼남녀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남“번듯해보이려고” 
 
결혼정보회사 행복출발 더원은 미혼남녀 927명(남 452명, 여 475명)을 대상으로 ‘결혼비용’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 남성 3명 중 1명(38.5%)은 여성들의 결혼비용으로 ‘2000만∼4000만원이 적당하다’고 답한 반면, 여성의 절반 이상인 59.6%는 남성의 결혼 적정 비용으로 ‘6000만∼8000만원’ 수준을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로는 남성의 경우 ▲4000만∼6000만원(32.1%), ▲1000만∼2000만원(17.3%), ▲8000만∼1억원 이상(7.5%), ▲6000만∼8000만원(4.6%)의 순이었고, 여성들은 ▲8000만∼1억원 이상(19.8%), ▲4000만∼6000만원(16.6%), ▲2000만∼4000만원(2.7%), ▲1000만∼2000만원(1.3%) 순으로 답했다.

‘결혼비용 부담금액에 걱정이 있는가’에 대한 설문에서는 남성 93.1%, 여성 87.6%가 ‘그렇다’고 답해 남녀모두 금전적인 걱정이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 문모(31·남)씨는 “우리나라의 관습 중 고쳐져야 할 관습 하나가 ‘남자=집, 여자=혼수’라는 결혼에 관한 관습이다. 아마도 이 문제에서 결혼까지 갔다가 도로아미타불 되는 경우 많을 것 같다”며 “사랑도 돈이 좌지우지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긴 하지만 이젠 집이나 혼수는 그냥 서로서로 맞추어가며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이건 내가 하고 저건 네가 하고 ‘네꺼 내꺼’ 따지다보면 결혼을 하기에는 정말 힘든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명모(26·여)씨는 “요즘 미래에 대해 자주 생각해보는데 돈을 모아서 시집이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월급은 박봉에 학자금 대출까지 갚아가면서 결혼자금을 마련한다는 게 쉽지 않다. 요즘엔 여자도 3000만∼4000만원은 있어야 결혼할 수 있다는데 사회나 현실이 이런 상태라 벌써부터 부담감이 크게 생기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남, 여성 비용 2000만∼4000만원
여, 남성 비용 6000만∼8000만원
실평균 남 8078만원 여 2936만원

‘결혼비용이 걱정되는 이유’로 남성들은 ‘적정한 살림으로 신혼을 시작하고 싶어서’(39.4%), 여성들은 ‘처가(시댁)눈치 안보기 위해’(41.9%)를 1위로 꼽았다.

이어 남성들의 경우 ▲처가(시댁)눈치 안보기 위해(27.2%), ▲결혼 후 남편(아내)에게 기(氣) 펴기 위해(25.7%), ▲결혼 잘한단 소리 듣고 싶어서(7.7%)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결혼 잘한단 소리 듣고 싶어서’가 32.2%로 2위를 차지해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성향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적정한 살림으로 신혼을 시작하고 싶어서(20.4%), ▲결혼 후 남편(아내)에게 기(氣) 펴기 위해(5.5%) 등이 순위에 올랐다.

직장인 김모(33·남)씨는 “예전 우리 부모님들이 밥숟가락만 들고 단칸방에서 신방을 꾸몄다는 것은 이제는 옛이야기일 뿐”이라며 “가난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준비가 되지 않으면 결혼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학등록금의 학자금 대출을 사회에 나와서 다 갚고 나면 또다시 결혼을 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고 그 대출금을 다시 갚는 과정을 되풀이한다는게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이모(27·여)씨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점점 시어머니 눈치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엔 생각 안 하시던 것도 주위 친구 분 며느리들과 비교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결혼 후 ‘이집 며느리는 몸만 가지고 들어왔다’ 등의 별별소리를 듣게 될까 무서워 무리한 욕심을 내게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30·여)씨는 “남편이 해 온 집의 위치가 좋을수록, 평수가 넓을수록 신부 당사자가 생각하는 수준과 시댁에서 기대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레벨에 맞게 채워줘야 한다더라”며 “그래서 내 딸이 사돈댁에 책잡히지 않게 하려고 빚내서 결혼시킨다는 말도 있나보다”라고 말했다.

여“시댁 눈치 때문에”

결혼은 인륜지대사이고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삶의 과정이다. 그러나 요즘 결혼은 단순히 자신의 기호에 맞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해가 갈수록 높아만 지는 결혼비용,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 가난한 사람들에게 결혼은 점점 꿈과 같은 이야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랑하는 마음이 외적인 것들로 인해 변질되지 않도록 보이기 위한, 내세우기 위한 결혼보다는 현실적인 결혼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행복출발 더원의 석경로 실장은 “양가 부담한 결혼비용이 혼인 후 생기는 문제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허례허식이 되지 않도록 예단, 혼수 등을 최소화하고 주택마련을 공동 부담하는 결혼식을 하면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모범적 답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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