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스마트폰 보조금'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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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스마트폰 보조금' 해부

일요시사 0 692 0 0

기형적 시장에 소비자만 '봉'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갤럭시노트Ⅱ, 갤럭시SⅢ 등 최신 스마트폰 출고가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단말기보조금'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통신사 및 단말기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부당하게 부풀려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참여연대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일이 커지자 통신3사와 이통3사는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논란이 끊이질 않는 '단말기보조금', 무엇이 문제인지 들여다봤다. 

스마트폰 가격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대리점과 약정기간에 따라 단말기 가격을 반 이상 깎아주거나 공짜로 주기도 한다. 같은 단말기라도 언제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논란이 된 갤럭시SⅢ의 '고무줄 가격'도 이를 잘 보여준다. 출고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최신기기 갤럭시SⅢ가 할부원금 17만원까지 하락하면서 제값주고 구입하거나 구입 시기를 놓친 소비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이를 두고 애플의 아이폰5 발표를 앞두고 삼성이 시장을 선점하고자 보조금을 과도하게 뿌렸다는 누리꾼들의 분석과 지적이 이어졌다.

참여연대 손배소송

이처럼 단말기보조금은 오래전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2008년 3월 '휴대폰보조금 금지'법 조항이 사라지면서 통신3사의 보조금 경쟁이 점점 심해졌다. 방통위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강동원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지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쓴 마케팅 비용만 무려 27조823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약정보조금' 명목으로만 1조9683억원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강 의원은 "단말기를 싸게 구입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구매시점에 돈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결국 많은 통신요금을 내며 2년 이상의 약정을 채워야 하므로 단말기 보조금은 통신요금에 전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지나친 보조금 지급은 휴대폰 가격을 높여왔다"며 "통신사와 제조사는 보조금 지급을 감안해 휴대폰 공급가나 출고가를 높이 설정하고, 부풀려진 출고가를 기준으로 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도 "과도한 보조금은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행위"라며 "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단말기 제조사 및 대리점만 돈을 버는 구조를 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고가휴대폰을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속여 온 휴대폰 제조사 3곳과 이동통신사 3곳에 대해 총 과징금 453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뒤 보조금을 통해 가격을 깎아주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가격 부풀리기가 이뤄진 휴대폰 모델은 모두 253개로 이들은 44개 휴대전화 모델에 대해 공급가보다 출고가를 평균 22만5000원 높게 책정했다. 나머지 209개 모델은 공급가가 부풀려졌다.

이를 두고 한 통신 대리점 관계자도 "통신사가 단말기할인과 요금할인에 따른 보조금을 책정해 제시하면 각 판매점에서 요금에 따른 리베이트와 마진을 빼고 고객들에게 지급할 보조금을 정하는 방식"이라며 "100만원대 스마트폰의 경우 보조금 등 거품을 빼면 제조원가는 40만∼50만원 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 · 이통사 단말기 가격 '뻥튀기' 논란
공급가 때문 vs 출고가 때문…네탓 책임공방

이에 지난 10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시민 100여 명과 함께 1인당 30만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이통3사와 단말기 제조3사에 제기하며 칼을 빼들었다.

이번 공익 소송을 대리하는 참여연대는 "(이통사와 제조사가) 소비자를 기만하여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가격과 품질 경쟁을 저해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제조사는 공급가를, 이동통신사는 출고가를 '뻥튀기'한 후 그 차액을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 보조금으로 지급하며 마치 할인해 주는 것인 양 생색을 내왔다는 것. 참여연대는 공정위의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 조치가 통신3사의 불법행위를 제재한 것일 뿐 많은 소비자가 입은 손해와 충격에 대한 배상 조치는 아니라며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참여연대는 소비자 피해 사례를 추가로 모집해 고객을 속인 통신사와 제조사들의 담합 행위에 대해 추후 형사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통3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은 가격 부풀리기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 국감에서 단말기 가격 및 이동통신 요금이 비싼 문제가 제기되자 서로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통3사는 "지나치게 높은 단말기 출고가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최근 열린 '디자인경영' 간담회에서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서비스 요금은 3년 전보다 내려갔다"며 "통신비가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말기 출고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주요 제조업체들은 "통신사들 간의 과대한 스마트폰 고객유치 경쟁으로 발생한 문제를 애꿎은 제조업체로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리나라 단말기 유통구조상 제조사가 단말기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있으므로 사실상 단말기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은 제조사가 아니라 이통사라는 주장이다.

단말기 제조사 한 관계자는 "보조금, 약정할인 등의 제도는 모두 통신업계에서 만든 시스템"이라며 "제조업체가 단말기의 판매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단말기 출고가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방통위 현장 조사

지난 9월 중순부터 방통위가 현장 조사에 돌입하면서 '보조금 전쟁'은 잦아든 상황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단말기 보조금이 없어질 거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갤럭시S3, 아이폰5 등 최신기기를 놓고 보조금이 다시 넘쳐날 때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는 예약자 명단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매년 반복되는 보조금 논란, 방통위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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